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비山 능선 타고 천지에 매화(梅花)가 봄바람이 낫데요!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里)

얼마 만에 써보는 산행 기(山行記)인가,
그러고 보니 장(腸)스트레스 때문에 1월부터 3개월이 조금 못 된(13주)동안
몸이 아파 산행에 참여하지 못했다.
산악회 총무의 권유도 있었지만 날씨도 포근한 봄날이라 마음이 흔들렸다.
더구나 산행지인 광양은 매화꽃축제가 17일부터 시작해 25일까지 계속된다는 것이
나를 더욱 참지 못하게 하였다.
가자! 갔다 와서 더 아프더라도 가보는 거야.
그제는 전국 곳곳에서 강풍과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보도가 있었지만,
다행이 우리지방은 아침에 눈이 조금 내리다가 비로 변해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러고 보니 그제는 절기상으로 춘분(春分)이었다.

춘분(春分)은
경칩(警蟄)과 청명(淸明) 사이에 드는 24절기의 하나이다.
이 날은 추분(秋分)처럼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진 후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1년 중 농사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며,
또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농부들의 손길도 분주해
질 때이다.
이때 농촌에서는 논밭에 뿌릴 씨앗의 종자를 골라 파종(播種)준비를 서두르고,
천수답(天水畓)에서는 귀한 물을 받기 위해 논밭의 물꼬를 손질해 둔다.
“천하에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옛사람들의 말은 이 음력 2월을
이르는 말로 바로 춘분을 전후한 시기를 가리킨다.
즉 이때가 되어야 비로소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 일이 많으면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어서 이때를 전후해 많은 바람이 분다.
“음력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이 여기서 나왔고,
“꽃샘추위”, “꽃샘바람”이라는,
말 역시 꽃이 필 무렵인 이때의 추위가 겨울 추위처럼 매섭고 차갑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어촌(漁村)에서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나가더라도 멀리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極樂往生)의
시기로 보았고,
세시(歲時)에서는,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고,
우레 소리가 들리며,
그 해에 처음으로 번개가 친다고 하였다.

그렇다 춘분(春分)은 논밭에서 꿈을 꾸는 때이다.
쉬엄쉬엄 일을 하다 보면 춘분이 어느새 다가와 봄 한 가운데 자리를 잡는다.
낮과 밤이 같아지고 천지(天地)를 녹이는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잠든 나무 흔들어 깨우고 묵은 것을 날려버리는 꽃샘바람이 불고 또 분다.
꽃샘바람은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옛말이 있을 만큼 매섭기도 하다.
봄이 오나보다 고개를 살짝 내밀다가 된서리를 맞을 수가 있다.

계절은 쉼 없이 흘러 어느새 개구리 알 깨어나 올챙이가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밭 정리를 하다 보면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 개구리가 눈에 띄기도 한다.
이놈들은 언제 깨어나 알을 낳으려나?
새벽이면 얼음 얼고, 하얀 서리 덮이지만, 서릿발 이겨내고 그래도 봄은 온다.
들에는 노란 꽃다지 꽃, 하얀 냉이 꽃이 차례로 피고지고,
양지(陽地)에서는 양지꽃과 별꽃이,
물가에서는 머위 꽃이 벌 나비를 부른다.
산에는 생강나무 노란 꽃이, 마당 앞에는 매화(梅花)가 꽃을 핀다.
원추리, 돌나물, 달래, 냉이, 망초나물들이 한창이고,
아이들은 신맛을 찾아 수영을 뜯어 먹는다.
샘가에 가면 미나리가, 논둑에서는 머윗잎이 우리의 입맛을 돋운다.
행복이 따로 있나, 틈틈이 나물 뜯어다 밥상에 봄 잔치를 차려보자!

오늘은 금광산악회에서,
전남 광양에 있는 쫓비山 산행과 다압면 매화마을 매화축제 구경을 겸한
연계산행을 하기로 했다.
나는 아침부터 장(腸)스트레스로 곤욕을 치렀다.
오래 만에 가는 산행이라 긴장도 되었지만,
습관적으로 오전 9시에 봐야 할 대변을 새벽 5시에 일어나 산행준비를 마치고
아내가 차려 준 아침을 먹고 일을 보려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산행을 포기했다가 아침 7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을 보고 나니,
산행버스 출발시간이 촉박해져 택시를 타고 광주역광장으로 달렸다.
나를 아는 회원들이 모두들 반갑게 맞아준다.
산행버스 안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회원들의 절반 이상이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오늘도 40여명의 회원들을 태운 산행버스는 08시에 광주역광장에서 출발,
광양을 향해 춘향휴게소에서 한번 쉰 뒤 열심히 달려갔다.
꽃길 따라 물길 따라 섬진강 매화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남쪽마을 매화가 드디어 바람이 났다네!
오늘은 광양 갈미봉(葛美峰:513m) -쫓비山(536.5m)을 찾았다.
쫓비山은 광양 매화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으로,
호남정맥 백운산에서 갈래 쳐진 산이며 섬진강을 끼고 앉은 산이다.
호남정맥이 끝나는 백운산 동편 산줄기에 솟은 것이 갈미봉 쫓비山 자락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산행 1팀=관동마을에서출발 -천황재 -배댕이재 -갈미봉 -바람재 -쫓비산 -매화마을
이정표 -청 매실농원 -매화축제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약 10km거리이다.
산행 2팀=다사마을 다압중교 -바람재 -쫓비산 -매화마을이정표 -청 매실농원
-매화축제장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약 6km거리다.
산행 1팀을 관동마을에 내려준 산행버스는 다압중교에서 산행 2팀을 내려주고
매화축제장 주차장으로 떠났다.
오전 10시 30분쯤에서 산행이 시작되었으며 하산시간을 오후 4시 30분으로 정했다.
봄날은 청명하고 날씨는 따뜻했다.

호남정맥 백운산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매봉을 거쳐 갈미봉과 쫓비산을 빚어 올렸다.
이름도 특이한 쫓비산은 평소에는 발길이 드문 산인데 연중 3주 정도는 산행객으로
저잣거리를 방불케 한다.
바로 섬진강 매화마을의 매화가 만개하는 이맘때를 맞춰 산행과 꽃구경을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산길이 넓지 않아 사람이 몰리면 앞질러 가기가 어려워 정체를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도 섬진강 변을 하얗게 수놓는 매화꽃의 유혹은 강렬하다.
참고로 광양매화축제는 3월17일부터 25일까지 9일 동안 열린다.
배딩이재로 올라서기 직전의 가파른 침목 계단.
동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갈미봉 정상 정자.
마을을 벗어나 개울을 건너면 이르게 핀 홍매화가 반긴다.
길을 따라 꽃봉오리가 맺힌 매화나무가 가득하다.
틈틈이 이정표가 서 있어 길을 헤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압면 도사里 청 매실농원은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里에 있는 매실농원으로 일대에 매화나무 약 10만 그루를
식재해 매실을 생산하는 농원이다.
약 4만7천여 평의 면적이며,
섬진강이 바라보이는 쫓비山 능선 비탈진 사면을 개간하여 농장을 일구었다.
농장의 대표인 홍 쌍리氏가 1965년부터 매화나무를 심으면서 지금의 대단위
농장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특히 매실 장을 담는 수많은 장독대를 늘어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년 봄마다 매화꽃이 피면 청 매실농원을 중심으로 매화축제가 열린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농원을 찾아오며,
특히 매화를 촬영하기 위해 많은 사진 촬영자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홍쌍리 청 매실농장은 일 년 내내 무료로 개방된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매실관련 식품은 1998년 가공식품부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8년 무역의 날 기념일에 “백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오늘도 홍쌍리여사가 장독대 앞에서 기자들과 대담촬영을 하고 있었다.

매실나무는
장미과의 낙엽소교목이며 열매를 “매실”이라 부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식용한다.
나무의 크기는 높이 5-10m로 중국이 원산지이며 지역적으로 한국, 일본, 중국에
분포되어 있다.
매화(梅花)나무라고도 한다.
꽃을 매화라고 하며 열매를 매실(梅實)이라고 한다.
중부지방에서는,
꽃이 4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연한 붉은색을 띤 흰빛이며 향기가 난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만첩 흰 매화, 붉은 꽃이 피는 것을 만첩홍매화라고 한다.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꽃을 피워 봄을 가장 먼저 알려줌으로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고,
늙은 몸에서 정력이 되살아나는 회춘(回春)을 상징하였다.
또한 사랑을 상징하는 꽃 중에서 으뜸이며,
시(詩)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꽃말은 “고격, 기품”이다.

5-6월에 덜 익은 열매를 따서 약 40℃의 불에 쬐어 과육이 노란빛을 띤 갈색
(60% 건조)가 되었을 때 햇빛에 말리면 검게 변한다.
이를 오매(烏梅)라 하며 한방에서는 수렴(收斂), 지사(止瀉), 진해, 구충의 효능이 있어
설사, 이질, 해수, 인후종통(咽喉腫痛), 요혈(尿血), 혈변(血便), 회충복통, 구충 증 등의
치료에 처방한다.
뿌리는 매 근(梅根), 가지는 매지, 잎은 매엽(葉), 씨는 매인(梅仁)이라 하여 역시
약용한다.
덜 익은 열매를 소주에 담가 매실주를 만들고 매실로 매실정과(梅實正果), 과자 등을
만들어 먹기도 한단다.

화창한 이 봄날에 기나긴 추위를 이겨내고
수수하고 고고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사람들을 불러 세우는 매화가 온산을 꽃 사태로 만들었습니다.
은빛 모래밭과 짙푸른 섬진강변에서
꽃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매화축제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꽃보다 가장먼저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 곁을 찾아온 매화!
매화향기 홀로 아득한 이곳으로 가족, 친구와 연인이 함께 오셔서
소중하고 기쁨 가득한 추억을 담아 가십시오.
(“꽃길 따라 물길 따라 섬진강 매화여행!”에서)

하늘과 산과 마을이
계곡과 길과 강변이 모두가 희고 붉은 매화꽃이로다.
청 매실농원을 중심으로 사랑으로, 낭만으로, 소망으로, 추억으로, 우정으로 길이
나 있으며,
매화문학관, 장독대와 휴게실, 전망대와 포토 존이 설치되어 있었다.
행사장에서는 국악연주회, 각설이타령이 흥을 돋아주고 있다.
산행은 오후 4시 30분에 종료되었다.
우리 회장님 얘기로는 산행 2팀이 길을 잘못 찾아 고생을 좀 했다고 말한다.
오늘 하산酒는 돼지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 흰밥에 맛있는 생김치였다.

(2018년 3월 23일)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올려주신 자세하게 설명해주신 산행글과 함께 사진들 잘 보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댓글 고맙구요, 감사합니다
산으로님, 매화사진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 고마워요.
매화가 바람이 났다면서 나좀 데리고 갈 것이지.
알겠습니다. 잊지않을께요.
팡팡님 건강 잘 챙기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