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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규마을 – 희망의 7공화국 손학규와 함께
 
 
 
카페 게시글
◈─좋은글ㅣ유머 스크랩 7월의 시
무진장 추천 0 조회 139 16.06.30 08:4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7월에 관한 시 모음

고은영의 '7월에게' 외

 

 

 

+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7월의 바다


아침 바다엔
밤새 물새가 그려 놓고 간
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
싸늘한 소라껍질을 주워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간다.
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

(황금찬·시인, 1918-)
 



+ 7월


바다는 무녀(巫女)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狂女)
산발(散髮)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處女)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戱女)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오세영·시인, 1942-)
 
 
 



+ 7월


앵두나무 밑에 모이던 아이들이
살구나무 그늘로 옮겨가면
누우렇던 보리들이 다 거둬지고
모내기도 끝나 다시 젊어지는 산과 들
진초록 땅 위에 태양은 타오르고
물씬물씬 숨을 쉬며 푸나무는 자란다

뻐꾸기야, 네 소리에도 싫증이 났다
수다스런 꾀꼬리야, 너도 멀리 가거라
봇도랑 물소리 따라 우리들 김매기 노래
구슬프게 또 우렁차게 울려라
길솟는 담배밭 옥수수밭에 땀을 뿌려라

아, 칠월은 버드나무 그늘에서 찐 감자를 먹는,
복숭아를 따며 하늘을 쳐다보는
칠월은 다시 목이 타는 가뭄과 싸우고
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태풍과 홍수를 이겨내어야 하는
칠월은 우리들 땀과 노래 속에 흘러가라
칠월은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에 살아가라

(이오덕·소설가, 1925-2003)
 
 
 



+ 7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무는 이레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보면 안다
땀을 흘려보면 안다 물기 있는 흙은 정직하다
그 얼굴 하나 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틔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김종해·시인, 1941-)
 
 

 


+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사랑은 작은 일입니다
7월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바람을 불어 주는 일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잠을 깬 이에게
맑은 물 한 잔 건네는 일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손등을 한 번 만져 보는 일

여름이 되어도 우리는
지난 봄, 여름, 가을, 겨울
작은 일에 가슴 조여 기뻐했듯이
작은 사랑을 나눕니다
큰사랑은 모릅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라는
지구에서 큰 사랑은
필요치 않습니다
해 지는 저녁 들판을 걸으며
어깨에 어깨를 걸어보면
그게 저 바다에 흘러 넘치는
수평선이 됩니다

7월의 이 여름날
우리들의 사랑은
그렇게 작고, 끝없는
잊혀지지 않는 힘입니다

(박철·시인, 1960-)
 
 
 
 



+ 7월의 고백


여린 태를 벗은 초목들의 뿌리는 힘차게 물을 빨아들이고
햇빛에 반짝이는 잎들은 왕성한 화학작용을 하며
대기는 신선한 공기들로 가득 찹니다.
그 나무의 꽃과 열매와 잎을 먹으며
애벌레와 곤충과 새들이 자라고 번성할 때
대지는 소란하고 풍성해집니다.

주님께서 지으신 세상은
풀 한 포기에서 우주 끝까지
탄생부터 그 소멸에 이르기까지
계획되지 않은 것,
아름답지 않은 것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속에 앉아
주님 계획대로 아름답게, 완벽하게 지어진
나를 어루만지며 가만히 속삭입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이루는 너를 사랑합니다.
그 안에 온통 주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김경주·시인)
 
 
 
 




+ 7월에게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

(고은영·시인, 1956-)
 
 
 
 




+ 7월


넓은 들판에
태양열보다 더 세차고 뜨거운
농부들의 숨결이 끓는다

농부들의 땀을 먹는 곡식
알알이 야물게 자라
가을걷이 때면
황금빛으로 찰랑거리며
세상의 배를 채울 것이다
그런 기쁨 잉태되는 칠월

우리네 가슴속 응어리진
미움, 슬픔, 갈등 같은 것일랑  
느티나무 가지에
빨래처럼 몽땅 내걸고
얄밉도록 화사하고 싱싱한
배롱나무 꽃향기 연정을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안재동·시인, 1958-)
 
 
 
 



+ 7월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목필균·시인)
 
 
 
 





+ 7월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
옆집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사랑을 하고 있나봐

숨가쁜 호흡이 들려

잔뜩 귀 기울이다
더 가까이 가 보았더니
시치미 뚝 떼고
잔기침 소리만 내고 있잖아

짓궂은 생각이 들어
툭툭 건드렸더니
하늘 한쪽 기울여
가장 깨끗한 햇살 파편들을
눈 못 뜨게 쏟아 붓잖아.

(김지헌·시인, 1956-)
 
 
 
 



+ 7월


은행나무가 세상의 빛을 다 모아
초록의 알 속에 부지런히 쟁여넣고 있네
이파리 사이로 슬몃슬몃 보이는
애기 부처의 동그란 이마 같은
말, 말씀들
무심히 지나치면 잘 보이지도 않는
한결같이 동글동글
유성음으로 흐르는
푸른 음성들
그 사이로 푸득푸득 파랑새 날고,
긴 개울이 물비늘 반짝이며 흐르는
나무 아래, 물가를 떠난 숨가쁜 돌멩이
말씀에 오래 눈 맞추어
온몸이 파랗게 젖네
그렇게 길 위의 돌멩이 떠듬떠듬 꽃피기 시작하네

(홍일표·시인, 1958-)
 
 
 
 



+ 7월의 시


산이나 들이나 모두
초록빛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보일 듯 임의 얼굴 환시를 보는 것도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한적하고 쓸쓸한 노을지는 창가에서
눈물을 견디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눅눅한 그림자까지
초록빛으로 스며드는 7월의 녹음
나무는 나무끼리 바람은 바람끼리 모여 사는데
홀로 있어 외롭지 않음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깊은 산 속 작은 옹달샘을 찾아
애절히 불타는 이 가슴을 식혀볼까,
6월도 저물어 한 해의 반나절이 잦아드는데
노을빛 가슴을 숨기고
애연히 그리움으로 흐르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김태은·시인)
 
 
 
 




+ 7월의 천사


칠월의 장마비가  
쉬어가는 듯 잠시 목을 축이고
늦은 새벽
정형외과 632호 병실
창가 커튼 사이로 기웃거리며
엷은 아침햇살이 한 가닥 길게
내려앉는다

어제 떠난 두 사람
주인 보낸 침대 위엔 아픔의 상처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빈자리만
지키고 있다
나는 언제쯤 퇴원할까
마음만은 가볍지가 않다
만나야 할 사람 설렘 반 기다림 반
그리움이 넘칠 때
병실 출입문이 살짝 열리더니
가을 낙엽 위에 이슬 구르는 작은 목소리
혈압시간이에요  
백의천사 환한 미소가
아침햇살 가득히 병실 안을 꽉
채워준다

(장수남·시인,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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