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봉과 바랑산의 모산인 대둔산(大芚山)의 순수한 우리말은 ‘한듬산’.
‘한’은 ‘크다, 많다’는 뜻이고, ‘듬’은 ‘두메, 더미, 덩이’를 말한다.
그래서 ‘한듬산’은 ‘큰 두메산’, 또는 ‘봉우리가 많은 산’을 뜻한다.
대둔산의 남쪽인 전북 완주 쪽은 기암절벽으로 이뤄져 있고 북쪽인 충남 논산, 금산 쪽의 산세는 대체로 완만하면서 수림이 우거져 있다.
전북 완주군 쪽에선 해발 600m 지점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해 쉽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관광지가 되었고, 충남 논산시 쪽에선 수락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아찔한
‘군지구름다리’가 대둔산의 명물로 꼽힌다.
‘군지구름다리’는 길이 45m, 폭 1.05m, 높이 47m에 303데크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는 오늘 인적 드문 두메산골 크고 험한 산봉우리에서 달과 별을 찾아 바랑메고 구름 위를 걷다 선녀들이 목욕하는 수락계곡으로 내려오게 되는 셈이다.
충남 논산의 월성봉(月城峰 651m)과 바랑산(556m)은 대둔산 정상 마천대(878m)에서 서북쪽으로 뻗은 금남정맥의 첫 번째 두 번째 봉우리다.
월성봉은 ‘성이 있는 산 위로 달이 뜬다’ 해서 ‘달이성’이라고 하고 대둔산도립공원에 속한다.
고려 때 토적(土賊) 달리(達里)가 이곳에 웅거하며 노략질이 심하여 관군이 포위한 지 한 해가 지나서야 겨우 토벌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지금은 봄철 철쭉 명소로 부각되어 인기가 있다.
바랑산(556m)은 산의 생김새가 바랑(걸낭)같이 생겼다 하여 바랑산이라고 부른다.
이 두 산을 이어타기 위해서는 금남정맥을 오롯이 걸을 수밖에 없다.
물한이재를 이용하거나 영주사를 이용해야만 하는데, 우리는 영주사를 들머리로 잡는다.
작은 물한재에 올라서서 금남정맥을 타고 남하 바랑산을 지나면 도드라진 암릉군이 절경이다.
S커버를 그리며 대둔산을 향하면 철쭉단지로 단장된 월성봉을 볼 수 있다.
월성봉은 탐방데크와 산책로 등이 마치 공원처럼 조성돼 있어 수락주차장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편리하다.
월성봉에선 흔들바위 이정표를 따라 금남정맥을 타고 안부인 무수재에 내렸다가 다시 고도를 높히며 깔딱재까지 나아간다.
깔딱재에선 구름다리 방향 동쪽 산사면을 따라 산죽과 너덜밭을 지나 303데크계단을 내려서면 군지계곡 높은 벼랑에 아슬아슬 걸려있는 구름다리를 만난다.
수락계곡(水落溪谷)에선 비선폭포, 수락폭포 등 수많은 폭포를 끼고 하산할 수 있다.
금남정맥(錦南正脈)은 백두대간 상의 영취산에서 분기한 금남호남정맥이 조약봉에 이르러 두 줄기를 내어 놓는데, 그중 남서쪽으로 진행하면서 전라도를 좌우로 나눈 줄기가
호남정맥이고 북진하는 다른 한 줄기는 금남정맥이 된다.
금강의 남쪽 울타리를 이루는 산줄기로 운장산, 대둔산, 계룡산을 지나 부여 낙화암으로 떨어지는 도상거리 128km의 산줄기다.
코스: 영주사-금남기맥-바랑산-추모비-547암봉-법계사갈림길-월성봉-흔들바위-데크-무수재-새래봉-깔딱재-군지구름다리-수락계곡-수락리주차장(5시간)
산행궤적
약 10km의 거리를 5시간 동안 유람하였다.
고도표
<월간 산>의 수락계곡 원점회귀 월성봉 개념도
참고도.
네비엔 영주사를 입력하여...
편도1차선의 좁은 도로를 1km정도 들어가면...
널따란 주차장이 있는...
노인전문요양원이 나온다.
'영은원'이다.
원점회귀 역주행 팀을 제외한 A,B팀이 모두 하차하여...
작은 다리를 건너며 계곡의 어도(魚道)를 내려다 본다. 어도는 물고기가 건널수 있도록 만든 물고기의 길이다.
돌아본 '영은원'과 우리 버스. 우리 버스는 국내 최장축이지만 기사님은 베스트 드라이버 김봉석 사장님이다.
희희락락 우리들의 모습.
영주사 경내로 들어왔다.
영주사(靈住寺)를 직역하면 '영혼들이 거주하는 사찰'이라는 뜻으로 백제와 신라가 싸웠던 황산벌 전투에서 산화한 영혼들을 모셔놓은 곳.
2층 종루를 카메라에 담은 후...
절문을 나오면 'Y'로. 우측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진행하여...
우측 겨드랑이에 작은 계류를 낀다.
이정표가 우리가 나아갈 목적지를 가리키고 있다.
널따란 임도급 산길을 이어가면...
어느새 작은 물한재 갈림길에 올라서고, 굵은 밧줄이 고도감의 피로를 덜게하는 금남정맥.
경사가 완만해지더니 우측으로 조망이 열린다. 이후 이 코스는 우급좌완(右急左緩)의 산세. 따라서 조망의 90%는 우측으로 열려있다.
미처 헤아리지 못한 산군들이 시야를 막아선다.
살짝 당겨보아 계룡산인가 하였으나 산의 생김새로 보아 북동방향의 식장산(?)인 듯.
바랑은 짊어졌으니 목적지는 월성봉.
다시 만나는 전망대.
그리고 미처 헤아리지 못했지만 방향과 인상착의로 보아 계룡산과 향적산인 듯하여...
당겨 보았지만 거기까지였고, 만산(萬山)이 오리무중으로 잡히는 건 유영하는 잠자리 한 마리뿐.
산너머 산너머 일렁이는 산물결.
속도가 나지 않는 건...
우리들의 시선을 빼앗는 산하가 있기 때문. 발아래 반암소류지와 멀리 커다란 저수지는 탑정저수지.
바랑산에서...
정상의 표지판을 일별하고...
인증을 한다.
옆에 걸린 금남정맥 바랑산 표지판.
내내 발걸음을 맞춘 '한덤'님.
정상 한켠에 자리잡은 일행들 틈에서 점심보따리를 푼 후 시원한 탁음료로 산중 세러머니. 그런 뒤 다시 산중유람은 계속되고...
호사스런 눈호강도 이어진다.
오산2리 갈림길 이정표.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암릉군이 이어지며...
우측으로 전망을 선사한다.
오늘 함께한 독특한 차림의 군복버전 산꾼.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군복버전이다.
이어지는 암릉에서 만난 추모비의 글귀가 오래 가슴에 남는다.
산이 있네
싸리문 밖/ 느티나무 꼭대기
달을/ 걸어 놓으니
속세의 시름이야/ 흐르는 세월의 강을 건너네
산이여!
고독해 하지 마라.
강 건너 덕배 머무는 이 곳은/ 극락이니
행여/ 외로울까 이 마음
한 웅큼 떼어놓고 가네.
<강건너 덕배님을 추모하며...>
발 아랜 깎아지른 단애.
'한덤'님은 언제나 절벽에선 엉거주춤한 모습.
쉬이 떠널 줄을 모르는 일행들.
발아래 특이한 건축물을...
살짝 당겨보니 8각형의 건축물이 마치 미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5각형)을 닮았다. 이 건축물은 법계사로 비구니 스님들의 복지시설이다.
좌측 대웅전은 108평, 8각형 건축물의 방은 108개 호실. 백팔번뇌로 잘 알려져 있는 '108'이라는 숫자는 불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둔산이 가까워지더니...
우측 멀리 천등산 방향.
안부(480m)는 법계사 갈림길.
밑에 내려가서 임자만 만나면 몇억은 좋이 될 법한 명품 소나무를 지나고...
품이 넓은 월성봉에 올랐다. 이 지점은...
탈출로인 수락주차장(1.8km) 갈림길.
수락계곡(매표소)이 1.36km.
이 지점의 위치번호.
갈림길에서 우측 헬기장을 지나면 바로...
조그만 정상석이 있는 월성봉.
달과 별이 뜨는 게 보일 것.
월성봉에선 지나온 바랑산과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엔 아까 본 법계사.
아까보다 돌아 앉은 법계사.
우급좌완(右急左緩)이니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서급동완(西急東緩)인 셈. 그러니까 논산시 양촌면 방면은 급하고, 벌곡면 방면은 완만한 편이다.
이 지점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었으니 한국전쟁 때 전적지였다.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차단된 인민군과 자생적 좌익계 빨치산들이 숨어든 곳.
양촌면민들은 월성봉에 고지를 구축하여 전투를 벌인 '월성고지'이다.
전망이 열리는 바위벼랑엔 '추락위험'이라는 경고판이 붙어있다.
일행들도 아직 멀리 가지않고 산중에 머물고 있어...
가까이 당겨보니 그들도 산중호사를 누리고 있다.
둥그스름한 특이한 바위는 흔들바위 표석이 있고, 흔들어 보지만 적재정량이 있는 모양으로 '한덤'님은 정량에 미달한 듯.
흔들바위 표석.
우측 방향은 단애(斷崖)에 아슬아슬 자리잡은 명품소나무가...
선경(仙境)을 이루고...
풍우한설(風雨寒雪)을 이겨내고 있었다.
멀리 천등산 방향.
대둔산이 성큼 다가왔지만...
급할 것 없는 우리들은...
지나온 능선과 바랑산을 돌아본다.
참나무에 붙은 이 버섯은 상황인가, 신참 심마니가 기어코 채취를 했는데...
법계사(양촌) 갈림길을 지나고...
바위벼랑 명품소나무가...
도열한...
능선을 지나면...
성터 흔적을 만난다.
정면으로 길다랗게 장막을 친 대둔산 능선을 살짝 당겨서...
초입의 도드라진 암봉을 확인하니 ' 대둔산북릉'의 돛대봉이다. ◇ 대둔산북릉 ☞ http://blog.daum.net/bok-hyun/18
뒷쪽 도드라진 암릉에서 스카이라인을 긋고 있는 미옥 씨.
안전 휀스가 안전을 담보한 칼능선에선...
대둔산의 위용이 느껴져...
살짝 당겨보니 시설물이 있는 곳은 마천대이고...
좌측으로 흐르는 능선은 속칭 '대둔산북릉'. 산자락 아래에 보이는 탑은...
나중에 지나갔던 대둔산 승전탑.
묵묘를 지나니...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수락재.
수락재의 위치번호는 <05-10>으로 해발 364m로 적혀있다. 탈출하는 일행들을 뒤로하고 깔딱재 방향으로 진행하다...
작은 봉우리를 우회하니 짜개봉(1.66km) 갈림길을 만나지만 마천대 방향으로...
풀숲으로 변한 헬기장을 지나고...
역시 마천대 방향의 작은 봉우리를 올라서면...
아무 표식없이 잡초 가득한 새리봉(580.8m)이라는 봉우리를 지난다.
내려서면 깔딱재.
위치번호는 <04-08>로 해발 545m. 무슨 연유로 깔딱재라는 이름을 얻었느지, 우리는 하나도 깔딱거리지 않았는데 알다가도 모를 일.
깔딱재에선 '구름다리' 방향 높낮이 없는 사면으로 등고선을 따르면...
산죽과...
너덜지대를 통과하여...
능선을 갈아타게 되는 셈.
수락주차장 방향으로...
위치번호는 <03-07>로 해발 574m.
데크계단 우측으로 군지계곡은 출입통제 되었고, 303계단은 자연스레 구름다리로 향하게 된다.
계단이 없었다면 산짐승도 접근하지 못했을 길을 '군지구름다리'를 위하여 시설되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였지만 여기서는 구름다리로 통하게 되는 것.
구름다리는 군지계곡 아찔한 47m 높이에 가설되어 있다.
구름다리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듯 실핏줄처럼 엉킨 대둔산 등로에 한 가닥 등로로만 자리매김 되었을 뿐.
사시사철 수려한 수락계곡과...
대둔산 접근의 편의성만으로도 훌륭한 코스가 될 것이다.
거기다 암릉미와 아찔한 구름다리로 군지계곡을 도곡(渡谷)함에 있어서랴.
303계단은 구름다리를 위한 인프라인 셈.
군지계곡의 협곡을 타고 내려서는 계단은...
또다른 체험이다. 좌측 아래 군지계곡은 수락계곡의 백미로서 한국전쟁 후 인민군과 빨치산 잔당들이 최후까지 활동했던 곳.
데크계단마저...
궁궁지지(弓弓之之) 휘어지는 가파른 암릉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수락폭포가 있고...
이후 등로는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하듯 이어진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
선녀폭포는...
포토 포인터에서...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수량이 적어 제맛이 나지 않는다.
대둔산승전탑은 계단 아래에서 그냥 패스.
음수대에서 대강의 산행흔적을 지운 뒤 탐방안내소를 벗어나...
월성봉 종합 안내도를 지난다. 월성봉은 철쭉 명산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내려오면서 올려다 보는 월성봉.
수락지구 대형 주차장에서 흙먼지 제거 에어크리너로 깔끔을 떤 뒤...
대둔산 8경을 살펴본다.
제1경: 군지 구름다리. 제2경: 수락폭포. 제3경: 마천대. 제4경: 승전탑. 제5경: 선녀폭포. 제6경: 낙조대. 제7경: 석천암. 제8경: 마애불
하산 시간을 10여분 오버해서 한참 뒷풀이가 진행되고 있는 버스로 귀환한다.
역주행으로 대둔산 탐승을 한 일행들이 아직 하산하지 않았다.
-대둔산에서-
대둔산 자락에/ 비껴앉은 정자에서
넷이 마주 앉아/ 동동주를 따르는데
구름인듯 안개인듯/ 배어드는 어둠속에
동양화 펼쳐있네
화필을 들고 서성이는/ 부질없는 화가여
예와서 술이나 함께 하세
참으로 좋을시고/ 동양화 예있네
앞으론 둥그스럼/ 솟은듯 누웠는듯
한많은 여인네가/ 안개속에 속절없고
아릿한 자태를/ 보이다 말다 하네
어허/ 참으로 묘한지고
속세에 잊은 여인/ 예와서 다시 찾네
동동주 남았는가/ 한 잔 더 부어주게
<근암/유응교>
첫댓글 수고에 감사 드리며...
너무 어두운 사진이 하나 있어
밝게하니 배경이 멋진데요..
그렇네요. 군지구름다리에서 내려오는 길은 협곡을 이루는 칼능선이었죠.
험한 능선 산짐승도 차마 길을 내지 못하고, 새들만이 날아드는 칼바위능선을 꾸불꾸불 '새 을(乙)'자를 그리며 꺾어지는 데크계단이 인상 깊습니다.
데크 아래로 펼쳐지는 군지협곡은 현대사의 아픔과 함께 호기심이 증폭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