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충주-점촌 90km)
일주일전 해장군을 대장으로 모셔 충주-구미간 국토종주 4구간 주행계획을 올렸으나, 현재까지 전구간 참석한 골수 구르메 셋, 황해도 외엔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한다. 년초 구간별 주행 일정을 정해 공지했지만 아직 한번도 참가하지 못한 간 큰 구르메, 맛배기로 생색만 낸 구르메도 있긴 하다. 마지막 5구간엔 치욕을 씻을 기회를 갖기 바란다.
각자 성남 수원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여, 9.30경 충주종합 버스터미널에서 합류하여 구미까지 170km의 대장정에 오른다.
아침에 충주행 버스를 타며 셋이 소식을 올리니, 함께 하지 못한 구르메들이 안전운행을 당부하거나, 추억의 소조령 이화령을 상기시키고, 칠칠치 못하게 뽈뱅은장군처럼 가방 놓고 댕기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가고픈 맘은 굴뚝 같아도 어깨 부상으로 함께 못하는 팽장군은 참가 신청이 없는 구르메들을 일일이 거명하고 참가를 독려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앞으로 신참 팽장군의 활약상이 무척 기대된다.
뿌옇게 깔렸던 안개가 걷히고 따스한 해가 난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어느듯 폭염은 물러나고 사방은 가을 향기가 물씬 묻어난다. 산은 낙엽을 예비하는 초록으로 가득하다만 군데군데 가을이 머리를 내민다. 주변의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나락을 이고 무겁게 머리 숙였다. 가까이 풍성한 가을이 오고 있다.
팔봉강뚝을 따라 싯계마을을 지나 한시간을 달려 경계 좋은 수주팔봉 휴게소에서 호박전에 막걸리 한잔 않을 수 없다. 빙 돌아 물 건너 정자에 올라 수주팔봉을 건너다 보니 모두가 신선이 된다.
소조령 초입 버스 정류장에서 허리 한번 펴고 설렁서렁 올라가다보니 어! 뽈장군 등짐 두고온 쉼터도 지나 정상을 넘어 버렸다. 뽈! 우짜노? 니가 함 더가야 되것다!
소조령은 기억 하고 있는 것 만큼 그렇게 힘들지 않게 넘었다. 소조령 너머 수옥폭포도 기대 이상이다.
2년전 밤이 늦어 문 닫아 못 갔던 수안보 향나무집에서 돼지불고기에 더덕구이를 추가로 시켜 든든한 점심을 챙겨 묵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이화령으로 달려간다.
이화령 입구, 오천 자전거길이 시작되는 연풍 행촌사거리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정상까지 5.2키로를 예전 처럼 끌바 않고 오를 결의를 다시 한번 다짐한다.
10% 정도의 구불구불 올라가는 경사길이 기억보다 쉬운 느낌이다. 차량은 거의 없고 잔차 몇대가 힘들게 오르고, 반대쪽으로 꼭대기에서 신나게 질주해 내려오는 넘들이 부럽다. 2키로 지점 잔차 쉼터에서 물 한 모금하고, 아래쪽 들을 보니 하얀 구름을 머리에 인 가을 들녘이 평화롭다.
다시 페달을 밟아 숨을 헐떡이며 다음 쉼터로 기어 오른다. 황해가 저만치 앞서간다. 꾸역꾸역... 두번째 쉼터로 돌아 올라가도 둘이 뵈질 않는다. 강적들... 혼자 잠시 쉬다 또 밟고 올라가니 해공은 내빼고 황이 위에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세번째 쉼터에서 해공이 기다린다. 쎄다. 정상까지 1키로. 이미 둘은 날 버리고 앞서갔다. 정상이다. 딱 한시간 걸렸다. 끌바도 없었다. 이화령도 기억만큼 그리 세진 않아도 힘들긴 힘들다. 아이스케키 한개씩 챙겨 먹고 복수에 나설 때다. 한시간 동안 땀 빼며 고생한 댓가를 수습할 때 인 것이다. 돌 감독 지시에 따라 이화령 표지석 앞에서 독사진 올리고 복수길을 내려간다.
쌔~~~ㅇ! 햐~~ 지긴다. 한시간 x빠지게 고생한 것 보다 몇 배 더 빠르고 상쾌하고 기분 좋게 문경으로 내려 간다. 이 정도라면 이화령을 몇번이라도 올라 올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내리막길은 기대 이상이다.
문경 입구, 박정희대통령 교사시절 하숙했던 집을 보존해 놨다. 청운각이란다. 김종필씨 집이 청운동이니까 기가 막힌 운명의 장난이다.
오늘의 숙소 30키로 남쪽 점촌으로 향한다. 6.45 점촌역 부근 모텔 올레에 여장을 풀고 시내 중심 '숯불구이 하누'에서 육회 한접시에 생삼겹 600g을 입에 맞는 반찬거리와 함께 잘 먹었다.
소조령 이화령 구간에 대한 은근한 도전적 기대와 또 부실한 허리 걱정에 끌바까지 생각하고 뛰어 들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큰 부담 없이 넘었다. 체력이 더 좋아졌을 리 없고...
셋다 2년전보다 잔차가 좋아진데다 기아변속등 기술향상 때문이라 자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