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善人)도 왕생하거늘, 하물며 악인이랴."
--- 탄이초 제3장
저는 루저입니다. 혹시, 당신께서도
루저이신가요? (루저가 아니라, 위너시라면
그저 귀를 막아주십시오)
당신께서도 루저시라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루저입니다.
세상에 흔하디 흔한 루저입니다.
루저는 비록 위너는 아니지만, 이기지 못해서
지기는 했지만,
우리 루저는 노래는 부를 수 있지요.
자, 이제 우리 함께 노래해요.
아파트 창문 밖으로 날아보는 대신에
광장에 온 몸에 불꽃을 피우는 대신에
그저 착하디 착하게 노래를
불러요.
우리 루저에게도, 아니 우리는 루저이기에
지면서도 빼앗기지 않고 지켜냈던
그 노래를 불러요. 위너도 왕생하거늘,
하물며 루저이랴, 그렇게 소리쳐봐요.
가슴 활짝 펴고
노래 불러봐요.
졌다고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잖아요.
이겼다고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 졌으므로 비록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아무것도 누리지 못할지라도
그래도 우리에게는, 루저에게는 노래가 있지요.
우리를 위로해 주고,
우리를 다독여줄 노래가 있지요.
저 구원의 노래,
저 안심(安心)의 노래,
위너도 하물며 왕생하거늘 하물며 루저이랴,
루저에게는,
(당신도 루저시라니, 잘 아시겠지만요)
루저이기에, 바로 루저라서
비로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어요
루저의 노래, 은혜의 노래가
있어요.
(2016년 9월 8일)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시를 쓰라고, 저는 루저가 된 것같습니다. 루저가 된 덕분에 시도 쓰고, 신란스님도 만나고, 탄이초의 악인정기설도 더욱 깊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루저가 된 것은 너무 큰 가피이자 너무 큰 은혜입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