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마주 앉아 저녁을 먹다가 웃음이 나와 하마터면 밥알이 마누라 얼굴에
폭탄처럼 날아갈 뻔했다.
돼지고기에 새우젓이 나왔는데 문득, 이문구 선생 소설에 나오는 새우젓장수 이야기가 생각났던 것이다.
충청도 아줌마가 새우젓을 이고 다니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혀가 좀 짧았다.
"쌀, 보리 팔아 새우젓 사소오!" 하는 소리가 마치 "딸 보X 팔아 사우 X 사소오!" 같이 들리더라는 이바구엿다.
젓갈 중에서는 아마도 새우젓이 제일 값이 쌀 것이다. 물론 토하젓을 비싸지만.
얼마전에 돌아가신 이규정 선생님은 대학 4년 동안 자취 생활을 하면서
생활이 어려워서 반찬이라곤 거의 새우젓 한 가지로 때웠는데, 새우젓이 얼마나 독햇는지
양은 도시락이 몇 개나 삭아서 구멍이 났다고 했다.
지금은 너무 귀해서 먹기 어렵지만 젓갈 하면 고노와다, 대구아가미, 뽈라구젓, 갈치속젓이 생각난다.
오래 전에 배를 탈 때, 올멤버가 한국선원들이엇다. 광석 전용선으로 항로가 브라질- 유럽이엇다.
프랑스 됭케르크에서 선원교대를 하는데, 교대자가 10명이나 되엇다.
그래서 한국에서 갈 때 멸치젓 한 통, 새우젓 한 통을 가지고 갔다.
마지막으로 벨기에 브뤄셀 공항에서 내려 버스로 프랑스 됭케르크까지 가야 했다.
브뤄셀 공항에서 화물 검사를 하는데 내가 인솔 책임자엿다.
20kg 짜리 깡통에 든 젓갈이 뭐냐고 해서 , '솔티드 엔초비', '솔티드 스림'인데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해도 꼭 뚜껑을 열어보자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뚜껑을 열자 그 냄새가 온 사방으로 퍼졌다.
엽전들은 맛잇는 냄새지만 유럽인들은 기겁을 했다.
세관원은 코를 막고 손사래를 치며 얼른 뚜껑 닫고 꺼져라고 지랄발광을 햇다.
나는 히죽히죽 웃으며 "그래 봐라! 아까 내가 냄새 좀 난다 안 카더나!" 하며
꾸무적 꾸무적 뚜껑을 닫고 젓갈통을 밀고 나왔다.
이태리, 스페인에도 뼈를 발라낸 멸치 젓갈이 있는데 냄새는 별로 나지 않았다.
납작한 통조림 캔으로 포장햇는데 주로 피자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