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TV방송은 먹방을 지나 쿡방이라고 하지요.
지상파는 물론 종편에 이르기까지 엄청납니다.
다양한 요리법으로 또 황금레시피를 자처하는 맛집과 셰프들이 넘쳐 납니다. 그리고 저는 출연진들의 혀의 감각은 제 혀와는 사뭇 다른지 담백하고 깔끔하고 감탄사를 연발장전하고 바쁘더군요.
저는 사실 맛있다 맛없다로 구뷴합니다. 거기서 맛은 없는데 나의 몸에 필요한 것과 맛은 있는데 내 몸을 상하게 하는 것 정도의 구분이지요.
음식을 만드는 것도 "과유불급"의 원칙이 정확합니다.
어쩌다 간장통을 비울 욕심에 그 조금을 더 넣는 순간 맛을 버리게 되지요.
지금은 홈쇼핑이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각종 요리도구 또한 넘쳐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도구와 황금레시피가 어릴적 추억의 맛을 느끼게 하지는 않습니다.
제 부모님은 참 사소한 것으로 다투셨는데 아버지는 배추나 각종 야채들을 되도록이면 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맛을 버린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미제 믹서기가 얼마나 좋은데 맷돌만을 고집하는 아버지와 항상 티격태격 하셨는데 제 어린 마음에 굳이 방법론의 차이로 여자가 하는 것에 잔소리하는 아버지도 이해불가이고 또 그리 싫다는데 걍 해주면 될일을 끝끝내 우기는 어머니도 답답했지요. 아버지 안계실때 믹서기로 콩갈고 걍 맷돌로 했다고 하던지 ~~
암튼 이해블가 한쌍이었지요.
세월이 흐르고 그 아버지의 고집스런 입맛이 저 또한 맛이 있다는 것이지요. 저도 모르게 아버지의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배추는 손으로 찢어서 요리하고 각종 채소류 또한 단단하지 않은 경우 칼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그 기나긴 부모님의 다툼에 아버지를 승자로 만들었습니다.
부모님의 요리법에 관한 말다툼은 김장철이 되면 완전 절정에 이르게 되지요.
아버지는 적당량의 백김치를 담궈야 하거든요.
국물이 생명인 백김치 일단 양배추와 황태머리로 하고
배를 배숙처럼 찜통에 쪄서 체에 걸러 준비하고 여기에 더덕을 갈아 무우채와 밤 실고추 등으로 속을 마련합니다. 절인 배추 겉 잎에 이쑤시개로 찔러 고추씨의 맛이 베이도록 고추씨를 쪽파로 묶어 백김치를 완성하구요. 또 늙은 호박을 김장 할때 남은 무를 김치 포기 사이에 넣듯이 해서 김치찌개를 끓여 먹도록 하고 동치미 무보다는 작고 알타리 보다는 큰무를 칼집을 무사이에 넣고 오이소박이처럼 쪽파를 밴댕이젖으로 간을 해서 하는 무김치 등등 이 모든 게 어머니와의 일련의 다툼거리인 것이지요.
또 김장이 마무리 되면 보통은 김치속과 배춧국을 끓이지만 저희 집은 뜬금없이 닭*집을 배추 겉잎과 생강한쪽 여기에 계피 약간을 넣고 쪄서 배추속과 먹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진 잘 진행이 되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있죠. 그렇게 어머니가 싫어하는 소곱창을 깨끗이 씻어 무우꼬랑지 남은 것과 다시마를 넣고 끓인 물에 살짝 익히고 물기를 체에 받쳐 뺀뒤 곱창안에 가래떡을 궁중떡볶이처럼 양념하여 넣고 전을 부칩니다.
이 전으로 마무리해야 김장의 일련의 연중행사가 마무리되는 것인데 배추를 절이고 속 만들고 지친 어머니에게 전까지 부치라는거 진짜 간이 큰 것이지요.
요즘엔 존재하지 못할 유형이지요. ㅠ.ㅠ
아버지의 어머니 그러니까 제 할머님께서는 언제나 아무말 없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강조하는 아버지와
그 맛을 애터지게 관심도 없는 어머니에게 설명했던 아버지 !!
채식주의인 어머니에게 곱창씻기와 그런 일련의 일들과 맛은 너무도 무의미한데 ~~
먹을거리가 쓰나미처럼 밀리는 요즘 저 역시 아버지의 입맛에 따라 음식을 하는데 공부를 하고 나와 맞지 않는 건 재료에서 제외하다보니 그 옛적 맛은 아닙니다.
가끔씩 제 올캐가 안쓰럽지요. 오빠 역시 아버지 아들이니까요. 저야 음식을 직접 하니까 ~ 하지만 제 아이 둘이 제가 해준 것을 먹고 자랐으니 걱정이 되지만 홀로 어린나이에 월북하신 아버지와 분명 다르겠지요.
음식은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입으로 먹고 마음으로 소화를 시킨다고 하셨습니다. 제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황금레시피로 무장한 그 어떤 요리보다도 저와 친분이 있는 강*오 셰프의 요리도 제 입에는 어릴때부터 강력하게 제 몸에 체화시킨 제 아버지의 잔소리 레시피가 더 맛있답니다.
첫댓글 이북(?)사람들이 입맛이 까다롭지요....저희 아버지도 이북사람이었는데 냉면을 아주 사랑하셨습니다. 늘 하시는 말씀이 아주 추운 겨울밤에 동치미의 얼어있는 국물에 국수를 말아 드시는 맛을 어머니께 주문 하시곤 했는데 전라도가 고향인 엄마도 손맛이 아주 좋았지만 그 주문에 충족할수는 없었지요....음식은 추억이니까요....
어머니께서대단하신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