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사람이 사업을 시작했다면 5년 후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2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생존확률이 20%밖에 안된다. 그래서 창업을 전쟁에 비유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실제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절반 정도라고 가정해 본다면 창업자들은 총탄이 날아다니고 포연이 자욱한 전쟁터 보다 더 지독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창업시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대기업에 퇴직한 사람, 새로운 수입원을 찾고 있는 가정주부들, 취업을 원천봉쇄당한 청년 등 그 속성도 다양하다. 가혹한 시장의 논리는 이들의 생사를 결정지을 것이다. 일부 운좋은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은 갖고 있는 재산마저 모두 날리고 실패의 쓴잔을 마셔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있어온 일이며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시장의 법칙이며, 전쟁의 법칙이다.
▲ 장군을 둘러싸고 있는 5적들은 오늘 창업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그것들과 정확하게 중첩되고 있다. 전쟁과 창업의 속성이 같은 탓이다. 오늘 창업자들은 전쟁터로 향하는 장군의 모습 그대로다. 창업자=이순신이다.
1597년 4월 1일. 장군은 옥문을 나섰다고 '난중일기'에 쓰고 있다. 이틀 후인 4월 3일의 일기에는 "일찍 남으로 길을 떠났다"고 적고 있다. 임진년 전쟁발발이후 치룬 모든 전쟁에서 전승을 거둔 장군이 다시 전쟁터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장군에게는 다섯 가지 형태의 적이 있었다. 가장 큰 적은 100여년 동안의 전국시대를 거치는 동안 전쟁기계가 되다시피한 왜적들이었다. 왜적은 20일만에 서울까지 치고 올라오는 엄청난 전투능력으로 순식간에 국토를 유린해 버렸다. 두 번째 적은 정권유지에 급급한 선조와 집권세력이었다.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을 보면 이들이 모여 앉아 장군의 목숨을 어찌할 것인가를 놓고 쟁론하는 일로 날을 지새고 있다. 세 번째 적은 장군의 승리를 시기하고 끊임없이 음해하는 내부의 적이 그들이었다. 네 번째 적은 좀 생경하다. 장군은 왜적 보다도 무서운 것이 때마다 돌아오는 끼니라고 했다. 1만 6천명에 이르는 수군을 먹여살릴 수 있는 양식을 마련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다섯 번째 적은 병마(病魔)다. 장군을 늘 아팠다. 마음이 아팠고 몸이 아팠다.
장군을 둘러싸고 있는 5적들은 오늘 창업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그것들과 정확하게 중첩되고 있다. 전쟁과 창업의 속성이 같은 탓이다. 오늘 창업자들은 전쟁터로 향하는 장군의 모습 그대로다. 창업자=이순신이다.
장군은 전쟁에서 이겼다. 23전 23승했다. 장군의 불패신화가 그립다. 장군이라면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기적과 같은 성과를 이루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장군이 온갖 악조건 속에서 불패의 신화를 남긴 것처럼 오늘 창업자들도 장군을 위기 속으로 빠뜨렸던 함정들을 요령있게 피해나가면서 불패의 신화를 창조해야 한다. 이것이 개인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고 국제 경제전쟁에서 일본, 중국 등 경쟁국가에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 솥뚜껑의 함정
창업시장의 현실은 생각 보다 심각하다. 자동차 앞좌석 옆에 붙어 있는 거울에 적혀 있는 문구, "사물은 보이는 것 보다 가까이 있다"라는 말이 오늘의 상황을 말해주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이런 문제를 내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환란이후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떠났지만, 진정으로 이들의 미래를 걱정한 사람은 없었다. 창업자들은 심각할 상황에 빠져 있지만,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다. 속내를 드러낸들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도 없고, 해결해줄 곳도 없기 때문이다.
단 한차례의 의사표명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2일 있었던 이른바 '솥뚜껑 시위'는 정부당국에 핵폭탄에 버금가는 충격파를 던진 듯하다. 그동안에 있었던 민주화 시위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솥뚜껑 시위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이 때부터 허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면서 그 원인을 솥뚜껑을 집어던진 사람들에게 돌려 버린다. 그 후속 조치로 함부로 창업을 하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높이 쌓고,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을 퇴출시키겠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하지만 창업자들은 이런 조치가 낯설다. 누군가는 외계인이라고 하더라도 이처럼 황당한 얘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나 집권세력이 전쟁터에서 무수한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장군을 잡아 족칠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 국제 경제전쟁의 함정
창업자들은 갑작스럽게 엄청난 도전에 직면했다. 졸지에 한국대표 기업들이 방어하지 못한 전선에 나서게 됐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기업들과 정면승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도미노 피자 등 최고 품질의 제품과 운영시스템을 갖춘 기업들과 지역상권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최종 소비자를 놓고 격전을 벌이고 있는 창업자들에게는 이들과 싸울 수 있는 전법과 무기체계가 없다.
임진왜란 발발하기 직전 조선정부는 통신사를 보내 적정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200여명의 관리들이 일본으로 가서 1년 동안 체류하면서 알아온 내용은 전쟁이 일어날지 그냥 지나갈 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떠난지 4개월 후에 일본 군부세력은 전쟁준비를 결의하고, 각 지역 성주들을 독려하여 전쟁물자를 조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년 후 15만 8천명의 일본군을 태운 적선이 부산 앞바다를 뒤덮었다.
그러나 장군은 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일본이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조총을 보유하고 있는 군사대국이었지만, 그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전투인 옥포해전에 나선 군사들이 눈앞에 적을 두고 흥분하고 허둥되는 것을 보고, 장군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산처럼 장중하게 움직여라'(輕擧妄動 靜重如山)라고 말했다.
장군은 명량해전을 앞두고 한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능히 천 사람을 두렵게 한다고 말했다. 전투를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휘하 장수와 병졸들에게 전투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한 말이다. 장군은 불과 13척의 배로 200여 척의 일본 함대 중 무려 133척을 쳐부쉈다. 명량 해협은 부서진 일본 함대의 파편과 일본수군의 시체들로 뒤덮였다.
▲ 장군도 싸움에 있어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生卽死 死必卽生)고 하지 않았던가.
<> 선각자의 함정
변화하는 시대에는 어제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새로운 전쟁에 나서는 장군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거의 전쟁에서 사용했던 무기와 전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노출된 무기와 전법은 패전을 예고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장군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바로 하루전에 세계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을 완성했다. 그리고 사천포해전에서 그 위용을 선보였다. 적들은 거북선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눈먼 배'(盲船)라고 했다. 진영 깊숙이 들어와서 좌충우돌 배들을 깨부수니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창업전쟁에서도 거북선급 신무기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한산대첩이 장군에게 맞선 적장은 용인전투에서 단지 1,600명의 군사로 조선 육군 5만명을 패퇴시킨 장본인이었다. 장군은 전공에 눈이 먼 적장을 넓은 바다 한 가운데로 이끌어내 전멸시키는 인출전포지계(引出全捕之計)를 썼다. 한산도 앞바다로 이끌려 나온 적은 학인진으로 공격하는 조선 수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임진년 한 해동안 장군은 17번의 크고 작은 해전에서 392척의 적선을 격파, 3만 4,000명의 적을 몰살시켰다. 반면의 조선 함대는 한척의 배도 잃지 않았고, 전사자와 부상자를 합해 약 240명의 피해를 그쳤다. 세계해전 사상 불가사의한 이런 전과는 어떻게 이루어낸 것일까? 장군은 손자병법에 있는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 즉 이겨놓고 나가 싸운다는 병법에 충실했다.
<> 끼니의 함정
앞서 말했듯이 장군은 적보다 무서운 것이 끼니라고 말했다. 1만 6천명의 병사를 먹여살려야 전쟁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수행에 필요한 모든 물자와 양식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장군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적과는 대조적이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난중일기를 보면 무기를 만들고 군사를 조련하는 일보다도 고을의 원을 불러 끼니를 대는 일에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쟁의 와중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사리사욕을 채우는 아전들을 잡아들여 장을 치고 있다.
창업활동은 반드시 창업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창업자 뿐만 아니라 창업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창업자처럼 행동해야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영웅처럼 행동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 중에서 영웅을 만들어낼줄 알아야 한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어떤 포지션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공격도 잘 해야 하고 수비도 잘해야 한다. 창업자는 다른 선수를 잘 다독거려 팀을 승리로 이끌어가는 주장 선수와 같다. 골만 넣으려고 애쓰는 바보짓을 하지 않는다. 골을 넣어 승리를 거두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길이라고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창업자는 사업의 각 국면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주도록 설득하고, 장시간 동안 일하게 하며 고객들에게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게 한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사업기회를 탐색하고 추구하는 창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병마의 함정
창업자는 모순적인 인간이다. 이것은 창업을 하고 운영하는 과정이 원래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서 예측불가능한 것에 기인한다. 창업자는 어떤 경우에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으로 행동해야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신중하고 사려깊게 생각할 것을 강요당한다. 두 가지 모순적인 상황이 별개로 움직이는 경우는 없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괘종시계의 시계추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내야 한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극한 상황에 처해 있는 창업자의 체력은 항상 바닥나 있다. 난중일기에는 곳곳에 몸이 아팠다는 내용이 나온다. 특히 정유재란이후 명량해전 까지의 기간 중에는 나라의 앞일과 적과 싸울 일을 생각하는 사이에 새벽이 밝아왔다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창업자들은 있는 힘을 다해 전력 추구한다. 변화하는 고객의 마음을 따라 잡아야 하고, 경쟁자들의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창업자는 강건해야 한다. 강한 체력이 기반이 돼야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한 일을 해낼 수 있다.
"이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장군은 최후의 결전을 앞둔 1598년 11월 18일 밤 함상에서 손을 씻고 향불을 피우면서 하늘에 빌었다. 장군은 11월 19일 새벽 마지막 싸움터에서 죽음을 맞았다. 장군과 위대한 조선 수군의 장수들은 한척의 배도 돌려 보낼 수 없다는 오직 한 생각으로 죽음을 불사했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창업을 해서 성공을 거둘 일만 생각하고 정진한다면 세상이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장군도 싸움에 있어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生卽死 死必卽生)고 하지 않았던가.
첫댓글 갑작이 잘다니던 공무원직업을 때려치우시고 창업하실려고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