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오서점에서
2014. 7. 8 화
서촌 안내가 있는 날. 우산을 들고 나섰다. 혼자 온 중년 여인의 교양 있는 미소는 포근하다.
오늘은 골목길을 안내할 참이다. 둘이서 대오서점에 갔다.
대오서점은 남자 주인의 이름 조 대식 1929-1997과 그의 처 권오남 (82세)을 합성한 사업체
이름이다. 두 분은 1951년 스물셋 새신랑 이었고 열아홉 신부시절 종로구 누하동 ㅁ자 모양 집
26평에 헌 책방을 차렸다. 지금의 생각으로도 상호가 조화롭다.
세월의 민낯은 63년째 그대로다. 신이 사랑을 만드니 악마가 결혼을 만들었다.
그들은 결혼의 인고를 견디었고 헌 책방이 아직도 남아있다. 한옥 기와지붕과 좁은 안방에는
몇 개의 탁자를 두고 다과와 음료를 판다.
주문한 음료와 달고나가 함께 나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여인은 장호원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고 본인 대신 공부를 더 열심히 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2남2녀의 어머니며 남편은 제주대학교 교수다. 출가한 자녀들에게 어른 역할을 하는 게
쑥스럽단다. 56년생 초로의 여인은 새삼스럽게 잊어질 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시간과의 공감을 시도하고 있다.
대오서점은 카페로 변신 육 남매 중 다섯째 따님과 미국에서 음대를 다니던 그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삼 대 째 서민 문화다. 서촌은 조선시대 중인들이 살던 곳이다.
역관 의관 등이 주도한 여항 문학이 발달한 곳.
대오서점을 나왔다. 수성동 계곡 겸재 정선의 그림의 소재가 되었던 곳 기린교를 향했다.
가는 도중 시인 윤동주가 연희 전문 학생시절 하숙했던 시인 김송의 집터에 섰다.
준비한 메모를 꺼내 윤동주의 시를 낭송했다.
Prologue
Yun Dong-Ju
translated by Alex Rose
I hope to live with a conscience clear
until my dying day
And yet like the windblown leaf
I have suffered
I must love all those close to death
with a heart that sings of the stars.
And take the path
I have been called to walk
Even tonight,
the stars are being ruffled by the wind.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
박노수 화백 가옥과 한국전쟁 직후 원조 떡 복기 집이 있는 통인시장을 지나
경복궁 서쪽 영추문 앞 메밀꽃 필 무렵(식당)에서 시원한 냉면을 먹었다.
조대식 권오남 결혼 사진 (좌측상단)
대 오 서 점
음료와 달고나
추억의 매파
여인
시간과의 공감을 위하여
삼대째손자 (중앙)
대오서점 다섯째 딸
첫댓글 샘은 대오서점 저는 대오각성 ㅎㅎ
선생님아이들과 서오릉에서의 해설은 참 즐거웠습니다.
놀이처럼 즐기던 아이들 모습이 떠오릅니다. 각성댓글감사
언제 또 기회가 생기면 또 함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