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보내고 밤이 되었는데 몸이 맞은 것처럼 무겁고 열도 나는, 한 마디로 낌새가 좀 이상해서 비상약으로 준비해둔 해열 진통 소염제용 알약 하나를 먹었습니다. 그럼 괜찮겠지 하고 잤는데 그날 밤새 앓았습니다. 지금도 그날 밤의 제 중얼거림이 생생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알약을 하나 먹고 어머니 치과 진료를 위해 예약 된 시간에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처음엔 예정된 대로 서산의 치과를 가려고 했습니다. 치과 앞에 제 목이 안 좋을 때 마다 다니던 이비인후과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도저히 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기를 하고 약기운에 다사 잠을 자고 태안의 김내과로 갔습니다. 가서 제 몸의 증상을 말했더니 독감 검사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저는 꼭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권하셔서 수용을 했습니다. 설마 하면서 검사를 했더니 독감으로 나왔습니다. 감기약과 말로만 듣던 타미플루를 처방받아서 집으로 와서 밥 먹고 약 먹고 그리고 잠자기를 3일 동안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 추측이지만 저희 집사람이 먼저 독감에 걸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12월 초부터 지금까지 골골하고 있습니다. 같은 김내과에서 집사람은 독감 검사를 하지 않았지만 의사가 권하지 않았기에 내심 안심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 저는 처음으로 독감에 걸렸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독감 예방 접종을 안 한 상태에서의 처음 일 것입니다. 예방접종을 했을 때 걸리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독감에 걸린 시은이가 생각이 나서 이렇게 아픈데 시은이는 어떻게 견뎠을까하고 집사람에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시은이는 예방접종을 해서 덜 했을 거야라는 말을 들으면서 비로소 후회가 됐습니다. 독감 예방 접종을 안 하기 시작한지가 몇 해 됩니다. 굳이 안 해도 된다는 말도 있었고 또 언제부터인지 독감예방접종비용이 훌쩍 오른 것도 한 이유지 싶었습니다. 올해도 역시 예방접종을 하라는 주변의 권고가 있었지만 멋지게 사양하고 지내다 된통 당하고 보니 내년부턴 해야지 싶은데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른 척 할 수도 있지 싶습니다.
제가 원 없이 앓고 보니 집사람도 이 힘든 시간을 보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은 집사람이 많이 좋아져서 제 병수발을 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안하면서도 감사할 뿐입니다. 다들 독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