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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터의 세계도 군기가 세기로 유명하지요.
"실수를 하면 안되니 맞는 일이 잦지요."
―웨이터에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첫 직장이 호텔신라였습니다. 호텔신라를 염두에 두고 하루에 13~16시간씩 일본어를 공부했습니다."
―단순히 일본어를 잘해 출세한 겁니까.
"마음을 담은 서비스를 하면 운이 따라와요. 일본에서 출장 온 규슈대 교수 한 분이 제 서비스를 받은 뒤 호텔경영학 관련 자료와 소니 워크맨을 보내준 적이 있어요. 가이드들이 쉬는 날 제가 안내를 자청한 분이 있는데 알고 보니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일본 선루트시스템 경영자였어요. 홀리데이인 서울(현재는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 가든호텔)의 전신인 마포 가든호텔이 일본 선루트 체인인데 개설 6개월 전에 스카우트됐지요. 거기서도 계장에서 차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습니다. 당시 제 부하직원이 100명이 넘었습니다."
―잘 나가다가 1983년 부산여자대학 교수로 전직(轉職)한 건 무슨 이유였습니까.
"선루트호텔이 미 8군으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영어를 잘 하지 못했어요. 의사소통이 안되니 업무를 볼 수가 없었지요. '3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하루 14시간씩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꿈마저 영어로 꿀 정도였지요. 영어로 싸움을 할 정도가 됐을 때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무슨 일입니까.
"당시 가든호텔 직원들은 오키나와까지 가서 신체검사를 받았어요. 거기서 건강이 안 좋으니 휴직하라는 판정이 나온 거예요."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였겠군요.
"고민하는데 아는 분이 대학 시간강사라도 하겠느냐고 권유했어요. 면접을 마치고 나올 때쯤 그 대학 이사장이 '아예 전임(專任)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 대학 신체검사에서 아무 이상도 없었어요. 다음날 미 8군을 찾아가 '잘 먹고 잘살아보라'며 사표 던지고 나왔어요. "
―미군도 신체검사에서 오진을 합니까.
"그게 이상하게도 1년 뒤에 실제로 폐결핵에 걸린 거예요."
손 교수가 지은 책에는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성적표가 나온다. 영국항공의 스튜어디스들이 최악(最惡)의 노선으로 꼽는 게 런던~서울 노선이며 미국인이 가장 더럽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1위 인도, 2위 한국이라는 조사 결과들이다.
이런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매너 교육이 필수이며 매너 교육의 시작은 식탁(食卓)에서 시작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식탁에서의 예절을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부르며 점점 사라지는 밥상머리 교육이 아이들을 버릇없게 만들고 내성(耐性)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요즘 아버지와 함께 식사하는 가정이 별로 없지요.
"식탁은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권위와 어머니의 사랑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 교육을 받아야 내성이 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지요. 요즘은 식탁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증발됐습니다."
―손 교수는 식탁에서 권위를 지킵니까?
"제가 아들 둘이 있는데 식탁에서 질서를 지키도록 하지요. 맛있는 것이 있으면 어른이 먼저, 식사 후 일어나는 것도 어른이 먼저 하는 식으로요."
―가장(家長)의 권위가 떨어지는 시대에 그 정도로 집안의 기강을 잡는다는 건 둘 중 하나를 갖춰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요. 돈을 잘 벌어오든가, 남편의 매력이 뛰어나든가.
"저는 전자(前者)에 속할 겁니다. 제가 강의료로만 연 1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니까요."
―식탁에서 지켜야 할 대표적인 매너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너무 조용합니다. 외국인들은 대화를 즐기지요. 대화 주제로 정치, 경제, 금전, 사건은 금물입니다. 식탁에서의 화제는 아무래도 날씨, 예술, 취미에 관련된 것이 무난합니다."
―한국인들은 왜 모든 것을 서둘까요.
"미주리대의 임길진 교수가 목격한 일입니다. 한국인 일행이 예약도 하지 않고 레스토랑에 몰려왔어요. 지배인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한 한국인이 '우리 한국사람이에요!(We are Koreans)'라고 하니 지배인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아이고, 진작 말씀하시지'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들이 주문부터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데 15분밖에 안 걸렸다는군요."
―우리 국민들의 성격이 급해진 것은 대한제국 멸망, 일제 지배, 6·25 전쟁과 경제성장을 이루는 100년간의 경험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밥 한끼를 먹으며 1500회 이상을 씹었답니다. 지금은 600회 전후로 줄었어요. 프랑스의 연구기관에 따르면 밥을 빨리 먹는 남성의 70%가 고개 숙인 남자이며 여성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답니다. 음식을 많이 씹을수록 후두부 시상하부에 위치한 성욕중추로 전해지는 자극이 증가한다는 상식에 비춰보면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런 우리 국민이지만 뷔페 식당에서 유달리 시간을 끌지요.
"한 유명호텔 뷔페 식당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을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남아있는 고객이 전체의 15%였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뚱뚱한 체형의 고객이 마른 체형의 고객에 비해 젓가락보다 포크를 많이 쓰는 비율이 3배나 된다는 것이지요."
―빨리빨리 문화의 변형(變形)이 폭탄주라고 봅니다.
"우리의 음주문화는 속전속결(速戰速決)과 공생공멸(共生共滅)입니다. 빨리 먹고 빨리 가자는 거지요. 음주문화뿐 아니라 음식 선택도 전부 통일하잖아요. 손님들이 통일을 안 하면 식당주인이 통일을 강요합니다. 그래야 음식이 빨리 나온다고 은근히 협박하죠."
―폭탄주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미국, 러시아에도 있지만 우리 것이 가장 화력이 세지요. 폭탄주는 뿌리가 깊습니다. 동의보감을 보면'백중홍(白中紅)'이라는 술이 나옵니다. 막걸리에 진도 홍주를 탄 것이지요. 얼마나 독했는지 일명 혼돈주(混沌酒)라고 불렸답니다. 당시 가마꾼들이 낮에 백중홍을 많이 마셨대요. 음주운전을 한 셈입니다."
―손 교수는 폭탄주를 안 마십니까.
"저는 양주 대신 소주폭탄을 마시지요. 주량은 다섯 잔에서 열 잔 정도입니다."
손 교수는 대학교양강좌 분야에서 국내 최고다. 매년 2000명 이상의 수강자가 몰리자 강의실 대신 사이버 강의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의 강의가 인기를 끄는 것은 매너뿐 아니라 매너와 관련 있는 정치외교학, 불문학 같은 강의를 섞기 때문이다.
그는 강의 중 2대8의 원칙을 고수한다. 꼭 가르쳐야 할 이야기가 2라면 나머지 시간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채우는 것이다. 청주대에서 시작된 강의가 소문나자 대학국제교육협의회 관계자 100명이 연세대로 그를 초청하기도 했고 유사 과목이 지금은 100개 대학에서 개설됐다고 한다.
―대학생들이 왜 매너 강의에 몰릴까요.
"취업난과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옷 잘입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5.4%나 더 취업률이 높고 연봉을 12% 더 많이 받는다는 통계도 있지요."
―매너가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가식적이고 불편한 것 아닐까요.
"조선시대 측간을 예를 들어볼까요. 평민들보다 양반들이 딛는 바닥의 폭이 두 배나 좁았습니다. 대변을 볼 때조차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라는 것이지요. 매너에는 약자를 존중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개념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매너에 능통하면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있겠네요.
"저는 여성의 손을 잡을 때도, 손을 잡아도 되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인기가 있지요. 제가 부산여대에 근무할 때 제 강의를 듣던 고교 선생님이 자기 학교 여교사들을 줄줄이 소개시켜 준 적이 있어요. 첫 번째 분은 밥을 세 공기나 먹더군요. 두 번째가 제 아내입니다."
―매너가 일상화되면 부부관계도 특이할 것 같은데요. 혹시 '여보, 이제 옷을 벗으시오'하는 식입니까?
"저는 와락 달려드는 형은 아닙니다. 눈치를 살피는 형이지요. 상대를 탐색하는 것도 매너의 일종입니다."
―수강생이 그렇게 많으면 강의 준비도 남달라야겠지요.
"한 여학생이 학기 내내 제 옷차림을 스케치해 선물한 적이 있어요. 저는 학기 중 같은 옷차림으로 강단에 선 적이 없습니다. 구두도 강의용으로 여러 켤레 가지고 있지요. 책과 신문도 정독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식을 학생들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 경험을 모은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쯤 웅진출판사에서 발간할 예정입니다. 다른 목표도 있습니다. 음식점을 내는 것이지요."
―이 불황에 왜 음식점을 냅니까.
"제가 한국도자기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을 경영한 적이 있어요. 지금의 아웃백이나 빕스 같은 스타일의 양식당이었지요. 제가 매너뿐 아니라 창업컨설팅도 하고 여의도에서 외식산업연구소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이론만 하지 말고 실제로 보여달라'는 요구가 많아 한번 보여줄 생각입니다."
―무슨 비법이라도 있나요?
"창업자의 70%가 식당 경영에 뜻이 있다는 조사가 있습니다만 식당은 함부로 뛰어들었다간 망하기 딱 좋은 업종입니다. 아내의 음식 솜씨가 좋다, 이런 것만 믿고 뛰어드는 것은 도박이지요. 저는 4평 정도 되는 소시지 가게를 운영하려 해요."
―웨이터에서 대학교수, 다시 창업까지 도전하는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꿈은 뭡니까.
"다시 호텔로 돌아가야지요. 제가 갈 곳은 거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첫댓글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
"김봉남씨도 패션 측면에서는 알아줘야죠." --- 다른 부분은 모르겠고, 이 부분은 좀 주제넘는 듯. 매너왕이라면서 ㅉㅉ.
일단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거네요^ㅡ^ 유익한 글이었습니다~ㅋ
인터뷰 내용이 조금 싸구려같은건 나뿐인가
서양식 몸가짐 매너는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매너는 좀 부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잘못된 판단일 수 있으나 보면서 고개가 갸우뚱 했습니다. 이유는 딱히 잘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