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 탐구실습의 첫 번째 실습 날입니다.
오늘은 “계란을 깨지지 않게 삶는 방법, 삶은 계란 잘 까는 방법”입니다.
이른 아침에 기영이네 어머니께서 실습을 위해 계란 한 판을 가져다주셨어요.
오후에 아이들이 와서 보면 얼마나 깜짝 놀랄까요?
도움의 손길에 감사함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생활의 지혜 탐구실습.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주체성을 돕고, 이웃과의 관계를 도울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선생님이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합니다.
정답은 아닐 수 있겠지만,
복지요결을 읽으며 나름대로 궁리하고 실천에 옮깁니다.
만물박사 팔방미인 아닌 주선하는 사람
복지대행업자 아닌 거들어 주는 사람
얻어다 주는 사람 아닌 얻게 하는 사람
주는 사람 아닌 주게 하는 사람
컴퓨터 앞에 앉기 보다 발로 일하는 사람..
그렇게 활동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사회사업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막연합니다.
일단 도서관 밖으로 나섰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새소리를 들으시는 김씨 할머니,
도서관 뒷편 호영이네 할머니와 도우미 아주머니,
전순자 할머니께 계란 삶는 방법을 먼저 여쭈었습니다.
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계란을 살만한 가게인
강릉슈퍼, 부임슈퍼, 안씨상회를 다니며
계란 가격과 함께 계란 삶는 방법을 여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선뜻 도와주십니다.
오후에 당신의 시간이 되면 아이들에게도 방법을 알려주시겠노라 하십니다.
안씨상회 아주머니는 아이들 실습을 위해서라면 한 판을 4천원에 주시겠다 하십니다.
도서관에 앉아 궁리하기보다 발로 다니니
하나씩 가닥이 잡히고, 도움이 생깁니다.
참 감사합니다.
오후 3시가 되자 해미, 근영이, 선미, 민아, 현아가
계란 살 돈 500원씩을 손에 들고 도서관에 모였어요.
하지만 기영이 어머니께서 가져다 주신 계란 한 판과
박미애 선생님의 배려로 도서관에 있는 계란을 활용하면
도서관에 있는 모든 친구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어서 계란은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가게들로 찾아가 사정을 말씀 드리고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도서관 2층 쿡쿡방에 앉아 「똑똑하게 사는 법」 중 새 편을 펼쳐두었어요.
아이들이 각자 원할 때 상 위에 펼쳐진 부분을 읽었습니다.
현아는 박미애 선생님과 책 한 권을 거의 다 읽었어요.
오늘의 주제인 “계란 깨지지 않게 삶는 방법, 삶은 계란 잘 까는 방법”을 찾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책을 찾아본다. 「생활의 지혜」, 「생활지혜 상식사전」, 「생활도감」, 「생활의 발견 800」
2. 이웃에 계시는 전순자 할머니께 여쭈어본다.
3. 실습한다.
4. 집에 가서 엄마께 여쭈어본다.
책을 찾아보니 소금과 식초를 활용하는 방법이 나와 있었어요.
처음 물을 끓일 때 소금 또는 또는 식초를 계란과 함께 넣고 끓이면
깨지지 않고 껍질을 깔 때도 예쁘게 잘 까진다고 합니다.
쿡쿡방을 살펴보니 소금과 식초가 모두 준비되어 있었어요.
이 방법들을 토대로 ‘나는 계란을 어떻게 삶고 싶은지’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민아가 학교에 계시는 급식실 선생님께 계란 삶는 법을 여쭈고 왔대요.
급식실 선생님은 전교생이 먹을 만큼의 많은 계란을 삶으시는데
신기하게도 그 중에 깨진 계란이 없대요.
급식실 선생님께서는 민아에게 이렇게 조언해주셨어요.
“만약 계란이 냉장고에 있다면, 밖에 30분 정도 꺼내두는 게 좋아.
그리고 찬물에 소금을 넣고 약한 불에서 계란을 삶아.
그리고 다 익은 계란을 찬 물에 담그면 된단다.”
급식실 선생님.
이 방법으로 하니 그 많은 계란을 잘 삶을 수 있는 거군요.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이웃에 계시는 분들 중 계란 삶는 방법을
잘 아실 것 같은 분을 생각해보았어요.
안씨상회 아주머니, 전순자 할머니, 김작가님 댁 할머니…
아이들은 전순자 할머니께 여쭈러 찾아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마침 대문 밖에 나와 계셨어요.
어린 친구들이 계란 삶는 방법을 여쭈러 오자
할머니는 당신께서 아는 방법을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찬물에 계란을 넣을 때 소금을 같이 넣고 끓여.
계란도 소금도 물이 뜨거울 때 말고 차가울 때 같이 넣는 거야.
소금을 넣으면 깨지지도 않고 깔 때도 좋아.
너무 센 불 말고 약불, 약불에 끓여야 해.
그리고 껍질을 잘 까려면 찬 물에 담갔다가 까는 게 가장 좋고.”
전순자 할머니.
하나하나 세심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쿡쿡방으로 돌아오니 현주와 기영이가 공부를 마치고 쿡쿡방에 들어왔어요.
책과 전순자 할머니의 방법을 토대로 계란을 삶기 시작했습니다.
첫번째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물에 삶기
두번째는 소금 넣은 물에 삶기
세번째는 식초 넣은 물에 삶기
네번째는 소금과 식초를 함께 넣은 물에 삶기예요.
퐁당퐁당 냄비 속에 계란을 집어넣고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누군가가 끝말잇기 게임을 제안했습니다.
계란이 삶아지는 동안 아이들은 끝말잇기, 369, 구구단 등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요.
지루할 법한 시간도 즐겁게 보내는 아이들입니다.
선생님도 오랜만에 어렸을 적에 하던 게임을 하며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아무것도 넣지 않은 물에 삶은 것은 10개 중 6개가 깨졌어요.
소금 물에 넣은 것은 1개, 식초에 넣은 것도 1개가 깨졌습니다.
첫 번째 실습 때는 신이 난 친구들이 계란을 퐁당퐁당 넣다가 깨진 게 조금 많았어요.
그런데 삶은 계란을 까는 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계란들이 예쁘게 까지지 않았어요.
이게 무슨 일일까? 소금과 식초를 넣었는데도 왜 예쁘게 까지지 않는 걸까?
아이들과 함께 궁리했어요.
그 때 마침 고등학생인 권은정 언니의 어머니께서
실습이 잘 되어가나 들르셨다가 조언을 해주셨어요.
“계란은 팔팔 끓기 시작하고 7~8분이 지나야 제대로 익어요.
이렇게 잘 끓지 않은 상태에서 오래 두기만 한다고 해서 계란이 잘 익지 않아요.
잘 익지 않은 계란은 껍질에 붙어 나오기 때문에 예쁘게 까지지 않아요.
계란을 잘 익히세요.”
아하, 그랬군요.
우리가 설레는 마음에 계속 냄비 속을 들여다보고,
끓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꺼냈기 때문에 껍질에 계란 흰자가 붙어 나왔던 거군요.
그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재었어요.
덕분에 세번째, 네번째 냄비에서는 예쁘게 까지는 계란들이 많아졌어요.
감사합니다, 김혜정 어머니.
“계란이 잘 익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시간을 잘 지키면 소금이나 식초를 넣고 삶은 계란이
덜 깨지고 껍질이 잘 까지는 것 같아요.”
현주가 연구가처럼 말했습니다.
“엄마가 계란 한 판을 가져다 주셔서
다같이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기영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습니다.
삶은 계란은 김병출 작가님과 ‘일과 사람 광부편’팀,
흥복사까지 산책 다녀와 배가 고픈 ‘철암알리미’팀,
아래 층에서 책을 읽고 있던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어요.
실습을 함께한 아이들은 쿡쿡방에서 함께 먹거나
원하는 사람은 계란에 예쁜 그림을 그려서 집에 가져갔어요.
본인이 직접 삶은 계란을 가족과 나누어 먹고 싶은 마음이 참 예쁘죠?
특별히 계란 한 판을 가져다 주신 기영이네 어머니와
계란 삶는 방법을 알려주신 전순자 할머니께
예쁜 그림을 그린 계란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두 개씩 선물해드렸어요.
부끄러운 듯 기쁜 듯 웃어주시는 모습에 함께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생활의 지혜 탐구실습의 첫 번째 실습을 풍성한 감사 속에 잘 마쳤습니다.
다음 번에는 거의 만장일치로 “머리에 붙은 껌 떼는 방법”을 실습하기로 했어요.
직접 계란을 삶아본 친구들은 다음 시간이 더욱 기대된다고 해요.
눈이 반짝이고, 목소리가 커져요.
덕분에 선생님도 힘을 얻습니다.
아이들이 주제를 정하고
아이들이 방법을 연구하고
아이들이 방법을 여쭙니다.
첫 날이라 선생님이 먼저 이곳 저곳을 살폈지만,
아이들이 잘 하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그 것 역시 기우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굳이 선생님이 미리 살피지 않아도
아이들의 방식대로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첫댓글 전순자 할머니 고맙습니다.
급식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