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심승혁
악어 떼 외
도심 어딘가의 빌딩 속
엘리베이터 안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접근을 부정하는 몇 개의 손가락
급하게 문을 닫아버리자
거절당한 한숨이 거칠게 부딪힌다
늑대거북의 느린 걸음이
앨리게이터에게 잡아먹힌 하루가
와그작 부서지는 소리로 남은
미시시피 숲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외국 아나운서의 흥분된 음성이
엘리베이터를 채우는 동안
지상과 천상의 사이 출구 없는 연옥처럼
듣지 않는 귀들, 초점 잃은 채
1 2 3 4 멍하니 높낮이에 취해있다
갈팡질팡 숫자가 새겨지는 복도에는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느림의 차이로 발 동동대는 속내들
정글처럼 울창해지는데...
See you later, Alligator!!
*앨리게이터(Alligator): 주로 아메리카, 중국 쪽에 사는 악어의 종류
*연옥: 천국에 갈 정도의 죄는 아니고, 지옥에 갈 정도의 죄도 아닌 자의 영혼이 머무는 곳
*See you later, Alligator: (라임을 맞춘 영어 관용구, 인사말) 다음에 또 봐~
------------------------------------------
얼룩 말
말들이 쏘아졌다
거칠고 깊은 자국들 번져
하나 둘 얼룩이 지는데
누구도 쏜 자는 아니라며
육식성 입을 닦느라 번잡하다
얼룩이 된 입들과
얼룩진 몸들이 함께
도시 곳곳 여민 옷깃에 숨어
이히힝 못 들은 척 스치는 동안
얼룩말들 제 입을 찾아 뛰어다닌다
꿀꺽꿀꺽 알비노 까마귀 떼,
저 먼 사파리 얼룩말의 죽음을 뜯어먹으며
도시를 노리고 있다는 뉴스가 들렸던가?
흰 것인지 검은 것인지 모르는
말을 헹군 신선한 입 안으로 얼른
홀씨를 하얗게 욱여넣는다
-------------------------------------------------
심승혁|2017년 《문학광장》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평을 찾느라 흠뻑 젖는 그런 날이 있다』, 『손금 안에 연어가 산다』가 있으며 현재 <시와징후> 편집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