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소신 당당히 밝히려고 공감하는 문구 적힌 옷 입는 등 소비자 취향 반영된 구매 늘어 롯데카드 `아임카드` 시리즈, 나홀로 여행족엔 `아임 욜로` 주로 가족챙길땐 `아임 하트풀`, 카드이름에 고객 가치관 담아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입은 재킷이 최근 화제였다. 텍사스주 멕시코 접경지역의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을 방문했을 때 입은 옷에 `난 정말로 상관 안 해, 당신은(I really don`t care, Do U)?`이라고 적힌 문구가 문제였다. `이민자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뜻 아니냐`는 지적에 "그저 기성복 재킷일 뿐이며 숨겨진 메시지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하루 만에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한 의류업체에서는 원래 문구와 반대로 `난 정말로 신경이 쓰여, 당신은(I really care, Don`t U)?`이라고 적힌 재킷 사진을 SNS에 올리는가 하면 `우리는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We should all care)`는 문구가 적힌 재킷을 입은 자유의 여신상이 불법 이민자 아동으로 보이는 소녀 손을 잡고 있는 일러스트도 등장했다.
정말 우연일까? 유명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밝혀진 영부인 재킷에는 어째서 그렇게 눈에 띄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걸까.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 올해 패션계의 화두는 `슬로건 패션(slogan fashion)`이었다. 올봄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모두 사랑이다(All is Love)`를, 패션 브랜드 디젤은 `용감한 세대(Brave Generatoin)`를 제시했다. 업체마다 상징적인 키워드가 적힌 의류를 앞다퉈 내놓았다. 디자이너는 의류, 가방, 텀블러 같은 제품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넣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문구가 적힌 제품을 착용하거나 SNS에 인증함으로써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고, 어떤 사람인지` 등을 표현한다. 슬로건 패션의 핵심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요즘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 또는 중요시하는 가치와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 현상과도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개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소비 개성을 보이면서 브랜드와 제품의 이름을 짓는 작업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 제품명을 개발할 때는 쉽게 기억에 남는 이름, 제품의 혜택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성향을 담은 매력적인 이름이 필수가 됐다.
최근 롯데카드는 새로운 `아임(I`m)` 카드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나다움`의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이 카드들은 각각 `마음껏 누리는 나` `가족을 챙기는 나` `위로가 되는 나` `즐겁게 지내는 나` `슬기롭게 지내는 나` `오늘을 즐기는 나`를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여행과 해외 쇼핑 등 현재를 즐기는 소비자에게는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가치이니 `아임 욜로(I`m YOLO)` 카드를 제안한다. 또 생활비와 교육비를 주로 지출하며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소비자에게는 `아임 하트풀(I`m Heartful)`이라는 이름의 카드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나다움`과 카드 이름을 일치시킴으로써 나를 닮은 제품으로 인식시키는 전략이다.
광고 속 메시지에서도 이와 관련한 뚜렷한 변화가 보인다.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고객들 삶의 방식을 포착해 사용자들의 생각 및 가치관에 브랜드 핵심 가치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는 지금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자는 `i♥i(아이러브아이)` 캠페인을 폈다. 사회적 고정관념에 맞서는 여성들 모습을 캠페인 영상에 담았다. 주위에서 성형을 권하지만 도드라진 광대가 스스로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여성, 결혼에도 때가 있다는 주변의 조언에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여성 등 `진짜 나`를 찾고자 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호평을 받고 있다.
여성, 자유, 행복이라는 브랜드 핵심 가치를 사회적 이슈 및 소비자들의 가치관과 잘 결부시킨 사례다.
최근 마케팅 캠페인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변화는 누구보다 자신의 사회적 가치관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 성향을 담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누군가는 브랜드 철학에 끌려서, 누군가는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히기 위해서, 누군가는 나와 닮은 브랜드가 좋아서 구매를 하고 사용하는 것이 현세대의 소비 방식이 되고 있다. 그런 소비자들에게 `가장 당신다움(the most your-ful)`을 보여줄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은 무엇일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