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쫄면을 처음 맛 보았던 중학생 때,
질기고 강렬한 매운 맛 때문에 맛을 느낄 여유는 없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그 매혹적인 맛에 빠져들었죠.
그 때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파는 쫄면은 200원이었습니다.
그래도 들어갈 건 다 들어가 있었지요.
콩나물, 오이, 당근, 양배추.
하여간 200원 짜리 쫄면은 학교 매점 컵라면이나 롯데리아 햄버거 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학교 앞을 벗어나면 가격은 달라집니다.
지하상가가 좀 더 비쌌던 거 같았고
시험이 끝나면 달려가던 신포시장 오징어 튀김과
가래떡을 그대로 조리하는 떡볶이는 최고였습니다.
작금의 물엿 버무리 쌀떡볶이와는 비교불가한 맛!
그 맛의 중심에 있었던 건
<신포 우리 만두>집의 만두와 쫄면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신포동이 인천의 변방으로 밀려갈 즈음
지방에서 같은 상호의 분식집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프렌차이즈로 번성을 누리면서
맛은........ 지못미, 안습 그 자체가 되어갔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어제 같은 상호를 쓰는 송도에서 쫄면을 주문했습니다.
맛대가리는 없지만 추억의 맛으로 종종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콩나물에 오이는 커녕 양배추만 잔뜩 집어넣은 정성이라곤 없는 쫄면입니다.
이번에도 쫄면이 우동면발이 되어 나왔습니다.
그래, 주방에서 면 삶는 시간이 초과될 수도 있지.... 이해하면서 먹겠지만(먹어 왔지만)
어떻게 매번 그 타령인지
급기야 옆으로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쫄면 면발이 쫄깃해야 하는데 어떻게 우동가락 같냐 했더니
신포 쫄면이 원래 그렇답니다. 여기서 화가 났습니다.
(이 종업원 경상도 말씨를 쓰더군요. 제대로 된 인천 쫄면맛을 알리 없겠지만)
제가 신포동 쫄면 먹은지 30년도 더 돼요.
하고 더 이상 말 하지 않았더니 다시 해오겠다는 걸 그냥 몇 가닥 씹어 넘기고 나왔습니다.
옆 테이블의 아주머니들도 만두가 안 익어 다시 해 온 거라고 저를 거들더군요.
쫄면의 탄생을 여기서까지 거론 하긴 길고
당시의 쫄면은 어찌나 질긴지 부정교합의 치아는 먹기도 어려운 음식이었습니다.
1mm 정도 사이가 뜨는 제 앞니로도 잘려지지가 않아 혀를 이용해 잘라먹다 보면
혀끝이 얼얼하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의 쫄면은 그 쫄면이 아니랍니다.
그나마 신포동 본점 맛이 좀 낫더군요.
제가 화가 나는 건 사람들의 직업의식이에요.
뭐든지 대충대충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의식.
찜찜하지도 않은지.....
저라고 완벽할 리 없지만 최소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은 있어야지 않을까요?
조만간 신포동으로 한풀이 쫄면 먹으러 가야겠어요.
첫댓글 저도 쫄면 좋아해서 한번씩 분식먹을때면 꼭 쫄면을 먹는데요. 어딜가나. 옛날 그쫄면맛을 찾을수는 없더라구요. 고교시절 부평지하상가에서 먹던...입구에 들어가면 서로 앉으라며 잡아끌던 아줌마를 뒤로하고 저안쪽 단골집으로 고고씽했던 ...... 매워하면서도 계란까먹으며. 먹던 쫄면 이젠 없을껍니다.ㅜㅜ
부평지하상가...나의 홈그라운드였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9.19 22:07
매콤한 쫄면 땡기네요.
잔뜩 성난 위 가라앉으면 한그릇 먹어야겠어요.
와 진짜 매콤하고 쫄깃쫄깃한 쫄면이 먹고 싶네요.
세라님 덕분에 추억에 잠겨 봅니다.
굿 나잇 하세요.
신포동 만두 졸면 먹고싶다
추억의 맛이 되어 버렸네요
선생님덕분에 잠시 옛추억에 잠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