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 북미에서 치솟는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중남미에서도 고공행진 중이다. 브라질 등 주요국들의
경기침체로 2013년 이후 중남미 화장품 시장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화장품 수출금액은 꾸준히 성장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남미 화장품 소비량이 31.5%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화장품의 대중남미 수출액은 오히려 단 3년 만에 268.4%로 증가했다.
중남미 화장품 시장은 2016년 기준 약 597억 달러로,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의 13.4%를 점유한다.
특히 전체 중남미 화장품 시장의 절반(49.1%)을 차지하는 브라질은 GDP 대비 화장품 매출액이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그동안 한류를 등에 업은 K-뷰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중국, 동남아, 일본과 달리 중남미에서는 한국산
화장품의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우리 화장품의 대중남미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수출액은 2008년 99만 7000 달러에서 2016년 835만 달러로, 8년 만에 737.8%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중남미 주요 4개국에 대한 수출액은 칠레 43.4배, 콜롬비아 35.4배, 멕시코 34.6배,
브라질 3.6배로 증가했다.
KOTRA는 4일 ‘중남미 주요국 화장품 시장 동향과 우리기업 진출방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산 화장품이
중남미에서 선전하는 것은 한국 드라마가 중남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식 미용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폭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가성비와 아이디어로 경쟁력 갖춰
KOTRA는 중남미 화장품 시장에서의 유망품목으로 사용법이 손쉬운 올인원(All-in-One) 제품과 디자인이
참신한 제품을 꼽았다. 쉬운 사용법과 합리적 가격은 구매장벽을 낮춰서 구매대상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남미 시장에서는 미백과 주름 및 트러블 개선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는 나이트 크림이나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고 주름 개선 효과가 있는 BB크림 등 다기능 제품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공브러쉬나 입술에 수분을 공급하는 립 젤 패치, 팬더 모양의 아이스틱 등 현지에는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도 인기를 끌었다. 디즈니 등 현지 소비자들에 익숙한 캐릭터들과 합작하여 출시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외에도 중남미에 확산되고 있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깨끗한 피부를 동경하는 소비층이 생기면서 맞춤형
피부보호 및 케어가 가능한 한국 기초화장품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멕시코 바이어 F사의
구매담당자는 “한국의 에센스, 토너, 크림 등 스킨케어 제품에 대한 인기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남미 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16∼25세 젊은 소비자층은 화장품을 구입할 때 성분을 꼼꼼히 비교하며,
천연·유기농 제품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스크팩 제품이나
휴대가 간편한 저용량·저가의 네일·립(Lip)·아이제품으로도 수요층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나라·소비계층마다 다른 특성 고려
칠레에서는 한국 프리미엄 및 바이오 화장품도 인기다.
칠레 현지 바이어 B사의 한 영업 담당자는 “칠레 사람들은 피부과 의사나 친한 친구들의 강력한 추천이 아닌
이상 계속 사용해왔던 대형브랜드 제품 외의 새로운 제품 사용을 시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현지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KOTRA에 따르면 보수적인 칠레 소비자들도 피부과·미용실 등에 직접 납품된 제품을 접하며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브라질에서는 우리 화장품 중 현지인 피부에 맞는 어두운 톤의 BB크림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유통업체 B사의 구매담당자는 “브라질은 아직까지는 기초보다는 색조 시장이 크지만 중산층 소득수준
증가로 피부 관리에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기초화장품 진열 공간을 늘리는 약국 및 슈퍼마켓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수입업체 C사 바이어는 “한국산 화장품은 관련 신상품 정보, 사용 후기 등을 올리는 뷰티 블로거를 통해
우수한 품질로 알려져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진출 시에는 브라질 기후 특성, 피부 톤 등을
고려한 진출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멕시코나 콜롬비아의 경우, 10~30대 젊은 여성 한류 팬부터 공략하며 타깃 층을 점차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봤다.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SNS나 뷰티 블로그들을 통해 홍보하고, 쇼핑몰·카페·미용실·마사지샵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체험 이벤트를 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콜롬비아 유통업체 P사의 대표는 “한국 화장품의 주요 경쟁 업체는 로레알(L’Oréal) 및 맥(MAC)으로,
이들은 약국 화장품샵, 대형 화장품 편집샵 등 유통채널에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으므로 한국 제품의
공격적인 유통채널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한국산 화장품은 SNS 및 뷰티 블로거들을 통해 우수한 품질 및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이미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기에 경쟁력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미 한국 기업을 통해 화장품을 수입하고 있는 콜롬비아 C사 관계자는 “취급 제품들 가운데 오메가3, 콜라젠 등
기능성 제품이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남성 그루밍(Grooming)족이 늘고 있다는 점도 중남미 화장품 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중남미 남성 화장품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5% 수준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브라질과 멕시코는
각각 세계 2위, 8위 남성 화장품 시장이며, 칠레와 콜롬비아 등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남성 미용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칠레에서 화장품을 취급하는 C사의 CEO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칠레 남성들도 피부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초화장품, 자외선차단제, 스킨케어 화장품 구매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남미 남성 화장품은 강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기능이 중요하므로, 현지 수요 맞춤형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진입장벽 낮은 곳부터 공략해야
유통채널은 초기 입점비용이 저렴한 전자상거래를 활용하거나, 병원·미용실 등에 직접 납품하는 전략이 제시됐다.
오프라인 매장을 열거나 대형백화점에 입점하는 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빠르게 성장 중인 유망 유통채널로, 입점 소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소요되므로 초기 유통채널로 활용하기에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하고 소비자
반응을 알기 쉬운 키오스크(Kiosk) 형태로 판매를 시작하면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부담 절감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장벽이 낮은 유통망에 먼저 진입한 뒤, 유럽·미국산 대형 화장품 브랜드에 견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
한국산 화장품은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내 자체 매장을 열거나 대형백화점에 입점을 시도하는 순서가 바람직할
것으로 여겨졌다.
한편, 본격적인 중남미 화장품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각국의 복잡한 인증절차를 통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초기 진출기업의 경우 의료용이 아닌 한 별도의 인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 멕시코 등의 국가에 먼저
진입하는 것이 추천됐다.
브라질·칠레·콜롬비아에 수입․유통되는 모든 화장품은 품목마다 반드시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브라질과 칠레의 경우 현지법인만 인증을 신청할 수 있으며, 모든 절차가 현지어로 진행된다.
따라서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며, KOTRA의 지사화 서비스나 해외사업파트너연결지원 서비스를 이용하여 신뢰
가능한 현지 대행업체를 찾아 협력하는 것이 유리하다.
조영수 KOTRA 시장동향분석실장은 “중남미는 한류 붐에 힘입어 우리 화장품 수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유망 시장”이라며 “현지 업체와 적극적인 협력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 현지의 탄탄한 K-뷰티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SNS, 체험 이벤트 등 홍보를 통해 고객층을 빠르게 늘려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