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은 늙어도 가슴속은 늙지 않았다!
코스 : 우두령(질매재:720m)-묘-870m삼성산(985.6m)-여정봉(1030m)-대간복원지-바람재(810m)-형제봉(1040m)- 황악산비로봉(1111.4m)-백운봉(770m)-운수봉(680m)-여시골산(620m)-목장_괘방령(310m) 거리 : 약 13km 시간 ; 4시간 40분(쉬엄쉬엄 여유있는 산행) 들머리 : 우두령(720m) 날머리 : 괘방령(310m)
산에 간다, 감기 몸살 기운이 약간 있다...저녁 나절에는 창을 열고 가로수의 떨림을 보고 있었다. 싸한 바람이 불어 초가을 날씨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둠이 처마밑으로 밀려 온다...가슴 가득하게 어둠을 들여 마시고 창을 닫는다.
07시 35분에 원두막에서 커피를 마셨다. 영롱한 아침 햇살이 대지大地를 포근하게 안고 내린다. 산객을 실은 버스는 몇 구비 돌아 상촌마을 지나고 있다. 혹시나 여름꽃이라도 볼양으로 차창가로 눈을 돌렸지만 내 눈에는 띄질 않았다. 인간사 허구 많은 인연중에 시절인연을 잘 못 만나 꽃조차 볼 수 없으니 한심한 팔자다. 꽃은 이미 계절을 따라 산을 떠나고 있었다.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 보니 우두령에 닿았다. 산으로 들면 몇 종류의 야화野花를 볼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들머리 초입으로 든다. 하늘을 가린 푸르름이 장관을 이룬다.
우두령(질매재:해발 720m) 경북 김천시 구성면과 충북 영동군 상촌면 사이의 고개(령)로 579번 지방도가 지나는 곳이다. 향긋한 풀향기를 맛으며 들머리인 우두령 절개지를 오르면 870m봉에 닿는다. 하늘을 가린 숲들이 서로 몸비비며 내는 바스락 소리에 귀 기울이며...초여름 산에 오른다.
870m봉 이 봉에 오르면 대간길은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림길로 이어진다...기복이 심하지 않은 능선에는 연록색 잡목숲으로 진행한다. 후줄근하게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줄기차게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이는 삼성산(985.3m) 정상에 닿는다. 6월의 따운 태양이 온 몸을 감싸며 산객을 괴롭힌다. 잠시 내림길로 접어 들었다가 다시 오름길로 올라 서면 걷기 편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계곡을 타고 올라 오는 삼성암 스님의 독경소리가 청량감을 준다...그러나 운무에 잡목속이라 삼성암은 볼 수가 없었다.
삼성산三聖山(985.6m) 기복이 그다지 심하지 않는 능선을 오르고 내리고을 반복하면 삼성산三聖山정상에 닿는다. <<이정표에 '매직'으로 삼성산이라고 표기>>
나방이 한마리 숲을 헤치며 무엇을 찾는지 바삐 난다. 바람없는 날씨는 덥고 더구나 조망마저 트이지 않는 지루한 숲길을 걷다 보니 문득 하늘이 보고파진다. 참나무 사이로 돋아 난 다듬이돌 보다 조금 큰 돌위 서서 하늘을 찾는다...하늘은 저쪽에서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소영공주님이 준 초코렛을 까서 입에 물었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가슴팍으로 몰려 든다...다리쉼이라도 좀 해야 겠다. 다행이 볕을 가려 준 나무에 기대어 섰다...나무의 의지를 탐하다. 겨우내 빈가지만 달고 서 있던 나무들을 바라 보니 세월이 참 빠름을 배운다. 과연 " 光陰如流 "로구나!
여정봉(1030m) 야트막한 봉우리 몇개를 넘다 보면 시야가 트이는 둔덕을 만난다...주위의 산군들이 더위에 지친듯 누워 있다. 여정봉은 바람재 정산과 마주 보고 있는 봉우리로 사람 대여섯이 서 있을 좁은 공터에 잡목 몇그루가 그늘막을 만들어 주었다. 여정봉 정상에서 우측(90도 꺽어)으로 들어서야 대간길이 열린다.
대간복원지 군시설이 철수한 곳에는 복원을 하느라 나무도 심고 편의시설도 갖추어 놓았다. 가물어서 그런지 식재한 나무들이 축 늘어져 있어 애처럽게 보였다. 볕이 좋아 벤치에 앉았다...물병을 꺼내 한입 떨구어 삼킨다...하늘길 따라 구름 몇 조각 흐르다 춤을 춘다. 그래! 좋구나...무슨 팔자가 그리 좋은가?
바람재(810m) 좌우로 도열한 잡목숲 사이로 통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바람재 정상을 비켜서 급경사 내림길로 줄창 내려 오면 헬기장이 있는 바람재다. 형제봉이 우뚝서서 산객을 기다린다.
바람도 잔 날...풀들이 더위에 지쳐 누웠다...이 곳이 바람재다. 벤치에 앉아 물 한모금...목구멍이 좋아라 한다. 가자! 형제봉까지는 오름길의 연속이다...빈대궁만 남은 억새의 손흔들림을 받으며 간다.
山은 行雲流水 일진데? 높고 낮은 봉우리를 몇개나 넘었는데 물소리 들은 적 없으니...어인일인고?...참으로 괴이한 산이구나.
능선삼거리(신성봉 가는 삼거리) 바람재에서 조금 가면 된비알 통나무계단을 오르면 능선삼거리(신선봉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대간길은 좌측으로 90도 꺽어 가야 형제봉(남은 거리:500m)과 황악산(남은 거리:900m)가는 대간길이 열린다. <<우측은 신선봉(944m)..좌측은 형제봉(1040m) 방향>>
형제봉(1040m) 능선삼거리를 지나 능선을 따라 오름과 내림을 하다 보면 형제봉에 닿는다. 형제봉은 황악산 직전의 봉우리로 황악산 비로봉과 형제처럼 나란히 솟아 있다하여 형제봉으로 불린다. 형제봉 역시 조망은 트이지 않고 황악산 비로봉만 올려다 보인다. <<형제봉에서 우측 진행은 문바위골(비로통문:문바위)로 해서 능여계곡을 따라 직지사 방향>>
황악산黃岳山(1111.4m) 황악산은 경북 김천시 대항면과 충북 영동군 매곡면. 상촌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직지사 서쪽 200여m에 있는 천룡대 부터 펼쳐지는 능여계곡은 황악산의 대표적인 계곡으로 유명하다. 황악산은 전형적인 肉山으로 잡목이 많고 소나무가 없는 산으로 2개의 정상표지석과 1개의 삼각점 그리고 기원祈願을 담은 돌탑 1基가 서 있다. 주봉인 비로봉을 비롯하여 형제봉. 신선봉. 백운봉. 운수봉 등 다섯개의 봉이 말발굽 모양으로 직지사를 감싸고 있다. <<직지사는 신라 늘지왕 2년(418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대찰이며 부속암자로는 운수암과 백련암이 있다>>
***땡볕이 내리치는 정상에서 수박 파티*** 11시45분에 황악산 정상에 섰다. 몇년전만 해도 없던 아무렇게 쌓아 올린 돌탑 1기가 서 있다. 햇볕은 쨍쨍...바람은 마실을 갔는지 없고...푸르름에 몸져 누운 산군들만 나를 반긴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는데...아무도 없다. 표지석을 찌직하고 백운봉으로 가는 내림길로 들어서니 일행들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나도 배낭을 풀고 자리를 잡으려니까? 이게 왠일??? " 수박이 난도질을 당하고 있었다...몇몇 회원들은 한입씩 물고 좋아라 한다. 난리가 났다!...시원하고 맛있다고...나도 제일 큰 조각 하나를 들고 우적우적 씨채 먹어 버렸다. ?다! 아주 좋다!...수년간 산을 다녀 봤지만 산에서 수박을 쪼개 먹긴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였다. 염체 불구하고 또 한쪽을 먹으니 점심 생각이 싹 가셨다. <<수박 두쪽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날머리인 괘방령까지 갔다>> 정신없이 먹느라 누구의 선행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먹으니 괜스리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수소문 끝에 베품의 인물을 찾았다. 대뜸 닉네임을 물으니'동남군"이라고 한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다 있구나. 무려 7KG이나 되는 수박을 배낭에 넣고 이곳 정상까지 왔으니 그 정성 대단하다. 남에게 베품을 몸소 실천한 그 이름! '동남군님'! 이 사건을 기네스북에 추천하면 안될까? 이 환희의 순간들에 취해 한마디씩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진솔한 마음을 예쁜고리에 엮어 오래 두고 간직하고 싶다. 그리고 닉네임은 '동남군' 대신 "수박"으로 하기로 박수로 개명하기로 하였다. 모두들 한바탕 웃음으로 산행피로를 푸는 화기애애한 시간이 되었다. 참으로 흐믓한 정겨운 순간이고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되리라...싸리나무으로 몸을 숨기며 허허 웃고 말았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시원하고 달콤한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수박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고맙습니다.
<<쉬어 가는 곳>> 예전에는 鶴이 많이 살았다고 하여 '황학산黃鶴山'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신경준'의 '산경표'-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직지사 현판에는 '黃岳山'이라고 표기되어있다. 정상 바로 밑 헬기장 우측 바위에 서면 운무雲霧에 가려 희미하게 직지사直指寺의 전망이 트인다. <<황악산정상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면 능여계곡을 따라 내려 가면 직지사로 감>>
백운봉770m) 황악산정상에서 헬기장을 경유하여 이정표의 안내대로 직지사 방향으로 내려 선다. 작은 돌무더기와 봉우리를 지나고 통나무 계단으로 내려 선다. <<이 봉을 지날 무렵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으로 진행하면 백련암-운수암-직지사로 가는 길이 열린다>>
***박수정 마을의 유래*** 140년전 황악산 중턱에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항시 구름이 덮여 있어 "백운"마을이라고 불려 졌다고 한다...그래서 '백운봉'인가? 그리고 현재 '백운동'마을을 '박수정'이라고 한다. '박수정'마을은 박달나무로 가구를 만들어 팔아 생활을 여위하였기 때문에 바을 이름이 "박수정"이라고도 한다.
<< 운수봉에서 똑딱이 한컷>> 산행의 맛은? 발(足)로만 하는것이 아니고...눈(目)으로 보고 느끼고...귀(耳)로는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하는것
운수봉(680m) 운수암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운수봉이다. 직지사방향으로 지루하게 내려서지만 운수암 갈림길 부터는 대간길은 직지사 가는 길을 버리고 여시골산 방향으로 곧장 가야한다. 급경사 오름길을 숨이 턱밑까지 차 온다...운수봉 정상에 발길을 멈춘다...물 한모금으로 더위를 식힌다.
모든 중생衆生은 인연因緣의 끈이 떨어져 봐야 아름다운 산천山川이 눈(目)에 들어 온다.
여시골산(620m) 여시가 자주 출몰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경상도에서는 '여우'를 '여시'라고 부른다) 운수봉과 괘방령 사이의 대간능선에 올라 앉은 봉우리로 '천덕산'이라고도 불린다. 정상에서 좌측 방향으로 보이는 연무에 뒤덮인 어촌소류지(저수지)와 마을 전경을 바라 보면서... 날머리인 괘방령을 향해 마지막 힘을 쏟으며 600m봉을 지나 면 급경사 통나무 계단 내림길이 발끝에 머문다. 고만고만한 능선길을 가다 보면 우측으로 휘면서 급경사 내림길이 시작된다. 조금 내려 가면 잡목숲속 사이로 괘방령이 보인다. 대간길은 좌측능선으로 내려서야한다. 이 능선이 대간 마루금이다. 목초지를 지나 평탄한 잡목숲을 지나면 괘방령산장이 보이고 977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날머리까지는 3.1km...내림길의 연속이라 족히 40분이면 도착할 것 같다. 소나무 총무님이 내민 씁쓰레한 민들레 달인 물로 목을 축이고 길을 간다...날아 갈것은 기분이다. 마지막 이정표에는 <<황악산:2.6km..바람재:4.8km..여시골산:1.6km..괘방령:3.1km>>
이 계단만 내려 가면 오늘 산행은 마무리 한다.
길은 먼지 풀풀이는 외줄기 질경이 황톳빛 햇살에 알몸인채 산객을 맞는다.
대간 20구간 끝 길인 날머리인 괘방령 977번 지방도로와 맞붙은 하산길! 숲속을 벗어 나니 포장도로에서 올라 오는 열기에 얼굴이 후끈하게 달아 오른다.
괘방령(해발 310m) 경북 금릉군 대항면 향천리와 충북 영동군 매곡면 어촌리 사이의 고개로 977번 지방도가 지나는 곳. 옛적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세 관문 중의 하나인 서쪽 관문으로 상로(상로)로 이용되던 고개이며... 조선 선조때 일어 난 임진왜란때에는 ' 박이룡 '이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무찌른 역사의 숨결이 깃든 고개이기도 하다. 현재는 경북 김천시와 충북 영동간의 주요 교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제20차 백두대간 산행 사진 타 구간에 비해 유난히 통나무 계단이 많이 설치된 구간이다.
황악산 정상에서 바라 본 주변의 산군들
대간복원지
바람재 정상(현재 복원중임)
바람재 안부에서 백두님!
황악산 정상 표지석 모델이 되어 준 회원님 감사합니다.
녹색의 장원...바람은 없어도 그늘이 지어 산행하긴 그런대로 좋았다.
20구간 하산길에서 처음 본 소나무...! 무슨 사연 그리 많아...찢기고...부러지고...휘어지고...상처투성이...죽은 가지 부여 잡고 痛哭하는 老松이여! 사노라면 그런 저런 사연이 많어?....그냥 툭툭 털고 가세!
안부에서 휴식을 취하는 회원들! 여유로운 광경이 보기 좋다.
운수봉 정상에서 동남군(수박님)은 깊은 사색에 잠기고 나무각시님은 해맑은 미소를 그리고 포대님은 열공중!
여시굴? <굴은 수직으로 되있어 빠지면 올라 오기가 곤란한 지경???>
연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은 잡목숲...길게 늘어선 계단길을 걸어 하산하는 회원들.
빨갛게 익은 시큼하고 쌉쌀한 산딸기 한주먹 따서 먹으며 내림길을 벗어나니 넷째주에 가야 할 가성산(716M)이 눈앞에 펼쳐진다.
날머리인 괘방령 977번 지방도로와 맞붙은 하산길! 숲속을 벗어 나니 포장도로에서 올라 오는 열기에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 오른다.
괘방령산장 모습 (돌탑에 마을 이름이 다 들어 있다)
제10차 대간팀!... 화이팅! 더운 날씨에 고생들 하셨습니다. 푹 쉬셨다가 6월 26일에 만나요. |
출처: 무광도사 원문보기 글쓴이: 무광도사
첫댓글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날씨도 더운디 수고 많이 하셨네요 ~ ㅎ
향단님!
대간 같이 합시다(매월 2-주 일요일)
소구간으로 하니까...산행 시간은 5-6시간 소요.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한 여름을 맞이 하시 길....
대간은 무박이 많아서 못하고 있어요 ~ ㅎ
핑계지만요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