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오기 전 시코쿠에 가고 싶어
앰뷸런스를 타고 가는 네가 나에게 말한다 그곳의 숲들
은 모두 이어져 있대 마을 입구에 세워진 석상을 보고 알
수 있는 거지 사원으로 가는 길이 하나인 거야 나는 너에
게 꼭 그러자고 대답한다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아서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다 그럴 거야 그런 말을 하며 긴 밤을 함께 걸었으니까
여름엔 어떤 곳을 가도 길이 다 이어져 있는 것 같다 너의
말대로 장마가 길어지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옥
상에서 떨어져 길 한가운데에 빗물을 맞으며 한참 동안 누
워있는 사람도 있다 그 모습을 떠올리다
눈을 감았다 떠도 매미가 창가에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구나 생각하게 된다 정말 끈질기
게 붙어 있다 정말 끈질기게
네가 웃는다 내 손을 꼭 잡는다 너는 이미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알고 있다 그 옥상엔 대규모 정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네가 사라진 자리엔 안전모를 쓴 인부가 어
느새 바닥을 두드리고 있다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매미 소리와 빗소리와 망치 소리가 들리는 여름
잠에서 깨어나 물 한잔을 마신다 창문을 열자 길게 숲
길이 이어진다 비구름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소매를
반쯤 접은 인부들이 망치를 들고 숲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
원에서 피우는 향냄새를 맡으면서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민음사,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