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감자 감상(이슬기)
30129 이슬기
김동인은 '운현궁의 봄' 이라는 소설로 내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몇몇 소설가 중에 한명이다. (혜민이가 운현궁의 봄을 열심히 읽고 있던 덕에 기억된 이유도 있고^^)
그래서 솔직히 기대하고 봤다. 원래 기대하고 보는 게 썩 좋은 건 아니라 생각하지만 작가 이름을 알고 있다 보니 저절로 기대가 됐다--;
어쨌든 내가 읽었던 '감자' 라는 소설은 음...뭐랄까 약간 나에게 충격을 줌과 동시에 '인간' 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해주었던 소설이었다. 도덕의 붕괴. 점점 타락하는 한 여인에 대해 다룬 감자라는 소설은 나에게는 약간 충격적이었다. (내가 워낙 행복한 이야기를 좋아하다보니 내 정신이 감동이 있고 따뜻하기만 한 이야기에 너무 물들어있어서 더 그랬을 수도.)
그래서 열심히 읽었다. 왠지 모르게 정신이 바짝 들었다고나 할까. 여기서 나오는 주인공 복녀 (맞나?) 는 제법 튼튼한 도덕의식을 지닌 여인이다. 소설에서 중심사건만 하나 말하자면 게으른 남편을 만난 덕택에 '빈민굴'에 들어가 그것도 빈민굴에서 제일 못사는 처지가 된 복녀는 열심히 송충이 잡는 작업을 한다. 송충이 잡는 작업은 거의 동네 아낙네[?] 들이 모두 한다. 그런데 복녀는 열심히 송충이를 잡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한 여인은 송충이를 잡지도 않고 항상 딴짓 하면서 노는데 그녀의 보수는 항상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높은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감독이 복녀를 부른다. 감독은 음....하고 말을 띄엄띄엄 하면서 뒤에 좀 가보자 하고 은근한 말을 내뱉는다. 그리고 그 후로 복녀는 '일 안하고 품삯 많이 받는 인부'의 한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복녀는 점점 처음에 가지고 있던 '도덕의식'이 점차 몰락해가면서 그녀의 사상은 변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왕 서방과 바람을 핀다.(아..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 바람은 아니군. 게다가 그 사실을 남편도 알고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왕 서방이 찾아오면 남편이 알아서 자리를 비켜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왕 서방이 후에, 2원 3원 정도 놓고 가면 둘다 기뻐한다는 사실. 이걸 뭔 단어로 표현해야하나..난감하다-_-)
후에 왕 서방은 색시를 맞게 되고 화가 난 복녀는 왕 서방을 찾아간다. 그리고 왕 서방에게 죽임을 당하며, 사실을 알고 있는 남편과 진료의사에게 왕 서방은 30원씩의 돈을 쥐어줌으로써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실려 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는 끝난다.
도덕의 붕괴와 그것이 연출하는 비극. 인간의 몰락. 그리고 살해. 그리고 이일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수 있는 '돈'
조금은 어둡다고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이런 일이 어디선가 일어났을 지도 모르는 현실의 이야기.
생각 하면 생각 할수록 머리아프기도 하지만 계속,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썩 긍정적인 얘기는 아닌지라 약간 기분이 착잡하고 우울하기도 하지만 뭐..'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로 끝맺는 이야기 보다는 사실적일수도.
아아...고전소설들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 글에 내 느낀 점은 많이 쓰진 않았지만 느낀 건 많기도 하고 어찌 생각해보면 없기도 하고..(느낀 점 자세히 말 안하고 그냥 혼자 생각할래요. 혼자 생각하는 게 좋아서...음--;)
그런데 한 가지 드는 의문점. 왜 소설 제목이 감자일까? 소설에 감자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것 같은데..왜 제목이 감자일까나.....
이 소설을 읽은 후에 이 소설이 내 기대에 부응했건 혹은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등의 그런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그냥 자연스럽게 그 소설 자체를 읽었고 그 소설 자체에 대해 생각했다. 참 이상하게도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다. 들지 않았다' 라는 등의 느낌이 없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묘하다. 뭔가 알 수 없는 자극을 남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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