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이 감성(感性)이라면 상온은 이성(理性)이고, 수온이 감각적(感覺的)이며 감성적이라면 상온은 지성적(知性的)이고 이지적(理智的)이다. 쉽게 표현하면 수온은 느낌으로 상온은 생각으로 단순화시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상온은 엄밀히 이해한다면 표상작용이라는 용어가 가장 적절하다. 표상(表象)작용의 사전적 의미는 ‘추상적인 사물이나 개념에 상대하여 그것을 상기시키거나 연상시키는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것’으로, 어떤 대상을 ‘이름’과 ‘모양’으로 표상지어 아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어린 아이가 처음 글자를 익힐 때, 비행기 사진을 보여주고, ‘비행기’라고 말하며, ‘비행기’라고 쓰여진 글자를 보여줌으로써, 비행기와 비행기라는 말과 글자를 하나로 합쳐서 기억하게 하는 작용이 바로 표상작용이다.
눈귀코혀몸뜻으로 색성향미촉법을 접촉할 때 수상사가 생긴다고 했는데, 눈으로 사람을 보고 ‘홍길동’이라고 이름 붙여 아는 것도 표상작용이며, 꽃을 보고 ‘장미꽃’ 이라고 알 수 있는 것도 표상작용이다.
표상작용이 일어나려면 과거의 경험을 통해 개념을 만들어 놓은 지식과 언어적 개념들의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한다. 그 수많은 정보와 지식, 개념들을 비교하고 총괄하여 현재 눈앞에 보이는 대상에 대해 이성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넓게 보면 비교, 판단, 추리, 총괄, 개념화하는 모든 이성적 사유나 생각들을 상온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 판단, 추리, 총괄, 개념화 등을 통해 현재 내 앞에 있는 대상을 지각하는 것이기에 상온을 지각작용이라고도 한다. 이런 지각, 표상작용을 통해 나아가 보다 깊은 이념,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사상을 확장시켜 연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온은 꼭 물질적 대상만을 사유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선과 악, 미추(美醜), 장단(長短), 행복과 불행, 지혜와 자비, 평화와 자유 등 정신적인 이성적 언어개념들 또한 상온의 대상이 된다. 어떤 행위를 보고 선행인지 악행인지를 비교, 대조, 총괄, 추리를 통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사유하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바로 이 상온일 것이다. 색온, 수온은 동물들에게도 있을 수 있지만, 상온, 즉 이성적으로 사유하고 개념 짓는 활동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상온이 너무 어렵다고 느껴질 법도 한데, 쉬운 이해를 위해 이러한 모든 상온의 작용을 통틀어 개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생각’, ‘사유’ 혹은 ‘이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표상작용이지만, 개괄적으로 ‘생각’이라고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