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던가.
모든 것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서, 집착의 허망함이 뚜렷하다.
여러 가지 원소가 모여 하나의 특정한 형체를 이룬다.
그 형체는 다시 허물어져 가는 과정을 거쳐서 원래의 원소로 돌아간다.
16년을 넘게 나의 발이 되어준 아반떼 자동차를 바라보는 심정이 착잡하다.
그토록 활력이 넘치고 잘 달렸지만, 내 나이 먹은 탓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고속도로를 타지 않는다.
이 아반떼는 현대 프레스토, 소나타에 이어 나의 3번째 소유 차량이다.
탈 만큼 탔으니깐, 이젠 운전면허증을 반납해야지...
하지만 우리 내외(內外) 동네 병원 가고 마트에서 물건 구입한 것 나르는 일은 누가 해주나...
청각장애로 듣는 것이 좀 어렵지, 시력(視力)은 차를 운행하는데 괜찮다.
동네에서 차를 몰고 다닌다.
그런데 운전면허증이 23년 말(末)로 유효기간이 끝난다. 이 면허증으로 5년간 써먹었다.
위에서 말 한 필요성에 따라 운전면허증 갱신 신청을 냈다.
이번엔 법이 바뀌어 고령자에게 3년을 내준다. 소정의 절차를 밟고 갱신면허증을 받았다.
26년 말까지는 운전할 수가 있다.
그때가 되면 면허증을 반납할 것이고 더는 면허를 받지 않을 생각이다.
동네 좀 떨어진 곳에 야트막한 산이 있고 광장(廣場)이 있다.
산에 나무가 있어 가물어도 물이 졸졸 흘러 내려온다. 그 밑에 물받이 시설을 해 났다.
차들이 와서 세차(洗車)하는 것을 방지, 감시하기 위해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나는 CCTV 벗어나는 좀 떨어진 곳에 주차해 놓고 물통으로 서너 번 기러 나르며 세차를 가끔 한다.
아반떼 - 16년간 나의 발이 되어주었고 정이 들었다.
차를 세차하며 그간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함께 해왔음을 뒤돌아본다.
세월이 흘렀으니 얼마나 속이 골았을까.
함께 동고동락한 이 차를 어찌 단순한 물건 취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행무상의 입각하여 모든 형체를 허무는 것은 신의 뜻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그 형체를 끌어안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
세차를 하며 물이 뚝뚝 떨어지는 차를 보며 내 몸도 너와 같은즉,
어찌 생로병사가 인간의 일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