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대건 신부님의 고장, ‘용인’
경기도 용인은 ‘성 김대건 신부님의 고장’이라고 불려야 마땅합니다.
세 가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첫째, 성 김대건 신부님은 충청도 솔뫼에서 태어나셨지만,
성인의 가족은 당시 천주교 박해를 피해, 용인 땅 한덕골로 이주하여 살았습니다.
곧, 성인은 약 8세부터 15세까지 용인(한덕골)에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마카오에서
신부가 되어 돌아와 순교하기까지 약 6개월 동안 사목활동을 펼친 곳이 지금의
은이 성지입니다. 이처럼 성인은 생애의 많은 시간을 용인에서 사시고 활동하셨습니다.
둘째, 성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나라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적 인물로서,
용인시를 빛내주는 분입니다. 그런데 용인시민 중에는 성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이 있고, 그분을 공경하고 본받고자 하는 정서가 흐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성인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가 배우고 공경하도록 교과서에도
실린 분이니, 용인시와 용인시민이 앞장서 사랑하고 존경하며 그분의 삶과 정신을
널리 알리려 애써야 마땅합니다.
셋째, 성 김대건 신부님은 탄생 200주년을 맞아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성인의 삶과 업적을 인정한 유네스코가, 전 세계인들이 그를
사랑하고 본받기를 바라며 ‘세계기념인물’로 선포한 것입니다. 성인은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며 본받아야 할 분입니다.
현재 용인시는 성 김대건 신부님을 ‘용인이 낳은’ 역사적 인물에 걸맞게 공경하고
본받으려는 취지에서, ‘은이 성지, 골배마실 성지, 고초골 공소, 손골 성지,
미리내 성지’를 순례하는 “청년 김대건의 길을 걷다.”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자 유네스코가 올해의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한
2021년을 맞아, 용인시가 성인의 삶과 정신을 널리 알리는 해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용인시민들이 “용인은 성 김대건 신부님의 고장”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용인시가 노력해 주기를 제안합니다. 용인시를 관할하는 천주교 수원교구도
교구민들에게 이 사실을 주지시킬 것입니다.
둘째, 용인시에서는
성 김대건 신부님의 삶과 순교 정신을 널리 홍보해 주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용인 시민부터 성인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본받고자 노력해 줄 것을 제안합니다.
셋째, 특별히 청소년과 청년들이
성 김대건 신부님께서 삶과 순교를 통하여 보여주고 가르쳐 주신 불굴의 정신,
애국애민의 정신을 배우고 본받도록 일깨워 나가줄 것을 제안합니다.
글 : 최덕기 바오로 주교 – 수원교구 제3대 교구장
자전거가 경제에 나쁘다고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건강이 좋아집니다. 아마 환경도 좋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면 GDP(국내총생산)가 떨어진다.
자동차가 안 팔려서 자동차 회사 이익이 줄어든다.
자동차 보험도 안 드니 보험 회사도 어렵다.
기름을 덜 쓰니 석유 회사의 이익이 줄어든다.
다들 건강해지면 병원에 가는 사람이 적어져서 병원도 손해다.
실손 보험도 덜 들 터이니, 보험 회사의 손해는 더 커진다.
따라서 자전거 타기는 경제에 좋을 게 없는 일이다.
물론, 걷기는 더 나쁘다.’
황당해 보이는 이런 주장은
사실 지금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률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다리가 무너져서
복구공사를 벌여도, 건설회사가 돈을 버니 경제가 성장한다고 계산합니다.
망가진 다리와 사고에 따른 사상자는 계산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의료비가 높아져도,
의료 부문이 성장해서 경제가 성장한다고 계산합니다.
입시 경쟁이 심해져서 사교육비가 더 지출되면 사교육 부문이 성장하고,
집세가 올라서 월세 지출이 많아지면 주거 부문이 성장한 것으로 봅니다.
환경을 파괴하면서 공장을 가동해도, 파괴된 환경의 가치는 빼지 않고
공장에서 나온 물건 값만 계산해 더합니다. GDP는 우리 삶에 기여하지만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GDP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가족을 위해 아이들을 돌보고 빨래와 청소를 하고 어르신을 간호하는 일은,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포함하지 않습니다.
성당에 나와 자원봉사하면서 보낸 시간은 경제성장 계산에서 빠뜨리고 맙니다.
다른 곳에 가서 돈을 받고 똑같은 일을 하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계산하는데도 말이지요.
이런 방법이 우리 삶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일까요?
경제가 몇 퍼센트 성장했다고 발표되면, 세상이 그만큼 좋아졌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건강이 좋아지니 좋은 것입니다.
건강이 좋아지면 병원 갈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취미생활을 하면 되니,
삶의 질도 좋아지는 것입니다.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으면 탄소배출을 안 해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니, 미래 세대에게 좋은 것입니다.
교육비, 주거비를 덜 쓰고 성당에서 자원 봉사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좋은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시기 좋더라.’라고 할 수 있는 세상은 돈과 욕망으로
가득 찬 곳일까요? 아니면 깨끗한 환경과 좋은 관계로 가득 찬 곳일까요?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어떤 쪽인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진정한 경제성장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때입니다.
글;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 LAB2050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