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72) - 즐거운 상념 안겨준 불가리아 소식
9월 들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 가을기운이 완연하다. 코로나로 위축된 일상, 2년 반 동안 외국에 머물다 귀국한 큰아들이 주말을 이용하여 둘째아들과 함께 내려와 반가웠다. 코로나 난국을 잘 견디고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 모두들 평안하시라.
여름 동안 잘 자란 벼가 어느새 고개를 숙였다 아침 신문을 펼치니 어수선한 세태보다 소박한 광고에 눈길이 간다. 가슴에 닿는 문구는 ‘독서의 위안’이라는 책 광고의 표제, ‘나이는 세월이 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주는 것이다’ 공자의 나이별 삶의 좌표, 30에 바로 서고 40에 유혹을 이기며 50에 천명을 알고 60에 귀가 부드러워지며 70에 마음 먹은대로 따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젊은이는 자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지만 나이 먹은 사람은 세상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본다네.
엊그제 불가리아에 살고 있는 선교사부부에게서 근황을 알리는 메일이 왔다. 그들의 선교초기인 2005년 여름에 불가리아를 방문하여 20여일 머문 인연으로 친숙한 불가리아생활의 이모저모가 해외여행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보양제로다. 그 요지, ‘그간도 주님 은혜가운데 평안 하십니까?! 저희들도 사랑으로 기도해 주시는 덕분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금년 여름도 주님의 은혜로 잘 지나갔습니다. 아직 한낮에는 볕이 따갑지만 몸에 스치는 바람 선선하고 아침저녁으론 추워서 따뜻한 것이 더 좋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조금 지나면 찬 이슬과 서리도 내리고 추운 겨울 맞으며 한해가 저물 것입니다. 그날이 그날이고 그 해가 그 해인 삶이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여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8월 내내 감사하며 여름을 보냈습니다. 하루 6~7시간씩 전기가 나가고 때론 이른 아침과 밤에도 끊겨서 인터넷이 안 되어 답답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종일 나가지 않아 감사하네, 수도물 잘 나 오니 감사하네,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하니 감사하네 하다 보니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저희가 사는 곳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마지막 지대입니다. 그래서 여름이면 몇 달 씩 비가 안 옵니다. 풀들은 노랗게 변하고 강이 없는 불가리아의 개울 바닥을 볼 때마다 물이 말라 수도가 안 나오면 어찌 하나 걱정을 하노라면 산이 많아 어디서 물의 근원을 찾는지 수도물은 감사하게도 잘 나오고 있습니다.
1) 교회 소식 저희가 돌보는 불가리아 여러 교회 모두 평안 합니다. 교회마다 어려운 일들이 하나둘 있지만 심하게 아픈 이가 나음을 얻고 가난한 가운데도 서로 베푸는 삶을 누리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선교지의 일상에 감사가 넘칩니다.
2) 친절한 이웃 불가리아 사람들에게 토마토는 일용할 양식입니다. 저희도 이곳에서 18년을 살다보니 토마토가 없으면 먹을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토마토는 장날에 사야하는데 앞집의 고쇼가 한 보따리, 옆집의 줌빌라가 한 바께스, 건너편 돈카가 한 움큼, 뒷집의 크리스토는 방울토마토에 고추 한 짐, 다른 이는 피클 담그는 오이를 퍼줍니다. 독일 다녀온 마리아는 선물이라며 불가리아 돈 100레바를 주기도. 덕분에 생활비가 줄어 우리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3) 삼면 견가 우리 동네 사람들은 개를 많이 기릅니다. 이 나라 개들의 특징은 목소리가 참으로 듣기 싫게 어~어~어~ 하며 우는 소리를 냅니다. 앞집 세 마리, 뒷집 두 마리 ,옆집 한 마리, 3면이 개로 둘러싸여 밤12시쯤 앞집 개가 울기 시작하면 뒷집에서도 울고 옆집에서도 울어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그칩니다. 우리는 개 우는 소리에 잠을 못자 힘듭니다. 하루를 마치고 밤에 예배를 드리며 기도합니다. '주여, 개들에게 평안을 주소서~! 그리하여 개들이 짓지 않게 해 주소서~!' 우리가 더 부자인 것 같아도 개가 없는데 무슨 돈이 많아 두 마리, 세 마리씩 개를 기르나? 곰곰이 생각합니다.
4) 우스운 이야기 루우맨이 우리를 사랑해서 염소젖을 넉넉히 드려야 한다고 새 염소를 샀답니다. 살 때는 젖이 잘 나왔답니다. 그런데 집에 와 하루 지나니 젖이 말라붙어 안 나오더랍니다. 파는 사람이 며칠 젖을 안 짜고 버티다가 시장에서 팔 때 테스트 하니 잘 나올 수밖에. 그래서 손해를 보고 고기로 되팔았다고 하여 모두가 웃었습니다. 시골인데도 속이는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머리가 좋습니다. ㅎ,ㅎ,ㅎ..’
불가리아 머물 때 찾은 흑해 바닷가가 그립고 불가리스 명산지의 산골, 지혜의 뜻을 지닌 수도 소피아가 어른거린다. 즐거운 상념을 안긴 불가리아 소식에 가슴이 따뜻. 사랑하는 선교사 내외분, 아무쪼록 코로나 잘 견디며 강건하소서!
그리스, 터키와 발칸 제국이 둘러싼 불가리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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