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얘기로 디자인, 단 하나뿐인 케이크 만들어요"

[햇빛 비추는날]

'달콤한 얘기로 디자인, 단 하나뿐인 케이크 만들어요"

기사입력 2010-10-13 08:00:00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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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으뜸] 전미경 J’s케이크 대표

골프장, 농구장, 비룡폭포, 바비인형, 신데렐라, 인어공주, 황진이….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그렇지만 있다. 이들 모두 케이크로 다시 태어났다는 점이 같다. 어떻게 그럴 수가? 물론 ‘독특한’ 손길이 필요하다. 한국 1호 케이크 아티스트 전미경(51) 제이스 케이크(J’s cake) 대표의 손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원하는 모든 디자인이 케이크로 만들어진다. 디자인 케이크로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그는 디자인 케이크의 1인자다. 맨 위에 자리매김하기까지 사연을 들어봤다.

이야기가 있는 디자인 케이크

그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중국 미술사에 더 깊은 관심을 가졌다. 대학시절 학교보다 미술관ㆍ갤러리ㆍ음악회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중국 유학을 가고자 했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꿈은 물거품이 됐고, 취미는 자연스레 가족을 위한 요리로 옮겨졌다.

“결혼 초부터 남편이 회사 동료들이나 지인을 집에 데려 오는 일이 많았어요. 애송이 주부였지만 뭔가 대접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요리책을 보고 연구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틈날 때마다 이웃들을 불러 내가 만든 음식을 맛보게 하고 쿠키나 간식거리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제 음식솜씨가 입소문 나면서 엄마들이 요리를 가르쳐 달라며 찾아왔고, 어쭙잖게 요리교육까지 하게 됐지요.”

그렇게 10년, 한식ㆍ일식ㆍ양식ㆍ중식을 두루 섭렵했다. 손님들이 방문하면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요리를 대접할 수 있게 됐다. 남부럽지 않은 요리실력을 갖추게 됐을 무렵 그는 케이크에 욕심이 생겼다.

“199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해요. 패밀리레스토랑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주부들이 외식을 많이 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뭔가 근사하고 특별한 요리만을 바라더라고요. 사실 전 집에 있는 재료로 알뜰살뜰하면서도 쉽게 차릴 수 있는 요리를 주로 가르쳤는데 말이죠. 그런 생각이 저와 잘 맞지 않았어요. 뭔가 다른 도전을 해보자 고민할 때쯤 특별한 날 남편과 아이들에게 만들어줬던 축하 케이크에 생각이 미쳤어요.”

2000년, 주저없이 숙명여대 르꼬르동블루를 수료했다. 그는 “빵 전체를 다루면 결국 제과점과 차별화할 수 없으니 케이크 한 가지만 전문적으로 해보라”는 남편의 조언에 오로지 케이크에 매달렸다. 보통 케이크가 아니라 스토리와 디자인을 결합해 이야기가 있는 ‘디자인 케이크’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플라워ㆍ컬러링 디자인과 접목

“정말 온종일 케이크만 만들었어요. 어떤 형식과 모양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모두 재현해 봤지요. 그때 우리 큰애가 고1이었는데, ‘이런 케이크는 분명 판매할 가치가 있다’며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해줬어요. 뭘 모르면 용감하다고, 별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전국에서 케이크 주문 전화가 오는 겁니다.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 싶었죠(웃음).”

직접 비행기를 타고 케이크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가 되자 그는 좀더 작품성 있는 케이크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디자인 케이크는 단지 빵을 잘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학생시절 붓글씨를 했던 게 케이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붓과 좀더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에 민화랑 불화 등 그림을 배웠어요. 또 플라워디자인 공부를 해 생화를 활용해 케이크 디자인을 하기도 했고요. 컬러링디자인 공부도 케이크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감을 만들어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2004년에 오프라인 매장을 낸 그는 현재 서울 성북구 성북동과 종로구 삼청동에서 각각 제이스 케이크와 제이스 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예전처럼 온라인몰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게 더 쉽고 저도 덜 피곤하지요.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케이크를 맛보게 하고 여러 가지 디자인을 계속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요즘 먹는 거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좀 많나요?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을 통해 입증되지 않은 재료로 만든 케이크를 파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먼저 디자인 케이크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건강한 케이크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케이크도 먹는 제품이니 디자인에 앞서 맛과 건강을 우선시해야지요.”

많은 이들에게 행복 주는 작업할 것

재료로 유기농 밀과 유기농 과일ㆍ치즈만을 고집하는 데다 디자인 작업에도 손이 많이 가는 만큼 그가 만드는 디자인 케이크는 20만~30만원대를 호가한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을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좀더 특별한 날을 오래 추억하고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케이크를 찾는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꼬박 1주일 이상을 투자한다.

“우선 문의가 들어오면 적어도 30분 이상 대화를 통해 원하는 콘셉트를 찾아내고 고객과 함께 디자인을 상의합니다. 그러면 1주일여에 걸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스케치를 해 고객에게 검토 받지요. 신선도 유지를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을 수가 없으니 고객이 찾으러 오기로 한 전날에 밤을 새워 작업하는 일이 잦습니다.”

케이크를 받는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아까워서 먹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케이크는 작품성이 높다.

“가끔 디자인 케이크를 슈가아트와 혼동하는 분들이 있어요. 슈가아트는 수입재료를 사용하고 만들어 놓은 틀에 찍어 제작하는 식이지요. 물론 딱딱하게 굳어 있으니 먹을 수도 없고요.”

그는 디자인 케이크 장르를 보다 넓히고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 강의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분야에 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여전히 디자인 케이크를 생소해하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현재는 개인적으로 저를 찾아오는 이들 중 취미가 아닌, 전문성을 갖고 이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 위주로 가르치고 있어요. 앞으로는 강단에 서서 제 노하우를 제과제빵을 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전수하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최근 현대미술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리움미술관의 기획전, ‘미래의 기억들’전에 케이크 퍼포먼스로 참여했다. 반응이 좋아 이달부터 매주 주말 17회에 걸쳐 ‘전미경의 아트 케이크’를 진행하고 있다. 리움미술관 내에서 쿠킹클래스가 진행되는 건 최초다. 그의 디자인 케이크가 미술관으로 진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게 된 셈이다.

“예술가들과 작업하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먹을거리를 갖고 작품활동을 하다 보니 물론 제약은 좀 있지만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길 바랍니다. 제 최종 목표요? 궁극적으로 메세나(Mecenat) 구실을 제대로 수행하고 싶어요. 케이크를 필요로 하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을 찾아가 기쁜 날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돕고자 합니다. 케이크로 행복을 주고자 하는 게 제가 이 일을 시작한 동기니까요.”

글=홍연정기자 hong@ 사진=안윤수기자 ays77@

출처_건설경제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010121544549030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