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사 외출시 좀체 헨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나와는 달리 직장생활을 하는 마눌님, 늘 폰을 지니고 다니는데 그 폰에 신용카드를 무슨 폼이라도 잡듯 잘도 끼우고 살더니 급기야 분실하고 말았다.
그 덕에 새로 발급받은 신용카드 수령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드에 기입한 싸인의 잉크가 마르지도 않게 한 턱 내는 게 어떻냐는 핑계를 들이 밀었더니 흔쾌히 한 접시 내밀었다.
카드 개봉 기념식사로 식탁에 놓인 야끼우동 쟁반을 끼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벌써 젓가락을 놓은 마눌님에게 와, 배고프다더니 더 안 묵나?
이미 흥미 잃은 이에겐 더 말해봐야 소용없는 법이라, 오히려 잘 되었다 싶어 (하지만 이런 속내를 내비칠 정도로 눈치 없게 굴진 않으면서) 홀로 맛있게 쩝쩝 쟁반을 비웠던 것.
식당을 나서서 주택가로 걸어오며 평소 즐겨먹는 음식이 아니라 더, 야끼우동에 넣은 그 쪼그마한 오징어 새끼의 이름이 궁금해 서로 오간 말이 아마 주꾸미가 아니냐고, 아니면 주꾸미의 새끼가 아니냐고 입을 모았던 건데, 새끼손가락 굵기보다 작은 동그란 민머리에 달린 몇 송이 발들, 고것들이 나에겐 만화영화 등에서 오징어가 먹물을 쏘는 캐릭터와 오버랩 되어 더구나 소싯적에 즐겨먹은 심심풀이 오징어땅콩 과자랑 함께 아주 귀엽고 즐거운 영상으로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던 건데....
하, 고 귀여운 놈들이란 말에 옆에서 들으며 걷던 마눌님, 배를 잡고 웃으며 하는 왈 “그렇게 귀여웠으면 먹긴 왜 그리 잘 먹었냐”는 투로 전혀 나를 이해 못했다.
마치 비꼬는 투였긴 했지만 이게 바로 남녀 차이인가 싶어 더는 해명하지 못하고 너털웃음을 짓고 말았다.
하기사 평소 멍멍이를 보더라도 멀뚱히 보기만 하지 쓰다듬어준 적이 드문지라 내가 귀여워한 대상이 오징어 새끼, 그것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걸 귀엽다했으니 논리에 맞지 않은 게 마땅할 텐데, 그거 참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오징어 새끼가 멍멍이보다 더 귀엽고 재미난 캐릭터인 건 사실이다.
아, 물론 일전에도 밝혔듯 평생 보신탕이라곤 먹어보지 않은 나이기에 오해들은 마시라.
마눌님의 논리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기에 더 귀여워하게 되었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시라.
이참에 오징어 새끼랑 멍멍이 중 누가 더 귀여운 캐릭터인지 설문조사라도 하고 싶군요. ^^
첫댓글 아침 먹으며 마눌님 인터넷 검색하니 꼴뚜기였군요. 역시 이름도 귀여워....ㅎㅎ
맛있는 것과 귀여운 것을 구분 못하실 연세는 분명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