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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惡靈)퇴치시리즈] 조커를 죽여라 / (draw a line 2 : 피를 부르는 랩소디[下])
by. 모티프
밤은 깊었다.
마을에서 불빛은 찾아볼 수 없이 어둡고 고요했다.
그러나 웅장한 대성당에선 눈부신 불빛이 주위를 비췄다.
거대한 별이 제 빛을 뿜는 것처럼 화려하고, 만인의 웃음소리와 경쾌한 소나타가 벽을 뚫고 세어나왔다.
가면 무도회는 시작되었다.
# # #
앨런은 조르딘이 잡혀간 이후 성당안에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아무도 자신을 돕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 앨런은 행동을 조심하면서도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분주했던 오전과 달리 밤은 여유의 향을 풍기었다.
무도회의 시작을 알리는 협주곡이 울리며 축제는 시작되었다.
화려한 색(色)의 석재가 문양을 그려낸 대리석 바닥은
금빛의 기둥들에 반사되어 눈이부셨고,
걸려진 거대한 샹들리에는 사치스러움을 한껏 드러냈다.
풍만한 치마와 가슴이 파인 화려한 드레스는 누가 제일 아름다운가를 뽑는 듯 부인들의 나신 위에 입혀져 있었다.
신들이 존재하였다면 , 그들의 만찬도 이렇게 화려할 수 있었을까.
신을 모시는 대성당에서 쾌락과 유흥을 도모하는 파티를 한다는 모순이 사람들을 더욱 자극시키는 것인지도 몰랐다.
제가 입고 있던 검정 턱시도에 보기좋은 리본을 맸다.
가면 무도회의 이름만큼 여러종류의 가면이 준비되어있었다.
그 중에 블루 사파이어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깃달린 마스크를 앨런의 얼굴위로 쓰자 완벽한 변장이 되었다.
화려하게 빛나는 샹들리에가 무색할 만큼
화려함 그 자체의 무도회장에서 앨런은 붐비는 사람들을 뒤집고 다녔다.
가면을 쓴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같아 보인다.
가면의 뒤로는 부관, 귀족을 비롯하여 남창 등의 여러신분이 뒤섞였지만 그들은 전혀 서로를 알지못한다.
가면속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어쩌면 알리고 싶지 않는 자의식도 감추고
허황된 진실속에 달콤한 하룻밤에 취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얼굴을 절반이나 가리고 있었지만 조커 바이러스의 반점은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을만큼 짙은 색깔이었다.
바이러스의 색소침착으로 검은색소가 과다하게 분비되어 조커의 표정을 연상시키는 얼굴에 드러나는 반점.
여태껏 앨런이 살펴본 여자들에게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가리는 가면아래로는 깨끗한 뺨과 하얗게 드러나는 치아가 웃고 있을 뿐이다.
갑자기 조명이 어두워지고 불빛이 한곳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돋울 쇼가 시작했기 때문이다.
광할한 홀 중앙에서 집중된 조명을 받은 무대가 펼쳐지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앨런 또한 암흑속에서 밝혀진 무대 중앙을 쳐다보았다.
제복을 갖춰입은 군악대가 계단을 올라 그 자리로 오더니, 곧 화려한 악기연주가 시작되었다.
나팔과 호른을 비롯해 허리춤에 매어진 작은북이 두드려지며 경쾌하게 성당 홀을 울렸다.
" 어느 가(家)의 누구시죠? "
언제부터 제 옆에 있었는지 낯선 남자가 앨런에게 묻고 있었다.
한참을 무엇을 찾는 듯 바쁘게 돌아다니던 앨런이 누군가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는 앨런을 몰아세우지 않았지만 의심을 가진 눈을, 앨런은 읽을 수 있었다.
" 저는.. "
" ..... "
" 오닐(O'Neill)가에서 외국으로부터 초청받아 왔어요. "
제멋대로 내뱉었다.
오닐(O'Neill)은 자신이 읽었던 수필의 명문저자였다.
정신없는 연회로 바쁠중에 자신을 의심할 눈이 있었다는 것에 가슴이 철렁했다.
쇼는 열렬한 환호속에 군악대의 연주가 끝나고 다음 무대가 이어지고 있었다.
칼집을 매고 흰 장갑을 낀 턱시도의 남자들이 다음 무대를 올랐다.
" 괜찮으시다면 그 초청장을 봤으면 하는데요.. "
" ...... "
" 아니면 그녀를 죽이라하던 의뢰서를 보여주시던가, "
" ...!!!!!!!! "
앨런은 심장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다.
그가 말하는 그녀와 의뢰서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동일한지의 여부가 의심됬다.
이 자는 누구인가. 단순히 교황이 파티에 풀어둔 지배인인가,
아니면 그녀, 제르엘라가 자신을 위협할 위험을 경계하기 위해 풀어둔 파수꾼인가.
단순히 파티의 순탄한진행을 감시하는 지배인이라고 하기엔 그가 말한 의뢰서가 무엇을 뜻하는지 의심됬고
기분나쁠정도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저 표정은...
서로를 쳐다보던 시선을 먼저 거둔 것은 앨런이었다.
앨런은 복잡한 사람들의 틈속에 뛰어들었다.
사나워진 눈으로 변한 낯선 그가 곧바로 앨런을 뒤쫓았다.
어둠속에서도 그는 앨런을 바짝 쫓아왔다.
화려한 복장의 부인들과 어깨를 부딛쳐가며 사이를 헤집고 도망쳤다.
조르딘이 감옥에 갇혀있는 이상, 또 아직 악령을 퇴치하지 않음은 물론이거와 악령의 주본인인 제르엘라도 찾지 못한 지금,
앨런은 성당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자기를 쫓는 그 낯선남자를 일단 따돌려야 했다.
하지만 그를 따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바짝 쫓아온 그는 칼을 뽑아 앨런의 어깨를 찔렀다.
그러나 꽂히지않고 빗겨간 칼날은 소매를 그었고 앨런은 뒤를 돌아보았다.
군중속에서 거리낌없이 칼을 내미는 행동.. 누군가를 쫓고 그 사람을 거리낌없이 칼로 벨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 위에서 지시했기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니 지시한 명령에 금이가는 행동을 하고 있는 자가 있다면 막으라고.. 어떤 수단을 써서든..
보통사람은 소득없이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하진 않지.
무대에선 검술공연이 막 시작 중이었다.
군악대 다음으로 무대에 올라선 흰 장갑에, 턱시도를 입은 남자들의 얼굴엔 하얀마스크가 씌워져있다.
곧 그들은 칼집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악사들의 교향곡연주는 그들이 마치 기사단처럼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벌써 그어진 소매가 벌어지고 있었다.
날카롭게 휘두르는 칼이 앨런을 위협했다.
좁은 공간에서 그는 주변인이 눈치챌 수 없을만큼 날렵하게 칼을 놀렸다.
도망치던 앨런은 중앙에 있던 무대까지 다달았다.
어쩌다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왔는지 모르겠지만 양옆으로는 부인들이 몸을 밀어댔고 뒤는 무대벽으로 막혀있다.
앨런을 쫓던 남자는 가면아래로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남자가 앨런을 향해 칼을 세게 겨눴을 때,
앨런은 무대위로 뛰었다.
고개를 들자 그 또한 뒤따라 무대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질긴 자식...
앨런은 칼집에서 딜라이트를 뽑아 들었다.
자신을 향해 내지르는 그의 검을 받아쳤다. 서로의 칼이 부딛치는 비명이 들린다.
갑자기 등장한 두 사람에 의해 관중하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지만 곧 쇼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환호하며 그들의 검술을 지켜보았다.
그 동안 무대에 서서 따분하게 칼의 묘기와 싸움을 연출하는 하얀가면의 턱시도들은 뒷전이었다.
갑자기 등장한 두사람의 칼싸움은 마치 진짜처럼 날카롭게 서로를 겨눴다.
이를 악 다물고 칼을 휘두르는 앨런이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점점 바이올린의 현이 사납게 울리고 비올라의 선율이 강렬해지면서 악장의 템포가 빨라졌다.
그만큼 오고가는 칼이 빨라졌다.
선두를 잡은 남자가 기어코 앨런의 오른팔을 긋고 말았다.
멈칫하던 앨런이 고갤 숙여 마저 날아오는 칼을 피하고 재빨리 왼팔로 딜라이트를 뻗어 그를 찔렀다.
그러나 찌른 것은 허공이었다.
딜라이트를 피한 그가 미끄러지듯 옆으로 다가서 앨런의 무릎을 베었다.
"..아!"
작은 신음을 토해내던 그가 반격으로 그의 왼쪽팔을 올려 베었다.
연주는 빠르게 휘몰아치며 클라이막스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뒤로물러선 그가 베인 왼쪽팔을 쥐고 떼자 선혈이 붉게 묻어있다.
손위로 묻어난 피를 쳐다보고는,제 앞의 무릎이 베어 일어서기 힘든 앨런을 쳐다본다.
빠르게 다가간 그는 검을 전보다 빠르게 휘두르고,막아치는 앨런의 딜라이트가 힘겨워보인다.
챙 ㅡ!
딜라이트가 강한 힘에 미끄러지고, 남자가 앨런의 얼굴을 가격했을때 정점을 이루던 연주가 동시에 끝나면서 조명이 꺼졌다.
조금 뒤에 조명이 다시 환하게 켜지고 사람들은 멋진 공연에 감탄하며 환호했다.
무대 위에 앨런은 없었다.
# # #
오른팔과 무릎이 베였다.
오른팔은 작은 생채기에 불과하지만 무릎은 꽤 깊숙히 베인 듯 욱씬거리고 식은땀이 난다.
조명이 꺼진 동시에 앨런은 재빨리 몸을 던져 무대를 벗어났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칼날을 생각했다. 그 칼날의 소리와 바람은 정교했지만 머리를 뚫지 못했다.
앨런은 칼이 제 얼굴을 관통하려던 순간 간신히 고개를 틀었고 빗겨간 칼이 가면을 부셨다.
이층으로 몸을 옮긴 앨런은 바람이 들어오는 한사람분의 작은 테라스의 기둥에 기대었다.
후우..숨을 몰아쉬며 커튼 뒤로 몸을 감추었다.
그는 누구였을까.. 독보적으로 행동하기엔 그의 행동이 너무 대담했다.
그녀를 지칭하는 듯한 말투.. 그가 보여달라는 의뢰서가 조르딘이 받은 악령퇴치 의뢰서라면..
그는.. 제르엘라, 그녀의 수하가 분명했다.
앨런은 허무하게 웃었다.
조르딘이 없으니 이꼴이다.
단순히 쉽게 악령이 몸을 내어주며 자신을 베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악령은 제자신을 지키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제가 차지하고 있는 몸뚱이를 뺐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일방적인 사냥이 아닌,사냥꾼과 악령의 싸움인 것이다.
그녀가 아니, 그녀의 몸을 빼앗은 악령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 남자같은 이들은 얼마나 풀어뒀는지 모른다.
그들이 날 베기전에 내가 먼저 그녀를 찾아 베는 수 밖에.
목에 감은 리본을 풀자 꽤 적당한 넓이의 천이 나왔다.
그것을 걷어부친 다리에 감고 지압했다.
금새 천이 붉게 물들었다.
빨리 그녀를 찾지 않으면 이만한 상처보다 더 한 것을 받을 지 모른다.
조르딘도 구할 수 없게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 그의 시야에 한 여인이 들어왔다.
부드러운 금발과 하얀레이스에 금실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그녀 역시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얼굴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그녀는 홀로 2층복도에서 1층의 무도회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단번에 그녀가 제르엘라라는 의심이 들었다.
바이러스 반점을 가리기위해 얼굴을 모두 가릴 수 있는 가면..
그렇다고 의심만으로 그녀를 향해 칼을 겨눌수도 없고..
아..! 결국 앨런이 무릎의 통증에 주저 앉았다.
그를 발견한 그녀가 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앨런의 어깨를 잡으려는 그녀의 목에 딜라이트가 겨눠졌다.
" ...당신이 ..제르엘라인가.. "
" ..... "
" 가면을..... "
제르엘라라면 가면을 벗고 이 검에 조용히 베여.
식은땀이 앨런의 턱을타고 목으로 흘렀다. 이가 갈리는 소리가 입안에서 느껴졌다.
손을 거두고 제 얼굴에 가져간 그녀의 하얀손이 자신의 가면을 벗겼다.
가면을 벗은 그녀의 얼굴은 조커 바이러스의 반점이 없었다.
영롱한 초록색의 눈동자가 제 자신을 안쓰러운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 괜찮으세요..? "
그녀가 자신에게 기대버린 그를 안고 일으켰다. 곧 방으로 그를 부축해 들어갔다.
침대에 뉘운 앨런의 다리의 상처를 본 그녀는 곧 치료를 위한 도구를 가져오더니 그를 치료했다.
" 어쩌다가 이런 상처를.. 신경에 잘 드는 약을 발랐으니 곧 통증이 완화될거예요. "
앨런은 치료된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아까보다 훨씬 편안한 느낌이다.
" 저는 엘레나에요."
묻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앨런을 쳐다보며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 당신이 찾는 제르엘라는 저희 어머니시구요, "
..!!
앨런은 잠시 놀란 눈을 하였다.
" 당신은 악령퇴마사지요? 누군가의 습격으로 이렇게 다치신 거구요. "
" .... "
" 무도회가 열릴때마다 죽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
" .... "
" 악령퇴마사. 그들이 저희 어머니를 치료하러 왔다가 무슨 영문인지 죽은 채 발견되요. "
여태까지 무도회에서 희생된 자들이 나와 같은 악령퇴마사라고..?
그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그녀가 놓은 덫인걸까.
아마도 나를 공격하던 정체모를 사내를 볼때는 후자가 맞는 듯 한데..
오히려 그녀가 악령퇴마사를 사냥하고 있단 말인가...
" 운이 좋았군요. 그 사람들처럼 죽고싶지 않으면 여길 떠나요, 지금 당장. "
그녀가 경고하는 눈빛은 강해보였지만 여려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악령에 씌워졌다라..
그 기분은....
" 어머니는 어디계시죠? "
" 왜 물으시죠, 또 어머니를 노리면 이번엔 당신의 목이 날아갈지 몰라요. "
" 어차피 어머니의 악령을 퇴치하지 못하면 나갈 수 없어요, 제 사부가 갇혀있는 감옥의 열쇠를 그녀가 쥐고있으니까.. "
그녀는 다소 놀란 듯 보였다.
" 퇴마사가 당신말고 또 있나요? "
" 네. 저희 사부가 당신 어머니 악령을 퇴치하기위해 왔다가 그녀가 눈치채, 교황께서 그를 가두셨어요. "
" ..할아버님께서 옳은 선택을 하셨네요. 그를 그냥 두었다간 눈치챈 어머니가 그를 죽였을테니까요. "
갇혀서 아무런 힘도 못쓰는 악령퇴치사는 겁낼 것이 없었겠죠, 저희 어머니는.. 엘레나가 중얼거렸다.
" 사부님만이 제르엘라, 그녀를 구할 수 있어요. 그를 빼내올 방법이 있나요? "
앨런은 어느새 자신을 치료해준 그녀에게 말을 터놓고 있었다.
어머니가 악령에 걸렸던 자신과의 비슷한 모습이 눈에 보여서.
엘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말대로 진짜 감옥의 열쇠는 그녀가 쥐고 있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제르엘라가 어디있는지 말해주세요.
어차피 죽든살든 이곳을 빠져나갈때엔 제르엘라의 악령을 베고난 후라고 다짐했다.
나를 무심히 지나치던 조르딘의 감춰진 뜻을 이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굳은의지의 앨런의 목소리에 엘레나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 저를 따라오세요, " 씁쓸한 미소로 시선을 내린 엘레나가 몸을 일으킨다.
# # #
앨런과 엘레나가 도착한 곳은 1층의 방이었다.
사무를 보는 방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중앙의 홀보다는 또다른 공간이었다.
실크로 뒤덮인 방안에 또한 가면을 쓴 많은 사람들이 술과 음식에 취해있었다.
그 방을 통해 조금더 깊숙히 들어가자 통로가 나오며 여러갈래로 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 원래는 서적들을 보관하는 곳이었는데.. "
엘레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방에서 흘러나오는 남성과 여성의 신음이 들린다.
아마도 상대는 무도회장에서 처음만난 마음에 드는 파트너 일 것이다.
가장 신성한 곳에서 가장 불순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에 신은 얼마나 분노심을 누르고 있을까.
마지막 방에 다다른 엘레나가 따라오려는 앨런은 막아서며 기다리라고 했다.
그녀가 지금 이 방안에 있으면 당장이라도 들어가 악령을 퇴치해야 하는데, 엘레나의 말에 기다리는 자신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잠자코 기다리는것에 초조해서 문고리를 잡는 순간,
엘레나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의 손엔 열쇠가 들려있었다. 마치 감옥의 열쇠같은...
" 감옥 열쇠에요. 이걸로 당신의 사부를 꺼내고 함께 이곳을 나가요. "
" 제르엘라가 이 문 너머에 있다면 그녀의 악령을 퇴치하고 가겠어요. "
엘레나는 열쇠를 앨런에게 쥐어주며 얘기했다.
" 당신이 모를만큼 많은 어머니의 수하가 이곳에 있어요. 아까 당신을 공격했던 그 자들이 득실거린다구요. "
" .... "
" 그녀를 해치려고 하면 당신이 죽어요. 당신이 죽으면 당신의 사부는 어떻게 되죠? 이 파티가 끝난 후에 어머니가 그자를 꺼내 죽일거에요! "
그녀가 앨런을 밀치며 빨리 가란 듯한 재스처를 취한다.
죽는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엘레나말대로 자신이 죽게되어 사부님 또한 죽게되는 최악의 상황은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나는 몰라도 사부님은 절대 죽지않아.. 사부님도 내가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자신이 감옥으로 간 것이다.
조르딘은 나를 믿은게 아니다..자신을 믿은거야.
내가 이 일을 해결할 수 있고, 일을 마친후에 자기을 데리러 온다는 자신의 예견을 믿은것이다.
나는..
이 일을 마치지 않고서는 조르딘 곁으로 갈 수없어.
앨런이 미동이 없자, 엘레나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바라본다.
" 가요. 악령이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당신이 위험해..당신의 사부도..! 그 전 악령퇴마사들은 모두 죽었어요,
어머니가 눈치채기 전에 어서 가요..! "
" 아뇨, 사부님은 설사 내가 죽더라도 살분이에요. 내가 이대로 사부님한테 가면 오히려 화내다 죽을분이시죠. "
앨런이 문고리에 손을 대려하자 그 손위로 엘레나의 손이 겹친다.
" .. 저희 어머니는 아무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
" .... "
" 조커 바이러스에 걸리면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난동을 피우고..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바이러스에 걸렸지만 그런 적은 없어요. "
" .... "
" ..비록 저에게 난폭해지시고 이런 용서받지못할 연회를 열긴 해도... 사람들을 죽이는 괴물은 아니에요, 보통사람과 똑같아요.."
" 연회마다 죽인 악령퇴치사들은 사람이 아닌가요? "
" ...그건, "
" 어머니의 모습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겠죠, 그것은 어머니가 바뀐게 아니에요. 악령이 어머니의 모습을 뒤집어 쓴거라구요. "
" 저희 어머니는...! "
말을 다 잇지 못한 엘레나가 고개를 들어 앨런을 바라본다.
무언가 마음속에 차오르듯 애처로운 눈빛이 된 엘레나의 눈이 눈물로 흠뻑 젖었다.
" 아버지가 극심하게 어머니를 괴롭혔어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다른여자를 만나는 것을 수없이 보았고 참고, 또 참고.. "
" .... "
"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늘 버림받는 불쌍한 여자였어요.. 그렇게 늘 괴로워하다가... "
악령에 먹혀버렸겠지..
사랑은 제뜻대로 이뤄지지않을때 쉽게 변질될 수 있는 감정이다.
사랑이 뒤틀릴 때의 그것에 대한 아픔, 아픔을 견디려면 미워할 수 밖에 없다.
아픈이유도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을 미워하면 아픔을 견디기 쉬워지니까..
그리고 미워하는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커지면서 증오로 변하고,
증오가 분노를 낳아,
왜 자신의 사랑은 이모양인지 회의하며 처음의 감정은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증오와 분(憤).
그 증오가 제 몸안의 악령을 불러낸 것이다.
악령에 먹혀버린 제르엘라는 그 분(憤)을 이 가면무도회에서 털고자 했을 것이다.
쾌락과 노는것에 취하면서.
문을 열었다. 엘레나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더욱 확신이 생겼다.
그녀를 구하려면.. 이렇게 타락해가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몸 안에서 악령을 쫓아내 새 삶을 살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녀가 이대로 걷고있는 종착지는 파멸(破滅).
문을 열기 전 엘레나가 저지했지만 쉽게 그녀를 물릴 수 있었다.
눈물로 완전히 젖어버린 엘레나가 팔을 붙들고 애원했다.
" 저희 어머니를 해치지 말아요..제발. "
저 마음을 안다.
악령에 먹혀 달라진 제 어머니의 모습을 봐도, 자기의 어머니이기때문에.
자신의 눈에는 다를 거 없는 어머니에게 무기를 휘두르는 퇴치사를 어떻게 마음놓고 지켜볼 수 있을까.
" 구해요. 제가 당신의 어머니를 구할거에요. "
문을 열자 머리를 아찔하게 하는 향료가 코를 찔렀다.
거대한 침상에 드레스가 펼쳐져 있다.
드레스의 실루엣을 따라가보니 여태까지 본 가면중에 가장 화려한 가면을 쓴 여인이 있었다.
여신(女神)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가면에는 보기드문 토파즈와 붉은 루비가 환상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옆은 그녀에게 기댄 젊은 남자들이 뻗어 있었다.
앨런은 천천히 다가갔다.
제르엘라는 동요하지 않고 여유롭게 비단부채를 천천히 흔들었다.
웃고있는 가면속의 얼굴도 웃고있는지 알수 없었다.
어두운 방이라 열린 문에서만 빛이 들어왔다.
천천히 문이 닫히더니 빛이 차단됬다.
" 멍청하긴.. 살려주었으면 겁을 집어먹고 도망가야 했지 않느냐."
느릿하지만 조롱하는 말투로 입을 뗀 제르엘라가 물었다.
" 엘레나에게 그럴싸한 영웅행세라도 하셨나..? 나를 구해보겠다고."
앨런은 천천히 가면을 응시했다.
" 그렇게 말하고 비명횡사한 자들의 숫자가 몇이나 되더라. "
말끝을 길게 흘리며 비웃음을 날리는 제르엘라는 가면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녀의 얼굴위로, 바이러스의 표식의 검은 반점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뒤로 날아든 칼은 순식간이었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순간적으로 느낀 앨런이 간신히 허리를 돌려 피했다.
" 내가 너희같은 것들에게 쉽게 몸을 내어줄 것 같으냐? 얼마나 갈구해오던 몸이 내것이 되었는데..! "
딜라이트를 빼든 앨런이 날아든 칼날을 상대했다.
" 나는 무식하게 살인만 하는 다른 놈들과는 달라. 그렇게 하면 너희같은 거머리들이 들러붙을테니까.. "
딜라이트는 상대방을 베었지만 또 다른 상대가 어둠속에서 그를 덮쳤다.
" 살인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악령이라면 없애버려야 한다는게 너희들의 신조잖아? 그 위험을 막기위해서 내 곁에서 이렇게 지켜주는 이들을 모았지. "
앨런은 그 상대를 또 베었고 또 다른 상대와 싸웠다.
그녀가 마법이라도 부리는 건지, 정말 그녀가 자신을 보호하기위한 이들을 마련했는지,앨런을 그녀에게로 가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 나를 항상 지켜주는 마지막 수하의 이름을 알고있나. "
악령을 지켜주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그런 자들의 이름따위는 알필요도 없어..!
앨런은 검으로 모든 상대를 내친다음 마침내 그녀가 길게 누워있는 침상으로 올랐다.
" 엘레나. 나의 딸, 엘레나지. "
....!!!!!!
" 목숨이 붙어있는 악령퇴치사를 이쪽으로 데려오라는 지시를 내가 내렸지. "
" ..... "
" 하지만 나를 찾은 건 니가 처음이군. 꽤나 칼부림을 놀렸나봐..? 보이는 것보다 애송이가 아닌가보구나. "
달빛에 비추는 그녀의 모습은 우아했다. 짙은 눈썹과 속눈썹.. 오똑하게 뻗은 콧대와 살며시 웃는 입술..
검은 반점이 그녀의 얼굴을 망쳤지만 미모는 감추지 못했다. 중년의 나이인데도 고운 피부..
어째서 이런 여자가 남편에게 버림받은 것일까.
악령까지 탐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그녀의 심장을 내리꽂기만 하면 되는데...
무엇이 망설여지는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엘레나가 마지막 파수꾼..
그녀는 어머니를 지키기 위한 최선책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자신의 어머니를 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방으로 유인한 걸까.
무엇이 진실이냐에 상관없이 내가 망설여지는 이유는...
악령에 완전히 먹힌 듯한 그녀의 모습 때문이었다.
악령을 쫒아내도 그녀가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
얼마나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었을까. 저 악령은.
그녀가.. 살 수 있을까.
딜라이트를 쥐었지만 그녀의 심장위에서 방황할 뿐 베지 못하였다.
「 악령이 몸속을 지배한 순간부터 그 사람은 이미 죽은거야. 」
「 다른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줄 권리가 없는 것처럼 악령이 어떠한 행동을 취하듯, 절대 몸을 가지고 살 수 없는게 악령이야. 」
「 악령은 악령일 뿐이거든. 고통스럽고 썩어빠진 마음이 선(善)한 영혼을 짓누르고 몸을 억지로 빼앗은게 바로 악령이야. 」
악령만베고 생명은 베지 않기를...!
그때,칼을 치켜드는 앨런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앨런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쓰러지는 건 앨런이 아닌 어느새 자신이 대신 칼에 베인 엘레나가 쓰러져있었다.
" ..엘레나..!!!!!!!!!!!! "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외치고 다가선 것도 의외의 인물이었다.
세상이 무너질 듯한 얼굴을 하고 엘레나에게 다가선 건, 제르엘라.
앨런은 그녀에게로 뛰어드는 제르엘라를 베었다.
# # #
눈을 뜨니 병실이었다.
새하얀 침대위에 눞혀져있었다.
제르엘라를 베고.. 자신도 함께 쓰러진 것 같다.
" 잘 이행했구나. "
고개를 돌려보니 조르딘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고있었다.
" 제가.. 제르엘라의 악령을 쫓아냈나요..?"
그녀를 베었지만 그 후의 기억이 아예없다.
" 그녀의 악령은 이제 없다. "
" 살았나요...? "
그녀가.. 살아있어야만 해.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면, 나처럼 잃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살아야 할 사람이 있어.
" 잘 베었더구나. "
" ..... "
" 악령만 잘 베었어. 그녀는 다시 돌아왔어. 악령이 심할 정도는 아니었던 거지. 그녀도, 그녀의 딸도 모두 잘있어. "
조르딘의 말에 일순간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 제법 몸을 잘 단련한 모양인데. 네가 왜 이곳에 실려왔는지 안다면 아주 재미있을거다. "
" .....? "
" 몸의 근육이 모두 소진되어 탈진한거야.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 지경까지 간거냐."
말을 하자면 길죠.. 앨런이 미소지었다.
간호사가 들어와 앨런에게 편지를 주고 갔다.
병실로 온 것으로보아 자신이 꽤나 누워있던 모양이었다.
- 앨런에게
네 이름이 앨런이란거 조르딘에게 들었어.
나이도 나와 비슷하다니까 말 편히 할게.
일단 고맙다는 얘길 해주고 싶어.
지금 너는 병실에 있겠지?
나도 병실에서 눈을 떴는데 꿈인가 싶더라니까.
눈을 떴는데.. 내 옆에 엄마가 계셨어.
예전처럼 따뜻한 눈으로 나를 보는 엄마는 정말 오랫만이라 꿈이라 생각하면서도 눈물이 다 나더라.
근데 그게 꿈이 아니었던거야.
네가 우리엄마를 구한거야. 나는 쓰러져서 기억이 잘 나지않지만 엄마가 모두 얘기해주셨어.
교황님도 감사해하시고..
베였던 무릎은 괜찮니? 나도 처음 베여봤는데 정말 아프더라, 아직도 등이 화끈거려.
하지만 넌 건강해보이니 곧 회복하겠지, 벌써 병실에 없을지도..? 아, 그러면 내 편지를 받지 못하는데..하하.
네가 편지를 읽을 때 쯤이면 난 엄마와 여행을 출발하는 중일거야.
멋있는 곳을 세계여행 할거야.
우린 서로 여행 중일테니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이런 날을 선사해준 너에게 정말로 감사해.. 고마워. 안녕..
- Dear 엘레나
편지를 모두 읽은 앨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악령이 씌워져도 본래의 마음이 남아있다는 걸 처음알게됬어.
네가 나 대신 칼에 맞고 쓰러질 때 너의 이름을 불렀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니, 엘레나..?
앨런은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쳐다보았다.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하늘이 쾌청하고 눈이 부시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이 곳을 떠나 더 아름다운 곳에서도 만날지 모를 그 날을 기다리며.
-[악령(惡靈)퇴치시리즈] 조커를 죽여라 / (draw a line 2 : 피를 부르는 랩소디)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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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편 너무 길게됬네요
필꽂혀서 막쓰다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좀달아주세요 ㅋㅋㅋㅋ
판타지무협방 너무 썰렁해 ㅋㅋㅋㅋㅋㅋ
여러분이살아잇단걸보여주세요
땡쓰투좀 해보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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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슈퍼돼지™ 님 : 처음으로 댓글달아주신분 ㅠㅠ저의 글에 애정을 가지시고 읽어주신분♡한편한편마다 세세한 감상평 감사드려요!!!!!!
Saybe 님 : 프롤로그에서 주제부분 칭찬해주셔서 고마워요!
농뷔 님 : 지적두해주시고 장난두많으신듯ㅎㅎ고마워용^^!!!!!또 잘못된부분있으면 말씀해주셔요:D
싸부 님 : 다음엔 한뚝배기말고 다른감상평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N.엔 님 :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이번편은 어떠셨나요ㅎㅎ
watupyo 님: 제소설에 관심주셔서 감사해요ㅎㅎ
첫댓글 몸의 근육이 모두 소진되어 탈진한거야.... 이건 근육의 힘이 모두 소진되어.. 정도가 적당할 듯 싶습니다.
근육이 모두 소진..된다면 정말 끔찍할꺼에요. 우리 뚝배기의 행로에 무한한 역경(+_+)이 깃들기를..:D
그렇군요, 문법상으론 맞지만 그냥 구어적으로푼것뿐이니까요 :)
오오~ 이번편은 해피엔딩 이었어요~ 칼싸움에 두근두근 거렸습니다~ㅋㅋㅋ 재밌게 읽었어요~ 다음편도 쭉쭉 써주시길~^^
감사합니당>_<!!!!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제르엘라가살아서다행에요!! 읽으면서 혹시 엘레나가 막 공격한다거나 그러면어쩌지?! 두근두근하며 읽었답니다♥ 요번편도 두근두근콩닥콩닥! 재밌었어요!!
감사해요 ㅠㅠ!!!! 두근두근하셨시고 재밌으셨다니 ㅠㅠ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