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모년 모월 모일 집현전 관원 하위지가 초과 근무를 거부하고 도망치다 복실이에게 잡혀서 돌아오다.
세종 모년 모월 모일 양녕대군이 복실이를 타고 궁내를 달리다 경회루 연못에 빠지다. 경회루 연못에서 뒤뚱새와 복실이가 한 시간동안 헤엄을 치다 나오다.
세종 모년 모월 모일 수양대군이 복실이와 씨름을 하다 수양대군이 이기다. 복실이가 암컷이라는 것이 판명되다.
이 기록에서 보았듯이, 복실이라는 동물의 기록이 세종실록에 남아있는데,
당시 남아있는 그림을 보면 이 복실이라는 동물은 곰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안평대군이 남긴 석빙고에서 자는 복실이의 그림입니다.
자, 화면에 보시다시피 이렇게 생겼는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냥 곰이 아닙니다.
네, 북극곰입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죠.
알비노 곰이 아닐까 싶었지만, 학자들의 연구 결과 진짜 북극곰이었습니다. 북극곰 특유의 털과 몸무게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네하타 시톤 교수 : 조선에 어떻게 북극곰이 들어왔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빙을 타고 내려왔다는 설도 있지만, 북극곰 일가족이 전부 유빙을 타고 조선까지 도착했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1893년에 흰 곰을 발견해서 우에노 동물원에서 사육하였는데, 처음에는 유빙을 타고 흘러 내려온 북극곰으로 홍보했지만, 검사 결과 홋카이도 곰의 알비노 변종으로 밝혀졌습니다.
-역사 스페셜 <조선에 온 북극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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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
북극곰 복실이의 하루 일정은 단순했다.
경복궁 후원에 라이작이 지어준 석빙고에서 나와 같이 사는 뒤뚱새와 몸풀기를 하고 수양대군을 기다린다.
"자, 오늘도 가보자 복실아!"
"우엉"
수양대군은 복실이에게 올라탔고, 복실이는 뜀걸음을 시작했다. 아침 등청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수양대군이 경복궁 입구에 도착하니 관리들이 오와 열을 맞춰 모여 있었다.
"자! 오늘도 아침 등청을 시작한다! 날 따라 앞으로!"
"네! 알겠습니다!"
그러자 우!엉!우!엉! 하는 복실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관리들이 수양대군을 태운 복실이를 따라 궁궐 담장을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싫어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끔찍한 업무량으로부터 몸을 지킬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침 등청 끝! 이제 아침 조회 하고 일하러 갑시다!"
"네!"
그리고 복실이는 수양대군에게 얼굴을 비비며 헤어지고 집현전으로 갔다. 물론 복실이가 거기 가서 연구를 하는 건 아니었다.
"우엉"
복실이는 집현전의 문 앞에 크고 푸짐한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집현전 학사들이 몰래 도망치는 일이 일어나자 세종이 만든 대책이었다.
하지만, 그게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얘, 복실아? 이거 먹으련?"
"우엉?"
저녁 즈음에 정인지가 문을 살짝 열고 참외 한 광주리를 내밀자, 복실이는 절반쯤 뜬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날 이런 달콤한 참외로 유혹할 셈인가?
날 모욕할 셈인가!
하고 화내기에는 너무 달콤한 참외였다.
"우엉"
"됐다, 갑시다 여러분!"
"신난다! 정시 퇴근이다!"
그리고 복실이의 하루는 끝난다. 가끔 라이작이 텃밭을 갈려고 부르거나 세손이 만지러 오는 것 빼고는 특별할 일 없는 하루였다.
하지만 이런 일상 속에서 복실이는 한 가지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우! 엉! 우! 엉!"
"얘, 갑자기 왜 그러니?"
그리고 복실이는 파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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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 알고 싶다면 이-글에게 물어봐라!"
복실이가 석빙고 구석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자, 라이작은 까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까치는 자신의 선배를 불렀다.
이-글은 라이작과 까치에게 사연을 듣더니 석빙고 안에 들어가 복실이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이-글이 석빙고 밖으로 나오자, 까치가 라이작의 어깨에서 내려와 이-글의 맞은편에 앉았다.
"저건 정형행동이라고 한다. 동물에게 필요한 사항이 충족되는 않으면 저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곤 하지"
"그래요? 시원하게 지낼 곳도 준비해줬고, 먹을 것도 잘 챙겨줬는데요"
복실이와 뒤뚱새가 지낼 공간을 위해 산을 파서 큼직하고 시원한 석빙고도 만들었는데 뭐가 문제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라이작을 보자, 이-글은 한숨을 쉬었다.
"복실이가 저러는 이유가 뭘까요?"
"뭐기는 뭐겠냐. 외로워서 그렇지"
이-글은 자신의 양 날개를 펼치면서 말했다.
"여기에 제 짝이 없는데 살 맛이 나겠느냐? 그러니까 짝을 구해다 주면 해결될 일이다"
"선배, 그러면 쟤가 지금 옆구리가 시려서 그렇다는 건가요?"
"그렇다! 짝을 데려와야 한다!"
그러자 라이작은 복실이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복실이를 조선에 데려온 것도 그녀가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라이작은 이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까치야, 나 임금님에게 부탁 좀 하고 올게"
"그래. 갔다 올 동안 여기 일은 나랑 선배한테 맡겨줘"
그리고 라이작은 담벼락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임금이 집무를 보고 있을 편전으로 향했다.
"쟤 또 저러다 기와 깨 먹으려고 그러네"
"애가 의욕이 넘치니 이-글은 보기 좋구나"
"선배는 요즘 어떠세요? 이태원 애들 가르치는 거요"
"화살 맞을 뻔했다"
"네?"
까치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글은 담담하게 말했다.
"금수에게 배울 게 뭐가 있냐고 그러던데"
"고생 많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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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복실이 짝을 찾으러 간다고?"
"네, 그렇습니다"
라이작의 말을 들은 왕은 이제는 검게 변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뭔가 생각하더니, 수양대군을 불렀다.
"복실이가 짝이 없어서 외로움을 타고 있다더구나"
"그래서 빙고에서 나오지 않았군요"
"그러니까 네가 천ㄴ... 아니, 라이작이랑 같이 복실이의 짝을 찾으러 가거라"
"네?"
생각해보면 복실이가 조선에 온 것에는 수양도 책임이 있었다. 수양이 희귀한 동물을 보고 싶다고 해서 라이작이 복실이를 잡아온 거 아닌가.
게다가 라이작이 혼자 갔다가 뭔 사고를 칠지 모르니 동행을 한 명 붙여야 했는데, 괜찮아 보인다 싶은 인물이 수양대군이었다.
"아니, 저 말고 다른 사람은 안 갑니까?"
"원래는 김종서를 보낼까 했는데, 집현전 일동이 모두 너를 추천하더구나. 예전에도 얇은 옷으로 겨울 사냥을 나간 적이 있으니 정인지가 자네를 추천했지"
그러자 수양대군은 집현전 관원들을 봤다. 그러자 몇몇은 고개를 숙였지만, 정인지는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의미는 명확했다.
니가 가라 북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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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에는 각종 물건들을 사고 팔려는 배들이 가득했다. 배를 포구에 대자 사람들은 배에 실린 짐을 들고 나르고 있었다. 쌀을 사가려는 왜인들의 배도 있었고, 남쪽에서 올라온 조운선들도 있었다.
그리고 제물포 어느 구석에서 대군과 여자아이, 그리고 곰 한 마리를 태운 배에 짐을 싣는 이들이 있었다.
"북쪽으로 가는 길을 보려면 이-글이 만든 지도를 봐라!"
"네, 와! 그림이 움직이는 지도네요? 이거 보면 편할 것 같아요"
"여기 짐가방. 약수도 잔뜩 챙겨놨어. 진하게 만들었으니까 수양이 쟤가 얼어 죽어도 이거 뿌리면 살아날 거야"
"죽은 사람도 되살려낸다고?"
"응. 유진이 아빠가 버지니아에서 맥아더 묘지에 술 뿌리는 거 따라한다고 유진이가 약수 뿌렸다가... 어휴, 말을 말자"
"내가 죽는 걸 전제로 두는 말은 하지 말아주련?"
수양은 라이작과 까치가 하는 말을 듣고 투덜댔지만, 그와 별개로 라이작이 만들어준 털가죽옷은 마음에 들어서 꼭 끌어안았다. 아마 이걸 입으면 추운 곳에서도 버틸 수 있으리라.
"우엉? 우엉"
"걱정 마라 녀석아. 그래, 네 동족, 친구 찾으러 간다. 그러니까 배에서 날뛰면 안 된다. 알겠지?"
"우엉~"
복실이는 짐을 실을 때마다 배가 흔들거리자 불안했지만, 수양대군이 목과 머리를 긁어주자 안심한 듯이 얼굴을 비벼댔다. 그러자 몇몇은 저 영물이 수양대군을 마음에 들어하는구나 하면서 수근거렸지만 수양은 그냥 흘려 들었다.
"Tekeli-li?"
"그래, 너도 짝 찾아줄 테니까 걱정 마. 그리고 까치가 그랬잖아? 제대로 울음소리 내야지"
"Tekel-펭! 펭펭!"
그리고 배는 북극을 향해 돛을 펴고 술렁거리며 나아갔고, 조정 관리들은 간단한 제사를 지내며 그들의 앞길에 안전을 기원했다.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천녀님께서 함께 하시니 괜찮으실 겁니다. 휴, 그동안 천녀님께서 사고를 안 칠 테니 우리도 일이 좀 줄겠군요"
"무슨 소리인가? 쉰다니?"
관리들은 이제 일이 줄겠다 싶었지만, 같이 따라 나온 세자는 그들을 쉬게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천녀님께서 하시던 일들을 자네들에게 나눠서 분담을 시키라고 전하께서 말씀하셨네"
"그,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해야지. 빨리 돌아갈 준비 해라"
"네!(아니되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죽여주시옵소서!)"
조정 관리들은 앓는 소리를 내더니 라이작이 자리를 비우면서 늘어난 일을 하러 궁으로 돌아갔고, 뒤뚱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종종걸음으로 돌아가는 까치와 이-글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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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실이 친구를 찾으려면 북쪽으로 가야지.
수양은 북극 탐험을 하러 간다. 가서 깃발도 꽂고 오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수양대군 왔다감'하고 비석을 세워놓고 간다던가요.
복실이는 수양대군과 사이가 아주 좋습니다. 곰나루 설화라고 아십니까.
뒤뚱새는 펭귄입니다. 테켈리리 하고 울지만 펭귄입니다.
첫댓글 오랜만이네요 ㅎㅎㅎㅎ
취업 안 돼서 무기력함만 느끼며 지내다가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판타탓사 ㅎㅎㅎ 좋은 기회 있을 겁니다.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