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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50주년 행사 후기
올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이미 지난 5월에 졸업50주년 기념여행을 여수 엑스포와 그 주변 관광지를 다녀온 바 있다. 이제 모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총동창회 주최 의 체육대회 일정에 맞추어 대구에서 졸업 50주년 기념행사를 가진다.
서울팀은 1박2일로 일정을 세웠다. 우선 대구를 가는 코스를 강원도로 가서 해안선을 따라 울 진까지 가서 그곳에서 병원장으로 지내는 백용현동문을 만나 싱싱한 생선회로 점심식사를 한 다. 그리고 주왕산 경치를 구경한 다음 대구로 간다. 대구에서 대구,부산 동문들과 만나 50주년 행사 전야제 파티행사를 한다. 다음날은 모교를 방문하여 체육행사에 참여하고 기부금 전달도 한다. 역사관구경을 한 후 50년 전 우리를 가르친 은사님을 만나는 시간도 가진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회포를 풀 예정이다.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알차고 뜻있는 시간이 되리라 확신한다.
대구로 가는 버스에서부터 돌아오는 시간까지의 과정을 스케치하고 느낀 소회를 적어본다. 그리고 사진을 중심으로 추억의 순간들을 반추해 본다.
아침 8시 서울출발 50년이면 강산이 다섯번이나 변하는 긴 세월이다. 서울의 친구들이야 모두 자주 만나는 친구들 이지만 대구나 부산 친구들 중에는 아마도 졸업 후에 한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도 있을 것이다. 까까중 더벅머리의 50년전 옛 친구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인정하긴 싫지만 이제 70이라는 나이 앞에 어쩔 수 없이 주름진 얼굴에 하얀 머리로 변한 모습 일테지. 또 우리가 3년간 배운 은사님을 만난다니 어떤 선생님이 나오실까? 어떤 모습으로 늙 으셨을까? 몹씨도 궁금해지고 가슴이 설렌다.
리무진 29인승 버스를 타고 서울서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동문은 모두 24명.배병렬 총무가 일 일히 알리고 준비를 했다. 마침 토요일이자 단풍철이라 도로는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고속도로가 막히니 휴게소에도 예정시간보다 늦어지고 화장실이 급해서 야단들이다. 문막휴게소에는 구름처럼 밀려든 인파로 남자화장실의 줄 서기도 보통이 아니다. 예정시간보다 늦어지니 스케쥴이 걱정이다.
울진에서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울진에 닿은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이지만 울진에서 환히 웃으며 맞아주는 옛 동문을 금새 알아보겠다. 그는 백용현 동문(울진의료원 원장)으로 아 직 현직에서 일한다. 바닷가 횟집으로 안내되었다. 근처에서는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미리 일행을 맞아 점심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싱싱한 자연산 회를 안주로 건배를 한다. 죠니워카블루도 준비했다.좋은 술과 안주이니 더욱 술맛이 난다. 또 전날 사전답사를 한 김길 웅회장이 울진 대게집에서 사서 배달 시켜놓은 대게도 삶아 상에 올렸으니 모처럼 맛있는 게 맛을 볼 수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 바닷가의 풍경을 배경으로 카메라 샷다가 찰칵거린다. 이제 3시가 넘고 빨리 대구로 향해야 한다. 높디 높은 재를 넘어 가고 있다. 어디로 가는가? 원래 계획했던 청송 주왕산으로 향하고 있단다. 모처럼 지나는 길이니 주왕산 자락이라도 밟아보는 것도 의미는 있을 것이다.주왕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0분간 자유시간 을 가졌다. 몇몇 발빠른 친구들은 대전사까지 가서 절과 주왕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남겼다.
대구의 전야제 대구로 가는 길이 바쁘다. 대구친구들이 파티장소에서 기다리며 계속 어디쯤 오고 있느냐며 성화다. 결국 8시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대구와 부산 친구들은 매일신문사 건물 매일가든에서 이미 식사를 마치고 여흥을 즐기고 있었다. 늦은 점을 사과하고 같이 합석하면서 몇십년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으며 회포를 풀었다. 밴드와 노래 일색이다.
이런 자리는 노래보다도 옛날을 회상하며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는데- 서울팀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그런 시간을 가졌겠지? 대신 학교다닐 때 친했던 친구들과 오손 도손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친구의 어깨 뒤를 잡고 홀 안을 돌면서 흥겨운 템포로 춤추듯 줄을 이어간다.시간이 가는줄 모르게 신을 내고 흥겨움에 모두가 좋아한다. 요즘 유행하는 강남스타일의 말춤도 선보이고- 마지막 교가를 제창하면서 여흥을 마무리 지었다. "달구벌 옛터전에 높이 솟은 이 전당 온 겨 레 큰 소망이 힘이 되어 땅 위에 솟는다. 아아아 그 이름 부고 영원히 빛난다.우리 모교 부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교가 합창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전야제 행사를 모두 마치고 인근에 예약해둔 숙소 호텔로 옮겨가는 동안 나는 대구에 계시는 노모를 만나러 집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어서 택시를 탔더니 전화가 온다. 혹시 술마시고 취한거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어서 전화하셨단다. 자식 걱정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매한가 지인 모양이다.
모교 운동장에서 다음날 아침 모교 운동장으로 갔다.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던 친구들은 아침을 유명한 대구의 따로국밥집에서 맛있게 먹었다고 자랑이다. 서울에도 따로국밥집이 있을만 한데 도무지 구경을 못하겠다. 좋은 기회를 놓쳤지만 장소를 알아두었다. 10시가 되자 총동창회 주관의 체육대회가 열렸다. 동창회장,모교교장의 인사말이 이어진다. 이번 대회에 졸업50주년을 맞아 참석한 우리 일행을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우리 외에도 40주 년을 맞은 후배,30주년의 후배도 참석했는데 우리 일행이 가장 많았다. 전국체전에서 준우승한 배구부 학생들에 대해 선배 졸업동창들의 뜨거운 축하박수도 있었다. 우리는 일정이 바빠 체육행사에는 빠지는 대신 역사관 구경을 하기로 했다. 역사관 입구에는 재학생들이 휴일임에도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도열해 있었다. 역사관은 우리의 옛 학창시절을 떠올리는 여러가지 사진과 문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아버지께서 부중 교장으로 재직하셨고, 이모부는 사대 교수로 재직중 부중을 설립하신 초 대 교장대행이셨기에 역사관을 보는 동안 여러가지 감회가 깊었다. 학교를 떠나면서 단체사진을 남겼다. 졸업 30주년 모교방문시 학급별로 사진을 남긴 것과는 20년이나 더 흐른 세월 때문인지 전체 사진 한장으로 충분했다.
은사님과의 만남 매일가든으로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으로 도열해 있는데 모자를 쓰신 노인이 서 계셨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강호 선생님이시다. 우리 때 수학을 가르치신 선생님으로 김판영 교감선생 님 뒤를 이어 교감이 되셨고 나중에는 교육감을 지내신 분이다. 별명이 '씨베리아'로 분필로 머 리를 밀린 동문들이 옛 기억을 떠올린다.일일히 악수를 하지만 50년이 지난 제자들을 기억할 수 없다. 이어서 김진태 미술선생님,송인문 유도 선생님,유인택 사회선생님,이재선 선생님, 신택균 선생님, 그리고 서홍달 영어선생님,황대구 체육선생님,권탁 생물선생님- 좀 늦게 오신 송석희 선생님 등 모두 열분이 오셨다. 권탁선생님과 송인문 선생님은 우리의 선배분으로 그래 도 70대 내지 80대 초반이지만 대부분 선생님은 80대후반 그리고 90대초반이시다.
모두 건강하시다. 특히 이강호 선생님은 우리 제자에게 할말이 많은지 인사말을 너무 길게 하여 후배 선생님들이 말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기력도 대단하구나 싶다. 아버지와는 특별히 가까웠던 분이라 나에게 아버지에 관한 말씀도 많이 해 주었다. 가창총독이 라고 하시면서 훌륭한 교육자셨다고--옆에 있던 당시 제자였던 송인문선생님도 '존경하는 참 교육자'로 평가해 주셨다. 참가해주신 은사님들께 답례선물을 하고 식사를 대접한 후 환송해 드렸다.헤어지면서 선생님 왈 60주년 행사에도 불러 달라고--제발 그렇게 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아쉬운 작별 이제 헤어지는 시간이다. 부산으로-서울로- 1박2일의 짧은 시간에 그래도 옛 학창시절의 우정 을 되살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역시 회포를 다 풀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아쉬운 작별의 악수를 여러번 나누며 대구 친구들과 그리고 부산 친구들과 작별을 하고 버스는 일로 서울로 향했다. 속리산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한 다음 상주-청원고속도로로 버스는 쉼없 이 달린다. '인간네비'라고 칭하는 김민효동문이 옆자리에서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면 세세히 알려준다. 창밖으로 일몰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붉게 물든 하늘과 구름 사이로 새빨간 해 가 하루를 밝히고 마지막 어둠을 향해 떨어지는 모습이다. 떠오르는 해도 좋지만 지는 해도 아 름답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서울에 도착했다. 매봉역 근처 식당에서 1박2일의 최종 회식을 하고 헤어 졌다. 이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 대구와 서울 및 부산의 회장단 모두 너무나 많은 수고를 하 셨고 또 이 행사에 경비를 스폰서해 준 여러 동문들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여러 동문들 건강하시어 55주년 그리고 60주년에도 한분도 빠짐없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 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사진으로 보는 졸업 50주년 행사 스냅>
울진군 의료원 횟집 앞 바다풍경 횟집-백용현 동문이 서울 동문들을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해 주었다. 백용현 동문이 초청한 울진 횟집에서
주왕산이 보인다.
대전사 단풍과 주왕산
대전사 대웅전 앞에서
전야제 파티장
자축 화분 대구 신홍식 회장/서울 배병렬 총무
담소의 시간 다정한 시간
친구야 반갑다~
말춤/오빤 부고 스타일~
다함께~ 유서깊은 계산 성당 / 이상화 고택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앞에서
최석채 동상 앞에서 최상탁 동문
체육대회장
담쟁이로 뒤덮인 모교 교사
체육대회에 참가한 동기생들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교사 뒤에는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고층 아파트가 위압하고 있다.
역사관 안으로
안내 봉사를 하고 있는 교복 차림의 후배학생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고에 휘호해 주신 글/1967년8월
박정희 대통령은 대구사범 심상과 출신
모교 교정에서
은사님 초청 연회장
이강호 선생님은 시베리아 대신 한계(寒溪)선생으로 불러달라신다. 서홍달 선생님 유인택 선생님 이병선 선생님 신택균 선생님 권탁 선생님 황대구 선생님 송인문 선생님 김진태 선생님
속리산 휴게소에서 잠시~ 차창으로 본 아름다운 일몰
사진으로 보는 졸업50주년 회고전은 별도 게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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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과연! 미전님이로고...대미를 장식한 화려한 황혼캡쳐! 그게 우리지? 그래서 이육사도 읊었댄다.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50년만에 처음 모교방문과 함께 못보던 친구들 만나는 날인데 하필이면 평생 안하던 시중독을 앓을 줄이야... 호텔신세만 지고 귀경했으니 기분이 영~ 씁쓸 ! !
장총통이 하필--그날 꽤많은 동문들 속이 영---그러나 큰일보담 낫다고 생각하시고. 늘 건강유의하시길.
감개가 무량합니다.
박박사 학차시절 앳띈 모습 캡처됩니다. 대구부산 친구들 만날 좋은 기회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