2017년 5월 5일. 5월의 화창한 하늘 대기는 따뜻하고,
가로수와 공원의 나무들은 이미 짙푸른 활엽을 입고 여름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교우들과 도달한 인천 송현동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어두운 조명 아래 내부엔 세월을 역행한듯 60~70년대 생활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과거의 축적이 없는 몇몇 아이들이야 부모와 함께 좀 특별한 장소에 나들이 왔다는
의미 외에 별다른 의미가 있겠냐마는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잊혔던 과거와의 접견소.
60~70년대 이발소, 사진관, 솜틀집, 재봉틀, 구멍가게, 만화가게, 학생복,
서민주택 구조, 연탄 화덕, 물지게, 골목길, 전봇대, 부채, 신성일 엄앵란 영화 포스터 등,
이건 뭐 내가 살던 시대로의 시간여행도 아니면서 그때의 생활권으로 돌아간 느낌.
자라오는 동안, 살아오는 동안, 부딪치며 오는 동안 까맣게 잊었던 내 과거의 일부가
의식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지겨운 연탄 나르기, 연탄 갈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가족이 위험을 당했던 겨울,
일찍 세상을 떠난 형과 내가 저 아랫동네에서 물지게로 실어 나르던 수돗물,
그보다 더 아랫동네 가정집 싸구려 이발소, 뜨거운 여름날과 혹독한 겨울을 견디던
루핑 지붕 아래 20평 정도의 판잣집, 그리고 언덕 위의 필동 교회 등.
만화가게에 들어가보고, 재봉틀을 만져보고, 쌓아놓은 연탄을 바라본다.
중고등 학생 때의 모자를 써보고 옛날 툇마루에 앉아보고 나무 전봇대를 만져본다.
추웠고 먹고 싶었고 돈 없고 옷 없고 살림살이 없고 문화 시설 없고 희망마저 없던 시절,
언젠가는 아담한 주택에 약간의 문화시설을 갖춘 오붓한 삶이 우리에게 가능할까 의구심을 품던 시절을 만져본다.
2024년 3월 26일인 오늘은 내 생일.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다.
내 희망은 그때의 희망이 아니며, 내 관심은 그때의 관심이 아니며, 내 믿음은 그때의 믿음이 아니며,
내 의식이 그때의 의식이 아니며, 내 목적이 그때의 목적이 아니며,
내 몸이 그때의 몸이 아니며, 내 생활이 그때의 생활이 아니며,
내가 관계된 사람이 그때의 사람들이 아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없거니와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나는 흐른다. 나는 나아간다. 어디론가 나는 가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의 근원 우리의 현재 위치 우리의 최종 목적지에 대해 우리는 주의해야 한다.
지금 내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내가 무얼 먹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성공을 했는지, 내가 무슨 명함을 가지고 있는지는 관심도 목적도 아니다.
시대의 기름을 처 바른 지적 돼지가 되지 않는 길이 무엇일까?
조그만 몸뚱어리로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지금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 세상 것이 아니요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세상 이상의 것 내 밖에 있는 것 내 위에 있는 어떤 것,
과거의 시대이건 지금의 시대이건 그때나 지금이나 분명한, 하나님 안에 있는 그 영원하고 절대적인 것,
생명! 진리! 가치! 목적!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을 붙잡는 것이다.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를 보내신 이의 장소로 가서 그분을 뵙고 경배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인생 여정이었던 것이다.
수도국산박물관에서 내 영혼 안에서 작동하던 감정의 정체는 내 영혼에 속삭이는 인생의 의미였던 것이다.
2024. 3. 26
이 호 혁
첫댓글 아멘! 귀한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매일의 삶이 주님 그분으로 충만해지길 늘 바라며 기도합니다.
주님 안에서의 인생 여정을 잘 마치게 하소서~아멘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