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도(蓮花島) [이미산]
흘러가는 순간이 당신이라면 나는 비를 머금은 눈망울
세간들의 이마가 젖는다 어둠이 자라 이른 저녁을 낳는다
이끼의 흔들림을 시간이라 부르니 천장까지 물이 차오
른다 당신과 나 사이 흘러가는 것들이 보인다
이르다는 말 속엔 자라는 비가 있다 돌아오지 않는 바
람이 있다
출렁거림이 수평선을 지운다 물기 머금은 것들 기척도
없이 다녀간다 모래 위에 놓인 신발처럼 고요한 처음
연화야 부르면
돌아보는 눈망울 흔들리는 연화(年華) 우두커니가 된
하념(下念)
비행을 마친 새들이 정성껏 발을 닦는다
- 궁금했던 모든 당신, 여우난골, 2022
* 환상의 섬 연화도가 주인공일까. 아니면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주인공일까.
둘 다 주인공일 것 같다.
사랑의 네 단계는 이렇다. Like, Believe, Love, Need.
Like는 그냥 좋아하는 단계이다. 왠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좋은 마음.
Believe는 어느 정도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 신뢰가 조금씩 쌓인 마음이다.
Love는 믿음이 가서 안전하다고 느끼며 Touch를 해도 좋다. 존 레논이 Love is Touch라고 노래했다.
Need는 나는 당신을 필요로 해. 인생의 동반자가 될 충분한 자격이 있어. 자, 자격증을 줄께!
이 네 단계를 지나다 보면 이 시간들이 화양연화와 같다.
그런데 세월이 한참 지나 화양연화를 뒤돌아보면
지금은 한없이 초라하고 한없이 망가진다,가 아니고 망가질 수 있다.
개연성만 말하고 말아야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아봐야 속만 아프다.
아뭏든 연화도에서 화양연화를 보냈다면 새들처럼 정성껏 발을 닦고 또 어딘가에 있을 다음 세상에서
새롭게 화양연화를 꿈꾸어 보자.
'시절은 흘러가고 꽃은 시들어지고/ 나와 그대가 함께였다는 게/ 아스라이 흐려져도'
양희은이 부른 '꽃병'처럼 돌아본 화양연화는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