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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이 하드웨어 시장을 바꾼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듯 하다.
게이밍 모니터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과거 모니터가 색감이나 해상도 등 화질 위주였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높은 주사율 또는 변동 주사율을 활용해 게임 몰입감을 높여주는 방식의 모니터들이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는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있는 이유는 여러 제조사들이 관련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인 것도 있지만 PC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인식 변화에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높은 주사율의 모니터를 요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고 싶어서가 크게 작용한다. 특히 1인칭 슈터(FPS)와 레이싱, 논타게팅 RPG 등 움직임이 많은 게임들을 주로 즐기는 게이머를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블리자드의 온라인 FPS 게임, 오버워치의 흥행과 함께 고주사율 모니터가 본격적인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게이머들이 고주사율 모니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더 높은 프레임 재현으로 인해 더 부드러운 화면 감상이 가능하다는 것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화면을 인지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기에 최근 PC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주사율을 넘는 프레임을 구현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더 이상 60이라는 숫자에 구속되지 않고 그 이상의 수치를 즐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찾기 시작한 게이머들
사실 고주사율 모니터는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전에도 존재했는데 액정 디스플레이(LCD) 시대에 들어 주목받은 것은 3D 입체영상 구현을 위해 120Hz 주사율을 구현한 이후라고 본다. 좌우를 60Hz씩 표시하는 구조여서 단일로 온전히 120Hz를 즐길 수 없었지만 일단 높은 주사율을 구현했다는 점은 인정할 부분이다.
이후 게이밍 모니터는 60이라는 주사율 및 프레임 한계를 돌파하면서도 가끔씩 표준 주사율 이하로 발생할 프레임 저하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엔비디아 지싱크(G-SYNC)와 AMD 프리싱크(Freesync) 모니터가 그것이다. PC 사양이 아무리 좋더라도 게임 최적화에 따라 프레임은 얼마든지 변동 가능하다는 점에 힌트를 얻었다.
▲ 지싱크와 프리싱크 모니터는 시스템 성능이 낮아도 부드러운 움직임을 그려낼 수 있었다
장점은 있다. 변동하는 프레임에도 끊김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픽 프로세서가 그려내는 움직임에 모니터를 맞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비디아 지싱크는 별도의 제어 모듈을 탑재한다는 이유로 가격이 매우 높고, 프리싱크는 이보다 덜하지만 엔비디아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내 시장에서 힘을 쓰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쓰려면 라데온 그래픽카드 밖에 선택지가 없어서다.
성능이 뛰어난 고주사율 모니터와 지싱크/프리싱크 모니터 사이를 조율한 모니터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출시되기도 했다. 120Hz 모니터들이 그렇다. 일부는 ‘오버클럭(오버드라이브)’이라는 이름으로 100~120Hz 주사율을 구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완벽한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보기엔 한계가 있다. 또한, 일부 그래픽카드에서는 해당 주사율을 사용하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단점도 존재한다.
▲ 게이밍 모니터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00~120Hz 모니터도 부드러운 게임을 즐기기에 충분했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게이밍 모니터의 주사율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특수한 형태가 아니라면 대부분 고주사율 게이밍 모니터는 144Hz가 주를 이루고 있다.
60Hz / 144Hz / 240Hz 주사율에 따른 차이는? – 게이밍 편
주사율에 따라 게이밍 몰입감에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일반 작업에 영향을 줄까? 게임과 문서, 인터넷 등 몇 가지 작업을 통해 주사율에 따른 차이를 비교해 봤다. 테스트 시스템은 인텔 코어 i7 5960X와 X99 칩셋 메인보드, DDR4 2400MHz 32GB, 지포스 GTX 1080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니터는 벤큐 조위 XL2540 아이케어가 쓰였다. 240Hz 주사율을 제공하는 게이밍 모니터로 각 설정에서 60Hz와 144Hz, 240Hz에 맞춰 실행되었음을 알려둔다.
▲ 테스트에 쓰인 벤큐 조위 XL2540 아이케어. 240Hz 주사율로 현재 최고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현재 LCD 모니터는 60Hz의 주사율을 갖는다. 1초에 60번 깜박이는 것으로, 1회 깜박이면서 1매의 이미지를 표시하게 된다. 이것이 연속으로 움직이면서 우리가 실제 보는 영상이 되는 것이다. 일반 모니터에서 게임을 즐길 때 최대 프레임(FPS – Frame Per Second)은 60이다. 반면, 최근 유행 중인 144Hz나 최근 주목을 받은 240Hz 모니터는 그 수치만큼 더 많은 이미지를 1초 이내에 표시하게 된다. 흔히 60Hz 모니터가 이미지 1장을 표시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0.016~0.017초 정도인데 144Hz는 약 0.0069초, 240Hz라면 약 0.0042초면 1장의 이미지를 표시한다.
주사율이 높아 그만큼 많은 이미지를 표시하게 되면 더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여주게 된다. 하나의 움직임을 30개의 이미지로 표현할 것인가, 60 또는 그 이상의 이미지로 표현할 것인가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영상 - METRO
먼저 실행해 본 것은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 리덕스(METRO – LAST LIGHT REDUX). 동일한 환경에서의 테스트 내에서 차이를 확인하고자 선택했다. 최대 주사율에서의 최대 성능에 도달하기 위해 그래픽 효과는 모두 제거한 상태. 주사율과 프레임간 차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수직동기화를 사용했다. 단 240Hz에서는 최대 성능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수직동기화는 사용하지 않았다.
각 동일한 구간에서 주사율(프레임)에 따른 체감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영상에서는 그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으나 눈으로 직접 체감되는 부분은 확실하다. 프레임이 많을수록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에서는 60Hz와 144Hz의 차이는 분명했지만 144Hz와 240Hz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시스템 성능 자체가 240 프레임 이상을 유지할 수 없는 점에도 어느 정도 기인할 것으로 예상해 본다. 주사율은 240매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지만 실제 시스템은 200~240매 사이를 표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 - TOMB
이런 양상은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RISE OF THE TOMB RAIDER)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게임에서도 최대 프레임 구현을 위해 모든 그래픽 옵션을 낮추고 각 주사율에 맞춰 수직 동기화를 설정해 두었다. 필자가 체험한 결과, 60Hz와 144Hz의 움직임 차이는 뚜렷하게 느껴졌다. 30 프레임 게임에서 60 프레임 게임을 즐길 때의 충격과 비슷하다. 대신 144Hz와 240Hz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툼 레이더 역시 240Hz에서 최대 프레임을 구현한 구간은 산봉우리 구역 한 곳 뿐이다. 나머지 시리아와 지열 계곡에서는 180 프레임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의 성능을 보여줬다. 그러니까 아무리 모니터가 이를 표시할 수 있어도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영역에 있다는 의미다. 물론, 필자의 시스템보다 더 화끈한 게이밍 시스템(타이탄X SLI 또는 GTX 1080 SLI 등)이라면 어느 정도 즐길 여력이 가능하겠지만 이 역시 화려한 그래픽으로 240Hz 영역을 즐긴다는 것과 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영상 - HORIZON
마지막 테스트 진행한 게임은 포르자 호라이즌 3로 레이싱 게임이다. 레이싱 게임 역시 움직임에 민감한 장르로 많은 프레임이 그려질수록 안정적인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출시 당시나 지금이나 사양이 제법 높다. 이에 원활한 테스트를 위해 그래픽 옵션을 모두 낮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240 프레임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150 프레임 수준에는 도달 가능했으므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최대한 같은 이동 루트와 화면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장르 특성상 차이가 있는 점은 감안해 주었으면 한다.
주사율을 변경하며 게임을 즐겨보니 이에 따른 움직임 차이는 분명 느껴진다. 60Hz(60프레임)도 충분히 좋은 모습이지만 그 이상인 144Hz나 240Hz에서는 더 부드러운 체감이 가능하다. 움직임에 따른 취향 차이는 존재하리라 생각되는데, 고주사율 모니터에서 보여지는 움직임에 거부감이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래픽 효과에 따른 프레임 하락으로 인해 높은 주사율에 100%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60Hz / 144Hz / 240Hz 주사율에 따른 차이는? – 일반 환경 편
게임 외 환경에서는 어떤 느낌일까?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웹사이트, 테스트유에프오(testufo)에서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일단 화면에 UFO와 은하 배경이 프레임 별로 지나가는 테스트와 글자가 우에서 좌로 프레임에 따라 지나가는 테스트를 각각 진행했다.
▶영상 - UFO_TEST_TEXT
먼저 텍스트가 빠르게 지나가는 환경을 가정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좌우 또는 상하 스크롤에 따른 텍스트 움직임을 보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당 960 픽셀이 지나가는 수준이며, 텍스트 4개를 띄워 각각의 움직임을 실제 확인이 가능하다. 가장 위부터 240Hz이며 차례대로 120Hz, 60Hz, 30Hz에 해당된다.
확인해 보면 30Hz 주사율에 해당하는 30 프레임 스크롤이 가장 많은 잔상을 남긴다. 속도를 낮추면 조금 나아지지만 상대적인 부드러움은 60~240Hz에 미치지 못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잔상은 더 심해지며 낮은 주사율에서의 움직임은 눈이 피곤해지는 수준에 이른다. 반면, 60Hz 이상부터는 이 움직임이 매우 부드러워진다. 영상에서도 글자들이 자연스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차이는 존재하지만 120Hz 이상 주사율에서는 이 차이가 미미해진다.
▶영상 - UFO_TEST
이번에는 이미지를 빠르게 흘려 보내는 테스트를 통해 주사율에 따른 움직임을 비교해 봤다. 위와 동일한 주사율과 픽셀 움직임을 설정했으며, 출력 순서도 위와 동일하다. 이미지를 확인해 보니 텍스트보다 더 확연히 두드러지는 모습. 텍스트 스크롤 테스트는 60Hz도 비교적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테스트를 보면 120~240Hz 대비 60Hz도 잔상이 느껴지는 수준이다.
실제 240Hz 모니터를 사용하면 바탕화면의 마우스 커서 움직임부터 달라진다.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느낌인데, 그렇다고 무조건 “고주사율 모니터를 구매해야 하는가”로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다.
주사율에 따른 사용 용도가 따로 있을까?
사실 고주사율 모니터 선택에 대해서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 자신의 사용 환경과 목적에 따라 알맞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적어도 구매 후 “아차!”하며 후회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특히 모니터 크기와 패널, 주사율, 기능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만족도 또한 다르니 구매 전 신중해야 할 필요는 있다.
고주사율 모니터는 게이머들에게 추천한다. 144Hz, 240Hz는 기본이고 그래픽카드와 시스템 성능에 따라 주사율을 변경(가변), 꾸준히 부드러운 게임 화면을 그려내는 모니터도 존재한다. 엔비디아 지싱크(G-SYNC), AMD 프리싱크(Freesync) 모니터가 대표적이다.
▲ 프레임 유지가 들쑥날쑥한 경우라면 지싱크나 프리싱크 모니터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초당 60 프레임 이상을 꾸준히 기록 가능한 PC 시스템을 보유한 게이머라면 고주사율 모니터를 선택해도 좋다. 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음은 물론이고 최대 프레임에 대한 여유도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게임을 즐기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반면, 일정한 프레임 유지가 어려운 시스템이라면 고주사율 모니터보다 지싱크 또는 프리싱크 모니터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싱크나 프리싱크 기술은 그래픽 프로세서와 모니터가 계속 신호를 주고 받으며 그려지는 프레임에 맞춰 주사율을 조정하는 방식을 쓴다. PC라는 것이 60 프레임 이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닌 때에 따라 계속 변하게 된다. 성능이 60 프레임 이상을 유지할 수 없지만 안정적인 게임 화면을 보고 싶다면 이 쪽을 고려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색에 민감한 전문직 종사자에게 고주사율 모니터는 추천하지 않는다.
사무직이나 사진/영상 작업을 주로 하는 직군이라면 고주사율 모니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좋겠다. 특히 사진/영상을 다루는 직군은 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대부분 고주사 모니터는 반응속도에 초점을 두고 있어 색재현 기능은 전문 기능을 갖춘 모니터 대비 떨어진다. 이는 게이밍 모니터 대부분 TN패널을 채용하고 있어서다. TN패널은 빠른 반응속도가 장점이지만 IPS나 다른 패널에 비해 색재현 능력은 뒤쳐진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특성에 따른 차이는 분명하다.
고주사율 모니터, 성능과 목적에 부합해야...
테스트 결과, 고주사율 모니터는 기존 60Hz 모니터와 비교해 더 부드러운 화면을 그려냈다. 무엇보다 프레임만 확보된다면 60Hz와 144Hz의 차이는 뚜렷했다. 그 이상의 성능을 가진 모니터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144Hz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 그래픽 효과와 기타 성능을 모두 포기해도 초당 240매의 이미지를 꾸준히 그려낼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그래픽을 몽땅 포기하거나 아주 옛 게임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고주사율 모니터를 선택할 때 소비자는 게임 그래픽 성능과 움직임 사이에서 타협해야 된다. 정말 화끈한 성능의 PC를 가졌고 움직임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주저할 이유는 없다. 반면, 그렇지 않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강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