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멜번 교회에서 온 청년들과 함께 마을에 있는 양로원을 찾을 일이 있었다.
마을 노인들 10여 명이 거주하는 Nurshing Home이고
옆에는 작은 일반 병원(1차 진료원)도 같이 있는 곳이다.
이날 우리 일행은 기타 치며 찬양도 부르고
바이올린도 연주하고 게임도 하며 노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정신도 흐릿한 노인들과 이런 시간을 보낼수 있는 것인지
다녀올 때마다 스스로 의문이 들 정도인데,
잘 생각해보면 이유가 충분히 있다.
여중생의 심금을 울리던 바이올린 연주.
1. 친절한 스텝과 잘 짜여진 프로그램
이곳 양로원은 매우 좋다고 소문이 나서
오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는 곳인데,
시설이 뛰어나서가 아니고
(호주에서 이 정도 시설은 평범한 축, 비용도 평범한 공립 양로원이다.)
스텝들이 친절해서이다.
스텝이 친절한 이유는 마을 주민들을 주로 채용해서인데,(물론 자격증이 있는)
작은 마을이다 보니 서로 오랜 세월 친분이 있거나
혈연 관계가 있어서 (사돈의 팔촌 이런 식으로라도)
노인들을 성심껏 돌본다는 것이다.
아들도 이날 모짜르트를 연주했다.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고...ㅋㅋ
그래도 노인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로 호응을 열띠게.
저 누더기 바지는 무릎도 몇번 덧대고 길이도 늘려가며
몇년째 잘 입고 있다.^^
2.무수한 자원봉사자
대략 줄잡아도 100여명은 넘지 않을까 싶다.
마을 주민들이 뭐 하나는 다 한다고 보면 되지 싶다.
일주일에 한시간 휠체어 밀며 산책 시켜주는 학생.
한달에 한번 피아노 연주하러 오는 사람.
한달에 한번 노인들 소풍갈 때 차 운전해주는 사람.
일년에 한번 찾아와 노래하는 유치원생들,
초등생들.
분기별로 찾아와 색종이 접는 사람들...기타 등등.
별별 종류의 봉사자들이
자신이 부담갖지 않는 선에서 정기적으로 성실하게 무언가를 한다.
심지어는 80이 넘은 노인들도
다리를 질질 끌며 이 곳에 찾아와 식사를 거드는 등 봉사를 한다.
가족이 아닌데도.
3. 노인부양은 개인보다 공동의 부담으로.
또 이곳에 가족이 있는 이들은 와서 달랑 자기 가족을 만나고 가는게 아니고
모두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손녀가 무용을 배우고 있으니, 짧게 공연을 하겠다는 둥.
여행을 다녀온 뒤, 찍어 온 사진이나 이야기를 모든 노인에게 들려주는 둥.
사실, 이곳의 대부분 노인들이 정신이 맑지 않아
제 자식도 못 알아 보는 경우가 많다.
얼굴을 마주해도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
그런 분을 면회와서 한숨만 푹푹 쉬거나
자신의 불효를 자책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모든 노인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죽이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50대 여인은 치매가 있는 자기 엄마를 양로원에 모신 뒤,
한 달에 한번씩 면회를 갈 때마다
피아노를 연주한다.
노인들이 너무 좋아하며 일어나 춤까지 준다며.
그 엄마는 딸이 와도 '누구세요?' 하는데,
이 딸은 엄마와 다른 노인들이 티브이 앞에서 졸며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피아노 앞에 앉는다는 것이었다.
이날은 노인들의 운동을 담당하는 스텝이 이런 게임을 준비했다.
노인들이 천을 위 아래로 흔들며 운동을 하면
방문객이나 아이들이 그 밑을 뛰어다니며 풍선을 쳐 올린다.
땀 나도록 운동되고 모두들 깔깔대고 웃을 수 있다.
4. 양로원은 생명력이 있는 곳.
사실 특별히 결심을 굳히고 봉사의 의지를 다지지 않아도
이곳을 드나들 일이 참 많은데,
내 경우를 보자면,
한달에 한번 교회분들과 와서 간단하게 예배를 드리고.
일주일에 한 두번 이곳 운동실에 와서 운동을 한다.
노인들 운동시간이 끝나면 방이 비는데,
그 시간을 마을사람들에게 개방하니
젊은 사람들이 수시로 이곳을 드나들며 헬스도 하고 요가도 한다.
그런가 하면 동네 초등학교에서는 미술대회를 연 뒤 그림전시회를
양로원에서 개최하기도 한다.
교실 벽은 이미 넘치는 작품(?)들로 떡칠이 된 판이라
그 작품성을 떨치기가 어려운데,
고요한 양로원 벽에
칼라풀하고 어수선한 작품들을 걸어놓으면,
노인들도 즐거워 할 뿐 아니라
그림을 보러오는 아이들 가족들로 인해 양로원은 생기가 돌기도 하는 것이다.
양로원측과 마을 공동체가 촘촘하게 프로그램을 짜고
부담을 나누어 봉사하면
'노년의 삶'이라는 것이 희생이나 부양이라는 부정적 감정보다는
삶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 부분으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노인이 행복한 나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덜 불행한 나라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첫댓글 그곳에 계신 노인분들은 행복하시겠네요쓸쓸하지는 않겠으니 말입니다
나이먹어 서러움이 없어야 하는거지요
나라도 자식들도 그일을 잘해야 복 받는건데...
나이는 들어가고 걱정입니다.
양노원 양노원 하니 남에 일이 아닌듯 합니다.
양노원 요양원 등이 이제 우리세대 몫이 아닐까?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