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17
[소설 출간 후]
4월 29일(어제) 부산 왕복 열차표를 급히 예매했다. 5월 7-8 부산 여행을 생각하던 중 인터넷으로
열차 예매를 살펴보니 8일 올라오는 시간의 표가 전부 예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에 가서 문
의하니 노인을 위한 자리를 따로 예비해 놓은 것이 있다며 원하는 시간 보다 1시간 정도 빠른 시간
대의 표를 건네준다. 이럴 때 노인이라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소설 ‘진상리’를 출간 한 후 시집을 출간했을 때 보다 더 분주해졌다. 어쩌면 독자들에게는 시집보
다는 소설이 더 편한 것인지, 이틀에 한 번 우체국으로 가서 책을 발송해야 하는 부지런을 떨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분주함에도 마음은 즐겁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한 긴 시간의 마음 씀을 보
상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집 발송 할 때보다 발송 비용도 상당하게 들고 있
지만, 그래도 아깝지 않은 기분이 드는 것, 아마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의 마음이 이럴 것이
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한 소설 출간하기의 과정을 보내면서 코로나로 인한 여행 부족도 있지만 순간
순간 바닷바람이 그리워졌다. 바닷가에 가서 캔 맥주를 따고 싶고, 바다가 내게 전해 주고 싶은 말
도 듣고 싶어졌고, 그리고 새벽 어시장의 경매장을 보고 싶어졌다. 펄떡거리는 생명력, 알아듣기
힘든 경매사들의 언어와 손가락 언어가 그립고,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왕성한 활동이 보고 싶어 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많은 어시장의 새벽을 보았다. 동해의 속초부터 주문진, 묵호, 삼척, 울진, 영덕, 그리
고 거제, 통영, 마산(마산 어시장이라는 시도 한 편 있다)그리고 남해의 미조 등, 그렇게 서해의 항
구에서도, 나는 여행을 하는 항구 도시의 새벽 어시장을 필수 코스처럼 그렇게 가는데, 이번에는
자갈치의 새벽과 자갈치 시장 골목의 선지국수(이 음식은 전국에서 이 집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가 생각났고, 광안리의 기억도 떠올랐다.
그래서 5월 7일 오전에 출발하여 부산으로 가서 낮에는 깡통시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어묵 골목
에서 어묵을 먹고,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그 후에 부산에 거주하는 누님 같은 시인님과
친구 같은 시인이자 낭송가를 만나 차 한 잔 나누고, 혹 내가 부산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인
(모 밴드의 리더외에도...)이 연락을 하면 그와 같이 시간을 즐긴 후,
저녁에는 가울문 밴드에서 자주 듣던 남천동 유병구님의 7080라이브카페에서(그분을 만나 본 적
은 없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가볼 것이라는 생각에 주소를 메모해 놓았다.) 그 분의 연주를 감상하고,
어두워지면 해변에서 캔 맥주를 마시고, 늦은 시간에 자갈치 역 3번 출구 골목에 열리는 노천 포장마
차를 즐길 생각이다.(그 포장마차는 밤에만 열리는데, 티자 형으로 적어도 백 대 이상의 리어카가 밀
집해서 장사하는 곳이다.) 숙소는 자갈치 시장 주변에 정하고, 8일 새벽 자갈치 시장 경매를 보고,
선지 국수를 먹고 그런 후 천천히 뒷골목을 걸어서 부산역으로, 그리고 귀가하는 일정으로 다녀올 것
이다.
열차 표를 보면서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어떤 글을 만나게 될 것인가?
어떤 사람들의 표정과 말과 행동을 만나게 될 것인가? 어떤 생선이 부릅뜬 눈으로 나를 쳐다볼 것
인가? 하얀 포말은 내게 어떤 시어를 건네 줄 것인가?
나는 지금 이 글을 올린 후 고향인 연천으로 내려간다. 소설 출간 후 직접 찾아가서 인사해야 할 이
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 몇 마리를 사야겠다.
*여행은 1. 시간 있을 때 떠나라. 2. 가용 가능한 돈으로만 하라. 3. 가장 싸고 느리게 하라. 그러면 만
원으로도 가능하고, 어제 갔던 곳에서도 또 다른 글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