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기
- 채종국
헨델의 아리아를 듣는 아침
봄눈처럼 어색한 말을 하는 아침
마스크를 벗고
가지에 싹 튼 권태를 읽는다
권태라는 것은 봄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의 또 다른 텍스트
나른한 온기에 꼬리를 감춘 고양이처럼
담장 너머 숨어버린
검은 모습의 겨울 애상을 찾는다
네모 난 새의 울음 눈 속에 갇히고
허공에 걸려있는 부음 같은 햇살 몇 줄
저를 구원하라며 봄을 기다리는
가녀린 나무의 간절한 손처럼
봄은 곧 부르짖는 자의 응답이라 하지만
바람 한 점 없는 겨울 아침
시퍼런 하늘은 그러한 간절도 모르는 채
나무의 마른 기도를 태우는 중이다
―웹진『시인광장』(2023,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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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 때 쯤에는 여기저기서 부음이 달려옵니다
한 계절에 적응하여 그럭저럭 견디던 신체가
조금 달라지는 날씨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지난 주말 아내가 장복하는 약을 타러 본가에 들렀는데
때마침 지병으로 고생하시던 이모님이 소천하셨다는 부음을 받고 조문을 했습니다
멀리 있다가 들었더라도 꼭 상주들을 봐야 할 조문이라참 다행이었지요
게절이 바뀌는 기간을 '환절기' 또는 '간절기'라 하는데
시인은 아무래도 '간절하다'는 낱말의 뜻과 나란히 두고 싶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