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언어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로 이해한다. 인간은 말과 글이라는 기능적 수단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사고와 감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언어의 의미는 이러한 의사소통의 기술적 차원을 넘어선다. 언어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담고 계승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세계관을 반영하고, 우리는 그 언어적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언어는 ‘세상을 보는 프리즘’이라고 불린다.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하는 군대는 그 특수한 조직체계 안에서 군인이 공유하는 가치관, 사고방식, 태도, 신념체계 등의 군대문화를 공유한다. 군대문화는 군 조직 고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사되는 군인들의 정신활동과 생활양식의 총체인 것이다. 이런 군대문화는 군대언어와 밀접한 상호작용적 관계를 맺고 있어, 군대문화의 사회문화적 특징이 고스란히 군대언어에 반영되어 나타나게 된다.
군대는 존재 목적의 특성상 수직적 계급 관계를 바탕으로 일사불란한 명령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집단적 결속을 강조하여 개인보다는 전체를, 다양성보다는 형식과 통일을 강조하는 특성을 보인다. 군대문화의 이러한 성격은 그대로 군대언어 생활에 반영되어, 위계적, 격식적, 폐쇄적 그리고 보수적인 특성으로 나타난다. 장병들 사이의 담화에서 자주 보이는 폭언과 욕설, 은어와 비속어, 격식체의 종결어미와 압존법 사용과 공문서에서 볼 수 있는 조사와 어미를 생략하고 체언만 나열한 형태의 문장이 그 예이다.
이 중 특히 병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잘못된 표현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병영생활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작용하여 악성사고를 유발하는 언어폭력. 둘째, 정확한 뜻도 모른 채 관습적으로 상용되는 ‘땡보(편한 보직)’, ‘아쎄이(새 보급품, 신병)’와 같은 비속어, 은어, 정체불명의 언어들. 셋째, 무의식적으로 답습되는 잘못된 ‘A급(최상급)’, ‘관물(보급품)’, ‘막사(생활관)’와 같은 영어식 표현과 일본어의 잔재들이다. 이들은 군인답지 못한 언어이다. 부대의 단합과 장병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반드시 그리고 신속히 척결 또는 순화해야 할 것이다.
병영생활 내 잘못된 군대언어 사용은 군대문화의 부정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군대문화를 부정적으로 재생산하여 병영생활 문화를 저해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올바른 병영언어생활이 조속히 정착되어야 한다.
올바른 군대언어 사용을 통해 병영생활 언어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올해를 ‘군인다운 언어 사용하기’ 원년으로 지정하고 병영 내 일제 잔재 용어 추방에 발 벗고 나섰다. 육군도 같은 취지에서 군내 언어폭력과 비속어 척결을 위한 언어순화운동을 의식개혁 차원에서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군대언어 사용 문화 풍토가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군내 올바른 언어교육의 부재로 인해, 올바른 병영언어생활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현재 전투형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육군의 ‘창끝 전투력’인 장병의 밝고 활기찬 병영문화 정착을 위해 국방부와 육군은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군대언어가 장병의 의식과 군대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선진병영문화 개선 노력은 반드시 올바른 군대언어 사용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언어는 개인의 인격과 조직문화의 결정체이다. 올바른 군대문화 창달을 위해 바로 지금 나부터 정확하고 바른 군대언어 사용을 생활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