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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 舊 迎 新
李永日·高櫻子 拜上
✺ [漢詩를 영화로 읊다] 또 한 해를 보내며
|흐르는 세월 아쉽지만…
| 시간에 연연하지 말고,
| 사진처럼 기억하기를.
영화 ‘스모크’에서 담배 가게 주인 오기는 매일 오전 8시 가게 앞 정경을 사진 찍는다. 돌꽃컴퍼니 제공
2023년 달력의 끝이 다가온다. 송나라(宋-) 소식(蘇軾, 1037∼1101)은 1062년 연말 동생에게 부친 시에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이렇게 썼다.
✺ 別歲(별세 : 세밑에 함께 모여 술을 마시며 묵은해를 보냄)
친구는 천 리 먼 길 떠나갈 때도,
헤어질 땐 머뭇거린다네。
떠난 사람이야 돌아올 수 있다지만,
가버린 세월을 어찌 쫓아갈 수 있을까?
세월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멀리 하늘 끝에 있어서。
이미 동쪽으로 흐르는 물 쫓아,
바다에 도달해서 돌아갈 기약 없다네。
동쪽 이웃집에선 술 익었다 하고,
서쪽 집 돼지도 살 잘 올랐다니。
오늘 하루 모여서 즐겁게 지내면서,
잠시 하루 동안의 슬픔을 위로한다。
묵은해와 이별한다 탄식하지 말게나,
시간 지나면 새해와도 헤어질 테니。
뒤돌아보지 말고 멀리 떠나가게나,
노쇠는 그대에게 돌려보내리。
故人適千里 고인적천리, 臨別尙遲遲 임별상지지。
人行猶可復 인행유가복, 歲行那可追 세행나가추?
問歲安所之 문세안소지, 遠在天一涯 원재천일애。
已逐東流水 이축동류수, 赴海歸無時 부해귀무시。
東鄰酒初熟 동린주초숙, 西舍彘亦肥 서사체역비。
且爲一日歡 차위일일환, 慰此窮年悲 위차궁년비。
勿嗟舊歲別 물차구세별, 行與新歲辭 행여신세사。
去去勿回顧 거거물회고, 還君老與衰 환군노여쇠。
―소식(蘇軾, 1037∼1101·宋)
* 別歲별세 : 守歲수세와 같은 말
* 故人 : 오랜 친구, 옛 친구
* 適적 : 맞다, 가다
* 遲지 : 늦다
* 遲遲지지 : 몹시 늦다, 천천히, 느릿느릿
* 安안 : 어디에
* 之지 : 가다
* 逐축 : 쫓다, 따르다
* 東流水동류수 : 강물(중국의 강물은 모두 동쪽으로 흐른다)
* 赴부 : 다다르다
* 彘체 : 돼지
* 且차 : 잠시, 감탄사
* 窮年궁년 : 한평생
* 辭사 : 작별하다, 말하다
* 去去거거 : 떠나다, 점점 멀어지다
옛 풍속에 세밑이 가까워질 때 친지와 더불어 마시고 즐기며 한 해를 보내는 모임을 ‘별세别歲’라고 불렀다. 오늘날의 송년회를 연상시킨다. 시에선 세월을 사람에 빗대어 친구와 달리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떠나가는 세월의 덧없음을 표현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을 세월에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풀어낸 것도 인상적이다. 동생에게 준 해지킴을 읊은 시에서도 구렁으로 들어가는 뱀을 묶을 수 없다는 비유로 세월의 불가역성을 강조했다.(‘수세守歲’)
시인은 송년 모임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좋은 술과 음식으로 즐겨보지만 서글픔은 가시질 않는다. 마치 물이 흘러가듯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시간이 지나면 새해도 떠나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간의 흐름에 예민해서 늙어 갈수록 새 달력 보기가 두렵다 ‘除夜野宿常州城外제야야숙상주성외’ 중 “老去怕看新曆日노거파간신력일”고 읊기도 했다.
폴 오스터(Paul Benjamin Auster, 1947- )의 소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Auggie Wren's Christmas Story)’를 원작으로 한 웨인 왕(Wayne Wang:王穎, 1949-) 감독의 ‘스모크(Smoke)’(1980년)도 시간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담배 가게 주인 오기는 14년 동안 가게 앞 같은 자리에서 매일 오전 8시 사진을 찍는다. 소설가인 폴이 비슷한 사진을 반복해서 찍는 이유를 묻자 오기는 똑같은 날처럼 보이지만 하루하루가 다르다며 4000여 장의 사진을 천천히 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하루하루 정해진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천천히 기어간다”(셰익스피어, ‘맥베스’)고 속삭인다.
시에선 시간의 섭리이니 안타까워 말라고 하지만,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만큼은 어쩔 수 없다. 해바뀜에 연연하거나 세월의 속도에 무기력해지기보다 오기가 찍은 사진처럼 지난 시간을 기억하고 되새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歲晩三首세만삼수:세밑에 지은 3수/ 蘇軾소식
가우嘉祐 7년(1062), 소식蘇軾이 초임지 봉상부鳳翔府에 있을 때 지은 작품인데 원래의 제목은 아래와 같이 서문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길다.
歲晩相與饋問爲饋歲세만상여궤문위궤세; 酒食相邀呼爲別歲주식상요호위별세; 至除夜達旦不眠爲守歲.지제야달단불면위수세.
세밑에 서로 선물을 주며 안부를 묻는 것을 ‘궤세饋歲’라 하고 술과 음식을 함께 나누며 요란스럽게 보내는 것을 ‘별세別歲’라 하고 섣달 그믐날 밤부터 다음날인 새해 아침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것을 ‘수세守歲’라고 한다.
蜀之風俗如是촉지풍속여시. 余官於岐下여관어기하, 歲暮思歸而不可得세모사귀이불가득, 故爲此三詩以寄子由고위차삼시이기자유.
촉 땅의 풍속이 이러한데 내 임지가 기산 아래 있어서 한 해의 끝에 고향이 그리워도 가볼 수 없는지라 아우 자유에게 보내려고 이렇게 시 세 편을 지었다.
* 饋歲궤세 : 세모에 서로 선물을 보내는 것을 가리킨다.
* 饋問궤문 : 선물하다. 선사하다. 드리다. ‘餽問’으로도 쓰는데 ‘餽’는 ‘饋’와 같다. 진晉의 주처周處가 쓴 《풍토기風土記》에서 “蜀之風俗, 歲晩相與饋問, 謂之饋歲(촉 지방의 풍속에 세밑에 서로 선물을 보내는 것을 일러 ‘궤세’라고 한다).”라고 했다.
* 邀呼요호 : 큰 소리로 부르다.
* 別歲별세 : 세밑에 함께 모여 술을 마시며 묵은해를 보내는 것을 가리킨다.
* 達旦달단 : 하룻밤 내내. 날이 밝을 때까지.
* 守歲수세 : 세밑 밤에 잠들지 않은 채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것을 가리킨다.
* 岐下기하 : 기산岐山 아래. 기산은 산시성陝西省 기산현岐山縣에 있다.
* 子由자유 : 소식 蘇軾의 아우 소철蘇轍의 자.
✺ 饋歲(궤세)
한 해 농사 저마다 모두 거두고 ,
서로 도와 해마다 지내는 제사 지내네 。
좋은 일과 나쁜 일 함께 오지 않도록 ,
돈 같은 것 안 따지고 물건을 빌려 쓰네 。
산과 강 사는 데 따라 산출물을 내고 ,
형편 따라 큰 것과 작은 것을 청하는데 。
큰 잉어 소반 위에 가로 벌여놓고 ,
바구니 열어보니 토끼 두 마리 누워있네 。
부자는 호화로운 것을 섬겨는 이들이라 ,
색실로 수놓은 방석 위에 앉아 살지만 。
가난한 이들은 그럴 수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
목에 풀칠 할 것 들고 나가 방아를 찧네 。
관사에 벗할 사람 많지 않은데 ,
골목에선 좋은 시절 지나가고 있네 。
시골의 풍속을 흥성케 하려 해도 ,
나 혼자 하는 말을 들어주는 이 없네 。
農功各已收 농공각이수 , 歲事得相佐 세사득상좌 。
爲歡恐無具 위환공무구 , 假物不論貨 가물불론화 。
山川隨出産 산천수출산 , 貧富稱小大 빈부칭소대 。
寘盤巨鯉橫 치반거리횡 , 發籠雙兎臥 발농쌍토와 。
富人事華靡 부인사화미 , 彩繡光翻座 채수광번좌 。
貧者愧不能 빈자괴불능 , 微摯出舂磨 미지출용마 。
官居故人少 관거고인소 , 里巷佳節過 이항가절과 。
亦欲舉鄕風 역욕거향풍 , 獨倡無人知 독창무인지 。
* 農功농공 : 농사
* 歲事세사 : 일 년 중에 마땅히 해야 할 일. 일년 중 농사일. 해마다 지내는 제사. 매년 가을 제후들이 천자를 만나는 일 등.
* 假物가물 : 물건을 빌려 쓰다.
* 小大소대 : 큰 것과 작은 것. 아이와 어른. 온 가족. 아이들.
* 寘치 : ‘置’와 같다.
* 鯉이 : 잉어
* 華靡화미 : 호화롭고 사치스럽다.
* 彩繡채수 : 색실 자수. 색실로 수를 놓은 옷.
* 官居관거 : 관리가 사는 곳. 관사,
* 裏巷이항 : 골목
* 佳節가절 : 명절
* 鄕風향풍 : 시골 풍속
* 獨倡독창 : 혼자 부르다. ‘獨唱’과 같다.
✺ 守歲(수세)
한 해의 끝에 대해 알아보려 했더니 ,
구렁에 이른 뱀과 닮은 데가 있어서 。
몸 벌써 반 너머 사라지고 없으니 ,
가는 세월 누구라서 막을 수 있겠는가 。
하물며 그 꼬리를 잡아두려 한다면 ,
애써봤자 어쩔 수 없는 걸 알아야 하리 。
아이들은 억지로 잠도 안 자고 ,
서로 밤을 지키며 시끄럽게 떠드는데 。
새벽 알리는 수탉도 소리 내 울지 않고 ,
때 알리는 북 소리 더 듣기도 두렵네 。
밤새도록 불빛 내던 심지 재가 떨어져서 ,
일어나 밖을 보니 북두성이 기울었네 。
새해는 흉년이 안 들기를 바라고 ,
맘속으로 생각한 일 못 이룰까 걱정하네 。
힘 다해 애쓰기는 지금 이 밤부터이니 ,
나이 적은 걸 오히려 자랑해야 할 일이네 。
欲知垂盡歲 욕지수진세 , 有似赴壑蛇 유사부학사 。
修鱗半已沒 수린반이몰 , 去意誰能遮 거의수능차 。
況欲繫其尾 황욕계기미 , 雖勤知奈何 수근지내하 。
兒童强不睡 아동강불수 , 相守夜歡嘩 상수야환화 。
晨雞且勿唱 신계차물창 , 更鼓畏添撾 경고외첨과 。
坐久燈燼落 좌구등신락 , 起看北斗斜 기간북두사 。
明年豈無年 명년기무년 , 心事恐蹉跎 심사공차타 。
努力盡今夕 노력진금석 , 少年猶可誇 소년유가과 。
* 盡歲진세 : 한 해
* 有似유사 : 같다. 닮은 데가 있다. 비슷하다. 한유韓愈는 「贈崔立之評事」란 시에서 ‘可憐無益費精神, 有似黃金擲虛牝(가련타 무익하게 정신을 써버리다니 / 황금을 빈 골짜기에 던져버린 것 같네)’라고 읊었다.
* 修鱗수린 : 큰 고기나 뱀을 가리킨다. ‘修’는 ‘長’과 같다.
* 歡嘩(환화) : 큰 소리로 웃고 이야기하는 것을 가리킨다.
* 晨鷄신계 : 새벽을 알리는 닭을 가리킨다.
* 更鼓경고 : 때를 알리는 북소리를 가리킨다.
* 燈燼등신 : 등불의 심지가 다 타고 재가 된 것을 가리킨다.
* 無年무년 : 흉년이 든 해를 가리킨다. 살 수 있는 해가 많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 心事(심사) : 마음으로 바라는 것을 가리킨다. 이하李賀는 「致酒行」이란 시에서 ‘少年心事當拿雲, 誰念幽寒坐鳴呃(젊은 뜻 마땅히 하늘을 찔러야 할 것인데 / 홀로 탄식이나 하는 이를 누가 알아주겠는가)’이라고 읊었다.
* 蹉跎(차타) : 실족하다. 때를 놓치다. 쇠퇴하다. 세월을 헛되게 보내다.
이 시는 당시 소철蘇轍은 임지로 떠난 형 대신 도성에서 부친을 봉양하고 있었는데 ‘歲晩三首(假題)’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饋歲」와 「別歲」, 그리고 「守歲」 등 삼수 중에 세 번째 작품 「守歲」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구절 ‘欲知垂盡歲’부터 여섯 구절은 세월을 뱀에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으로 한 해의 끝을 붙잡아두려고 그믐날 밤 잠을 자지 않는 것은 몸뚱이 절반이 이미 구멍 속으로 사라져버린 뱀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머리라면 모를까 꼬리를 잡으려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두 번째 단락은 ‘兒童强不睡’로 시작되는 여섯 구절로 졸린 것을 참고 잠을 자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떠들어대며 서로 잠들지 못하게 하는 모습을 그리는 한편 닭소리와 북소리, 그리고 북두칠성 등으로 그믐날 밤이 지나고 새해 첫날의 새벽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단락은 ‘明年豈無年’으로 시작되는 나머지 네 구절로 내년에도 한 해 끝에서 ‘守歲’를 할 수 있다면 올해와 다른 마음일 것을 기대하면서 아우인 자유에게 젊은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낼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바다의 끝이 곧 땅의 처음인 것처럼 처음의 끝은 어김없이 끝의 처음으로 이어지는데 그러기는 시작과 끝이 없는 시간에서 굳이 단락을 만들어둔 달력에서도 예외가 없다. 처음과 끝이 그런 것처럼 희망과 절망도 다르지 않다. 희망을 품을 때 절망의 순간도 함께 배태되지 않을 때가 없는 것처럼 절망적인 순간에 품게 되는 것 또한 희망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희망의 씨앗을 품기에 ‘오늘’보다 더 어울리는 때가 없다. ‘오늘’이야말로 누구라도 살아 있는 중에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이고 소식의 시문 중 마지막 두 구절 ‘努力盡今夕, 少年猶可夸’가 시를 읽는 순간 그대로 가슴에 꽂힌 까닭이다.
✵ 소식(蘇軾, 1037-1101)은 북송北宋의 문학가이자 서화가로 자는 자첨子瞻, 화중和仲을 썼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이다. 미주眉州 미산眉山(지금의 쓰촨성四川省 미산眉山) 사람이다. 인종仁宗 가우嘉祐 2년(1057)에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진사가 된 뒤 벼슬을 살다가 중앙에서 쫓겨나 오랫동안 변방에서 고초를 겪었다. 시詩, 사詞, 문文, 서書, 화畵에 두루 능하여 중국 역사상 다방면에 걸쳐 예술적 성취를 이룬 보배 같은 인물이다. 구양수歐陽脩의 뒤를 이어 북송의 문단을 이끌었고, 부친 소순蘇洵 및 아우 소철과 함께 삼부자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자리를 차지하며 가문의 문풍을 날렸다. 사에서는 신기질辛棄疾과 함께 소신蘇辛으로, 시에서는 황정견黃庭堅과 함께 소황蘇黃으로 병칭되었으며, 그림에서도 황정견, 미불米芾, 채양蔡襄 등과 함께 송사가宋四家로 불렸다. 작품집으로 《동파칠집東坡七集》과 《동파악부東坡樂府》 등을 남겼고, 《동파전집東坡全集》 150권이 전한다.
[출처 및 참고문헌: < 동아일보 2023년 12월 28일(목)|문화 [한시를 영화로 읊다] <72>또 한 해를 보내며,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Daum · Naver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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