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접말 하기’란 어구는, 같은 말을 되풀이할 때 핀잔 삼아 쓰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의 근원을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말의 내력에 대해 주위에 있는 몇 분께 물어봤다.
어떤 이는 그 말은 ‘곶감 젖말 하기’의 와전이라는 것이다. 그 말의 뜻은 ‘젖을 먹거나 곶감을 먹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란 뜻으로, 천진난만했던 유년 시절을 회고한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이야기는 자꾸자꾸 반복해도 재미있다는 데서 중언부언의 의미를 띄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참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다. 또 인터넷에는 이런 이야기도 떠돈다.
곶감은 접(100개)이라는 개수로 수량의 단위를 따지는데, 개수로 센 후에 양을 재는 도구인 말(斗)로 그것을 헤아리면, 계산만 더 복잡해지므로 ‘곶감 접말하기’란 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수량을 ‘접’ 즉 개수로 계산했는데, 또 말(斗)로써 다시 한번 양을 재니 번잡스러워 중언부언할 때 이 말을 쓴다는 것이다.
이러한 풀이는 상당한 고민 끝에 내린 해석으로 보이지만, 왠지 피부에 선뜻 와 닿지 않는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런데 필자는 얼마 전에, 한 40여 년 전의 신문에서 ‘건시(乾柿)나 곶감이나 백구두나 흰 구두나’라는 구절을 읽게 되었다. 그게 그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건시나 감이나’란 속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건시(乾柿)나 곶감이나’란 말 또한 널리 쓰인 것으로 보인다. 건시는 곶감의 한자 말이니, 결국 같은 말을 겹으로 쓴 것이다. 즉 곶감 겹말을 한 것이다. 이 말이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지만 지난날에는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건시나 곶감이나’라는 관용구 다음에 바로 이어서, ‘곶감 겹말하기’란 말을 덧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건시나 곶감이나 곶감 겹말 하기지.’와 같이 쓴다. ‘건시나 곶감이나’라고 하여 같은 말(겹말)이라는 것을 말한 후에, 다시 이를 강조하기 위하여 바로 이어 ‘곶감 겹말 하기지’를 덧붙여 쓰는 것이다.
앞에서 예를 든 ‘건시(乾柿)나 곶감이나 백구두나 흰 구두나’란 어구에서는, ‘건시(乾柿)나 곶감이나’를 강조하기 위하여 ‘곶감 겹말 하기’ 대신 ‘백구두나 흰 구두나’를 끌어와 사용했다. 같은 말을 거듭하는 이른바 동어반복의 기법은 원래 강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니, 같은 말을 반복하고 나서 또 그것을 거듭 강조하려는 의도다.
요약하면, ‘건시(乾柿)나 곶감이나’란 말은 속담처럼 힘을 얻어 널리 쓰인 관용구다. 이와 같이 익어진 말 뒤에다 다시 한번 그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앞에서 쓴 ‘곶감(건시)’이 겹말로 쓰인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곶감 겹말 하기지’를 덧붙여 쓰게 된 것이다. 이것이 ‘곶감 겹말 하기’의 유래다.
그런데 경상도에서는 이 말의 '겹말'을 구개음화하여 '곶감 접말하기'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