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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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하면 늘 떠오르는 구절들이 있지요.
”봄에는 도다리, 가을에는 전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 온다. "
과연 그렇게 맛있을까요?
몇 십 년 회집 주방에서 잔뼈가 굵은 친구가 말합니다.
“민어, 도미, 농어, 광어, 그리고 참치, 연어 등 고급 어종이 얼마나 많은데 …” 하면서 말끝을 흐립니다.
인조가 피난 시절엔 맛나게 드셨지만 환궁 이후 다시 먹어보니 예전 같지 않아 “도로 묵어라.”해서 도루묵, 싱싱한 생선을 못먹는 내륙지역에선 대신 소금에 절인걸 최고로 치는 안동 간고등어도 있지요.
전어는 결핍과 가난의 상징입니다. 비늘만 아니라 잔가시도 많아 실은 먹을 게 별로 없기도 하지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예전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어려웠던 어릴 적 향수가 그리워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음식의 맛은 추억이라고 하던데, , ,
24.10.19.토.
가을 전어/정일근
시인이여,
저무는 가을 바다로 가서
전어나 듬뿍 썰어달라 하자
잔뼈를 넣어 듬성듬성한 크기로 썰어달라 하자
바다는 떼지어 헤엄치는 전어들로 하여
푸른 은빛으로 빛나고
그 바다를 그냥 떠와서 풀어놓으면 푸드득거리는 은빛 전어들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을 어찌하지 못해 속살 불그스레 익어
제 몸속 가득 서 말의 깨를 담고 찾아올 것이니
조선 콩 된장에 푹 찍어 가을 바다를 즐기자
제철을 아는 것들만이 아름다운 맛이 되고 약이 되느니
가을 햇살에 뭍에서는 대추가 달게 익어 약이 되고
바다에서는 전어가 고소하게 익어 맛이 된다
사람의 몸속에서도 가을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법이니
그 빈자리에 가을 전어의 탄력있는 속살을 채우자
맑은 소주 몇 잔으로 우리의 저녁은 도도해질 수 있으니
밤이 깊어지면 연탄 피워 석쇠 발갛게 달구어 전어를 굽자
생소금 뿌리며 구수한 가을 바다를 통째로 굽자
한반도 남쪽 바다에 앉아 우리나라 가을 전어 굽는 내음을
아시아로 유라시아 대륙으로 즐겁게 피워 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