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가트 머피의 <일본의 굴레> 읽기 완료
지난 리뷰에 이어서 8장부터 11장까지 중 인상 깊었던 몇가지 정리하면:
첫째. 내면화되지 않은 변화
메이지 유신부터 시작해서 전쟁 그리고 이후 경제발전을 거치며 일본은 <군국주의- 국가주의- 조직주의>를 거치는데 저자는 사실 일본은 이 과정에서 진정한 변화를 이룬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서구화를 표면화하였을 뿐 실질적인 변화는 전혀 내면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확실히 이 부분이 현대 일본을 이해하기 어려운 타자에겐 핵심 포인트인듯하다).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기위해 일본 (그리고 그 상징으로 천황) 아래 과하게 신성적인 상징이란 허구를 끝없이 생산한 것이라고 (이 부분에서 유발 하라리의 인류는 농업혁명이래 통치 개념이 들어서며 끝없이 허구적 스토리로 지배하려 들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개인이던 국가던 각자 자신의 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듯하다).
둘째. 야스쿠니 신사참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도저히 이해할수없는 현대 일본 중 하나가 바로 야스쿠니 신사참배일 것 같다.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이 늘 드는데, 저자에 의하면 위의 경로로 전쟁 당시 일본의 지배층은 전쟁에선 지더라도 일본이란 정체성마저 무너지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고. 그리하여 그런 그들에게 카미카제 특공대는 순국을 넘어 순교자에 가까운 존재였고, 그들이 묻혀있는 곳이 바로 야스쿠니 신사라 한다. 즉 한국인들에게 야스쿠니 신사는 곧 전범자들이 묻혀있는 곳이지만 일본 정치인들에게 야스쿠니 신사= 순국선열이 잠든 곳이 되어버리니 정치인들이 이곳 참배를 하지 않는것은 곧 지금까지 쌓아온 일본이란 정체성을 모두 부인해야 하는 일로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동감은 되지 않지만) 오랜 시간 궁금했던 것이 하나 풀렸다. 그야말로 일본은 사무라이 계급이 지배하던 전국시대 그 신화? 그대로 이어져오며 지금까지도 리더 계층도 일반인들도 그 허구를 깨뜨리지 못한다고. 그렇다고 지식층들이 전혀 외면하는건 아니지만 정치화하지 못하고 있고 그렇기에 일반인들도 알지만 침묵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섬나라 특유의 고립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셋째. 미국과 중국 중 미국을 선택하는 이유
일본 리더층 역시 미국에 외교, 안보를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역사를 치욕스러워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꺼려하는 것이 바로 <중화민족주의의 부흥>으로서 중국이 전 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북아 패권국만 되더라도 일본 역시 그 통제 아래 들어갈것으로 보고 있다고. 그럴 경우, 중국의 직접적인 통제는 미국의 영향력과는 비교 안되는 수준으로 예측되는 바, 차라리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판단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오히려 우리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더 위험수위가 높음에도 중국의 직접 통제에 대한 염려가 부족한것 같다). 특히 중국은 경제적 개발이 한계에 도달해 공산당 지도부로서는 내적 갈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밖에 없기에 지금 그 어느때보다 중화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일본 정치인들은 그런 중국을 상대하는데 있어 일본 젊은층의 애국심 부족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고 (얼마전 신문기사에 전쟁이 나면 참전할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중국은 80% 이상, 한국은 60% 정도 일본은 10 몇프로만이 답하였다. 일본의 고민이 근거있는 고민인 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젊은층의 애국심 결여는 리더층에서 그동안 그토록 진실을 외면하고 현상 유지를 하며 나라 전체가 활력이 떨어지는 것에 그 근본 원인이 닿아있으니 참으로 역설적이란 생각이 든다. 변화해야 할때 변화하지 못한 댓가라고나 할까..
넷째. 일본에서 아베를 개혁파라고 부르는 이유
그리하여 결국 아베는 3가지 화살이라는 아베노믹스를 들이대며 일본 전체를 다시 활력국가로 만들려 하지만, 이 마저도 결국 1) 돈을 찍어내는 통화정책은 자산유무에 따른 격차만 만들고 2) 돈을 뿌리는 재정정책은 표가되는 지방에 몰려 전체 경제를 살리지는 못하고 3) 이런 상황에서 규제 타파는 공허한 셈이 되었다고 (경제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면이 있지만 반면 그래서 정치, 사회적으론 더 예리한 판단이란 생각이다). 저자는 일본내 일부는 이런 아베의 노력을 일본부흥을 외치는 개혁가적 기치를 지녔다고 여기는 경향도 있지만 이 역시 근본원인은 손대지 못하기에 공허할 뿐이라 한다.
다섯때. 고령화로 인한 투표 불균형 현상
한가지 고령화 일본을 통해 새삼 알게된 사실은 농촌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지만 선거제도는 그대로여서 (즉 국회의원 수) 일본 농촌 지역 유권자들의 투표 파워가 수도권의 다섯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일본 정치인들이 끝없이 지방에 재정을 쏟아붓는 가장 큰 이유이자 일본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게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근데 이 현상 우리나라도 심각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에서 돈을 계속 뿌리게되면 도시 중산층 중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세대는 빠른 속도로 빈곤층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개인이던 국가던, 지방이던 수도권이던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면 내 힘이 닿지 않는 외부의 힘에 의해 언제든 내 삶은 휘둘릴 수 있다는 점. 일본 케이스를 통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끝으로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일본관련 그 어떤 책보다 일본에 대한 통찰력이 매우 뛰어난 책으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첫댓글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본의 선택 그리고 야스쿠니 참배를 정치인들이 계속하는 이유... 그래서 현재의 일본을 객관화할 수 있는 이유와 원인들이 보이는 것도 있겠고 어쩔 수 없는 선택과 결과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 또한 어떤 삶을 살아야되는지 이 글을 통해서도 배우게 된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자신의 현실을 마주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데 공감이 간다.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기승전 '나는 누구인가?'로 귀결됨을 자주 듣게 된다. 국가마저도 변화해야 할 순간에 진정한 변화를 못하고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다보면 현실의 문제는 해결했지만 내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도약의 단계마다 발목을 잡는 모습을 일본을 통하여 보게 되었다. 개인도 이승의 삶을 다할때까지 건너가기를 해야 할 존재임이 무겁게 다가온다.
일본의 이야기를 보면서 일본 외에 국가가 내면화한, 실질적인 변화는 어떤 사례가 있을까도 궁금해 진다. 에니어그램에서 성격유형의 건강한 단계와 불건강한 단계를 이야기하듯이 각각의 국가도 역사적으로 건강한 단계를 가지고 얘기할 수 있을까도 싶었다.
최근에 일본의 헌법은 1조부터 8조까지 천황에 대한 조항이고 1946년 제정 이후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한나라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이 헌법인데 일본은 패전후 1946년의 사회정신에서 변화가 없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