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집현 창단40주년기념공연 조일도 작 이상희 연출의 왕에게
공연명 왕에게
공연단체 극단 집현
작가 조일도
연출 이상희
공연기간 2019년 12월 27일~29일
공연장소 학산소극장
관람일시 12월 29일 오후 3시
인천 학산소극장에서 극단 집현 창단40주년기념공연 조일도 작, 이상희 연출의 <왕에게>를 관극했다.
故 조일도 극작가는 1948년 인천에서 태어나 신흥초등학교, 인천중학교, 제물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3년) 공부하다 현 서울예대 연극과를 마치고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 극작, 연출 및 영화 등 다방면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다 2005년 5월 지병으로 타계했다. 희곡집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부른 여자 다인아트>를 출판했다.
이상희는 극단 목화 출신의 배우이자 연출가다. 현재 극단 코티의 대표이고 극단 집현은 아내 최경희 배우가 대표다. 이상희는 중요무형문화제 90호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 전수자다. 소놀음굿을 활성화시키고 연극하는 사람들과 함께 전통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했다.
전통예술의 현대적 수용을 위해 1999년부터 코티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고, 2005년부터 세계 20여 개국 30개 도시를 순회하며 우리의 전통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코티의 단원들은 극단 집현의 단원이기도 하다.
<왕에게>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의 주인공들이 죽은 뒤 염라대왕에게 가서 심판을 받게 되는 내용으로 광대놀음 형식으로 연출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먼저 쓴 <햄릿(Hamlet)>은 사색과 행동, 진실과 허위, 양심과 결단, 신념과 회의 등의 틈바구니에서 삶을 초극해 보려는 한 인물(햄릿)의 모습이 제시돼 있는 작품이다. 억울하게 죽은 선왕의 복수를 하려는 햄릿과 이를 눈치챈 클로디어스의 외적 대립이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극의 핵심은 수없이 전개되는 햄릿의 내적 갈등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면적(혹은 번민적) 갈등은 외부적 갈등과 만났을 때 극단적인 행동으로 발열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오셀로(Othello)>는 주인공의 아내에 대한 애정이 악역(이아고, Iago)의 간계(奸計)에 의해 무참히 허물어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인자한 성품과 유능한 능력으로 명망이 높은 장군인 오셀로에게는 명문가 출신의 아름답고 정숙한 아내 데스데모나가 있다. 그러나 오셀로는 이아고의 모략에 빠져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 고귀하고 따뜻했던 그의 인성도 한없이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아내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까지 끊게 되는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리어왕>은 늙은 왕의 세 딸에 대한 애정의 시험이라는 설화적(說話的) 모티프를 바탕으로 깔고 있으나, 혈육 간 유대의 파괴가 우주적 질서의 붕괴로 확대되는 과정을 그린 비극이다. 작품은 허울만을 믿고 경솔한 판단을 했다가 모든 것을 잃고 비참한 파국을 맞는 노년의 왕을 통해서 진실의 가치를 조명하고 나아가 인간 정체성에 대해 냉혹하게 성찰한다.
<맥베스>는 권력의 야망에 이끌린 한 무장(武將)의 왕위 찬탈과 그것이 초래하는 비극적 결말을 다룬 작품이다. 범죄를 저지른 뒤 죄책감에 빠진 주인공 맥베스가 공포와 절망 속에 갇혀 무분별하게 죄를 더하며 파멸해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극의 분위기가 폭풍우와 피비린내로 살기등등한 가운데 어둠 속에 등장하는 마녀와 유령 등의 초자연적인 존재는 신비감을 주는 동시에 공포와 두려움을 배가시킨다. 이 작품에서도 정치적 욕망의 경위가 아니라 인간의 양심과 영혼의 절대적 붕괴라는 명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주인공 맥베스는 악인이면서도 우리에게 공포와 더불어 공감을 자아내게 한다.
염라대왕으로 설정된 여왕은 이상 4인의 주인공을 과연 지옥이나 마찬가지인 염라국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를 한 명 한 명 살핀다. 그리고 역사적 상황과 시대적 배경도 살핀다. 그러면서 그들의 고뇌와 저지른 일들이 과연 지옥에 있어야 할 원죄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잠이 드는 광경이 놀이 굿처럼 광대극처럼 펼쳐진다.
무대는 창문 같은 무늬의 병풍이 배경 가까이 무대 좌우로 펼쳐지고, 중앙은 염라국의 여왕의 등퇴장 로가 되고, 좌우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주인공과 광대들의 등퇴장 로가 된다. 탈춤에 사용되는 탈을 부착시킨 사각의 현수막이 가리개처럼 사용되고, 무대 상수 객석 가까이에는 연주석이 있어 연출가가 직접 고수 노릇을 하며 타악기를 연주한다. 남녀 광대들이 등장하고, 4대 비극의 주인공들이 전통복식을 착용하고 등장해 비극 내용에 따르는 호연과 열연을 펼친다.
이민재가 리어왕, 염라대왕으로 최경희, 승의열이 광대남, 원완규가 맥베스, 석호진이 광대여, 김대흥이 오셀로, 이창훈이 광대, 신동환이 햄릿, 강소희와 노시아 장한성 그리고 진세은이 광대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혼신의 열정을 다한 열연은 물론 노래와 춤이 겻들인 감성전달로 관객을 시종일관 광대놀이에 깊이 빠져들도록 만들어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게 된다.
예술감독 김병훈, 프로듀서 무대 의상 최경희, 음악감독 작곡 신영길, 안무 최태선, 무대감독 김선국, 조명 김범수, 조명오퍼 박재우, 음향오퍼 박선우 하지영, 조연출 김송이, 작곡 홍순엽 김연수, 기획 최지원, 홍보 유선자, 사진 최종규, 진행 고도연, 하우스매니저 전하윤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집현 창단40주년기념공연 조일도 작, 이상희 연출의 <왕에게>를 유럽 순회공연을 권장할만한 걸작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변형 광대극으로 탄생시켰다.
12월 2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