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토요일 오후,
퇴근한 저는 종로2가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좋와하는 인사동의 공원으로 가 시원하게 캔맥주를 한잔 할 요량이었습니다.
며칠전에 마음속으로 술을 끊는다 라고 나름대로의 계를 세웠지만 또 다시 무너지고 말았지요.
뭐 앞으로 몇번이 됬든 계속해서 시도할 생각입니다. ㅎㅎ
근데 인사동에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무슨 행사가 열려 사람들이 너무 북새통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가한 곳을 찾아 골목길을 헤매다가 어느덧 국세청건물앞까지 오게 되었는데,
순간 어느 남녀 두 사람이 저에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도를 믿으십니까?" 의 팀들이었습니다.
최근 한 십여년 동안에는 못만난 것 같은데 무슨 인연인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그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촌스럽게 도를 믿으십니까 라며 접근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인상이 어떻다느니,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느니, 했는데,
저는 무조건 시간없다, 관심없다 라고 거절했지만 그들은 그들의 계획대로 끈질기게 달라붙더군요.
그러면서 저보고 스님상이고 무척 외로운 팔자라 하더군요, 그들의 18번이지요.[그러나그것은사실맞는말이었습니다ㅎㅎ]
그렇게 본의아니게 대화가 계속되자 저는 그들의 정체성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지요,
"어디에서 나오셨습니까?"
"예?"
"종단의 상호가 있을 것 아닙니까?
"미륵선방에서 나왔습니다."
"인천 송도에 있는 겁니까?"
"아니요,"
"그럼 스승의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이때 그는 다른 말로 돌리더군요,[경험이많은노련한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네들 포교의 목적이 뭐 어지러운 시대에 같은 인연이 될만한 사람을 찾는 중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 말을 그냥 넘기지 말고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어야 했는데,
그때에는 그저 돈벌이를 숨기기 위한 포장용 멘트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저는 이들이 혹 증산도계열의 단체가 아닌가 하여 천지개벽을 논하는 단체냐 물었는데 아니라고 하더군요.
근데 나중에 개벽을 이야기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 증산계열의 단체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같은 교단내에서도 서로간의 분열과 반목이 심한 곳이라 어찌보면 그 답변도 틀린말은 아닐테지요.
저는 그들에게 불교를 믿는 신자이며 나름대로 수행도 하고 있다 말했습니다.
이렇게 서로간에 어느정도의 확인절차가 끝나자 그들은 드디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사람들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기!
즉, 저는 지금 굉장히 힘들고 외로운 인생을 살고 있으며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면 그 안좋은 팔자를 고칠 수 있다,
라는 것이 그들의 요지였습니다.
물론 말은 안했지만 좀 더 듣게 되면 거기에는 반드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조상천도가 기다리고 있을테지만요.
그때 저는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선 순간적으로 작은 깨달음이 오더군요.
그래서 그들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제가 오늘 두분에게서 한가지 배웠네요, 여러분들이 말하는 팔자를 고친다는 것은 바로 남보다 더 높은 지휘에 오르고, 남보다
더 돈을 많이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이때그남자는아니라고말했지만저는계속해서말을했습니다] 사람의 운명은 모두 다
자업자득이고 자작자수인데 그런 팔자를 고친다는 것이 바로 순리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운
명을 개척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스스로의 운명을 받아드릴 줄 아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이대로
살렵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린 것으로 기억됩니다.
대화가 매번 그런 식이어서 그런지 그들이 무엇을 말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하여튼 그들은 사도들의 18번인 불기 3000년을 언급하며 인류의 종말과 미륵불의 출현을 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묻더군요.
"불기삼천년은 믿으시죠?"
"아니, 불기가 삼천년이 됬든 이천오백년이 됬든 그것이 무어 그리 중요합니까? 단지 해석의 차이일뿐, 그리고 인류의 종말은
앞으로 구천년 후인 사람의 수명이 10세가 됬을 때 세가지 겁재가 온다고 아함경에 나와 있고[이것도엄밀히따지면종말은아닙
니다만] 미륵불도 56억 7천만년 후에 오신다고 미륵경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이때저는그들에게분명히가르쳐주고싶
었습니다왜냐하면이들도이러한가르침은모를확율이크기때문입니다]
그렇게 대화의 중심이 저에게로 흐르자 저는 이들과 헤어지기전에 저를 만난 의미를 갖게 해주고 싶어
나름대로는 천기라 생각했던 사실을 그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지금 아시다시피 세상은 선과 악이 엄청나게 싸움을 벌이는 중입니다. 지금 서양에서는 XXX와 XXX가 죽어라 싸움을 벌이고
있고 한국에서는 XXX과 정도령이 죽어라 싸우고 있습니다. 이 싸움이 누구의 승리로 돌아갈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근데 이때쯤 되자 그 남자는 갑자기 말을 가로막으며 저에게서 철수를 하려더군요.
확실히 그들을 물러가게 하는 방법중엔 그들을 가르치려드는 것이 특효약이었습니다.
뭐 변변치 않은 인사를 하고 그들과 헤어진 저는 국세청옆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했습니다.
다음번엔 좀 더 세련된 언변으로 저들을 상대해 보리라!
언젠가 먼 겁후에 저들과 다시 만날 땐 저들과 나는 어떤 인연이 될까?
그리고 이들이 전해준 깨달음을 다시 한번 음미하였습니다.
만일 개구리가 개구리로서의 생의 의무를 생각하지 않고,
나는 왜 개구리왕이 되지 못할까?
나는 왜 많은 먹이를 구하지 못할까?
나는 왜 많은 여자개구리를 거느리지 못할까?
만을 고민한다면 그 자태는 사람이 보기에도 참으로 우수운 꼴이다.
만일 그 개구리가 스스로의 처지에 만족하며 자신앞에 주어진 의무에 충실한다면 그는 이제 더 이상 개구리가 아니다.
라고 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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