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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차저의 역사
터보차저(Turbo Charger)는 과급기로 불리며,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려 강제로 공기를 압축시킨 후 연소실로 보내 보다 많은 연료의 연소를 실현한다. 이로 인해 출력 향상과 연비성능이 최대 5% 가량 향상된다.
지금은 연비를 높이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터보차저는 고성능 자동차와 레이싱카의 필수 요소였다. 포르쉐가 미국에서 개최된 레이싱 경기 캔암(CanAm)시리즈에서 917의 12기통 4,495cc 엔진에 에벨슈페허제 터보를 2기 조합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본형인 917은 520마력인데 레이싱카에서는 850ps의 출력을 발휘해 1972년 챔피언에 올랐다. 그 다음 해 917/30은 출력을 더욱 높여 1,100ps/7,800rpm을 발휘해 사상 최강의 레이싱카가 되었고 압도적인 속도로 챔피언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포르쉐의 그런 강력함은 오히려 레이스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켜 캔암시리즈는 폐지되고 말았다.
엔진 출력 향상의 수단으로서 터보차저는 DOHC/SOHC/멀티 밸브 방식 등과 함께 중요한 정석의 하나로 됐다. 일반적으로 엔진을 회전시킨 후의 배기가스는 엔진이 발생한 모든 열량의 약 33%만 파워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마찰이나 저항 등으로 대기 중에 방출되고 만다. 그것을 유효하게 활용하는 것이 터보차저로 승용차 등의 경우 그 출력은 20∼30%정도 증대되기 때문에 그 장점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터보차저는 스위스의 기술자 알프레드 J. 뷔시히가 1905년 발명 해 그 특허 신청을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는 1898년에 막 실용화가 시작된 대형 정치 디젤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터보차저의 기술에 주목한 프랑스의 라트는 항공 엔진에의 이용을 고안했고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선포드 모스도 연구에 나섰다.
모스는 당시 미국의 고급차 메이커 패커드사가 설계 제작한 리버티형 V12기통 항공 엔진(제 1차대전 중 미국 공군의 주력 엔진)에 터보차저를 조합시켜 전투기에 탑재해 각종 실험을 실시했다. 1918년 제 1차대전이 끝나는 해였다.
전쟁이 자동차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다. 내연기관의 역사가 그렇듯이 실제로 고성능화의 길을 전쟁의 승리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퍼 부은 것에서 이루어졌다. 자동차에서 시작된 엔진은 선박으로 항공기로 그 사용 폭을 넓히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세 개의 운송수단이 피드백을 통해 발전한 것이다.
터보의 장점은 항공기, 특히 산소가 적은 고도를 비행하는 타입에서는 분명해졌다. 상공인 만큼 공기는 엷고 터보에 의해 기통 내로 공기를 압입함으로써 성능의 저하를 막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스박사는 1936년경 폭격기 등에 터보 엔진을 채용했다. 그리고 제 2차대전(1939∼45년) 중의 유럽전선의 전투기도 대부분 과급기(수퍼차저 2단식 등)를 장착했다.
영국의 수퍼 마린 스피드 파이어와 독일의 매사슈미트 Me109 등이 그것이다. 터보는 고도 1만 미터의 비행을 가능하게 했다. 일본이 2차 대전 말 전투기 성능 부족으로 공중전에서 힘을 쓰지 못한 이유가 됐다.
그 기술은 다시 1927년에 디젤 기관차에 채용됐고 1938년에는 스위스에서는 디젤 트럭에 터보가 장착됐다. 이것이 역사적으로는 자동차용 터보 제1호다. 이를 계기로 디젤용 터보 메이커가 차례대로 생겨났는데 서독의 에벨슈페허사, 그리고 미국의 에어 리서치사 등이다.
에어리서치사는 원래 항공엔진용의 터보차저 업체였는데 항공 엔진의 제트화와 함께 1958년에는 가솔린 엔진용의 터보차저 개발에도 나섰다. 1962년에는 미국에서 사상 최초의 터보차저 승용차 올즈모빌 F85 제트 파이어가 등장했다. 제트 파이어 터보 로케트 V8이라는 이름의 이 차는 배기량 3,532cc로 최고출력은 기본 엔진에 비해 39% 증강된 218ps를 발휘했다. F85에 이어 쉐보레 콜베어에도 터보 버전이 추가되었으나 단명했다.
한편 레이싱카에서는 1963년 인디 500에 출전한 머신에 처음으로 터보차저가 장착되었고 1967년에는 전통의 오펜하우저 직렬 4기통 엔진에 슈비처제 터보를 조합시켜 68년에는 그 중 한 대인 이글 오피(바비 앤서 조정)가 터보차로서 사상 최초의 인디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터보차저는 인디 머신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되었다.
유럽에서 가장 빠른 터보차저 승용차는 1974년 6월에 데뷔한 BMW 2002(호몰로게이션용), 시판 승용차로서는 같은 해 9월에 발표된 포르쉐 930터보였다. 그리고 일반적인 승용차에 채용되어 성공을 거둔 것은 사브 900이었다. 사브 900의 터보차저는 한국의 수입차 초기에 고성능으로 주목을 끌었으나 열관리 문제로 많은 트러블을 일으켰다. 더불어 당시까지만 해도 노킹과 터보 래그 현상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폭스바겐 그룹의 직접 분사 터보차저 실용화
터보차저의 단점을 보완해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것이 직접분사 방식이다. 21세기 들어 환경 문제는 전 지구적 이슈로 부상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가 UN차원에서 대응을 하면서 자동차회사들의 엔진 기술에 대한 시각도 바뀌었다.
20세기의 터보차저는 노킹을 일으키기 쉬웠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압축비를 크게 낮출 수밖에 없었다. 엔진의 회전수가 낮고 터보차저가 작동하지 않을 때는 압축비가 낮기 때문에 보통보다 성능이 낮았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밟아 엔진 회전수를 올리려 하면 흡입 공기량이 증가해 배기가스량이 증가하고 터보차저의 회전수가 올라간다고 하는 사이클을 수 차례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때문에 응답성이 낮아지는 터보래그 현상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비도 나빴다.
그랬던 과급 시스템이 직접분사 시스템의 채용으로 살아났다. 연료를 흡기 포트가 아닌 실린더 내에 직접분사 할 수 있게 해 결과적으로 연비 성능의 향상까지 이루었다. 당시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 로버트 보쉬는 직분 터보차저는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동급일 경우 22% 가량 연비성능이 좋다고 밝혔다.
더 발전해 29%까지 개량이 되면 배기량은 최대 45%까지 저감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물론 그를 위해서는 흡배기 가변 타이밍을 비롯해 연료펌프 최적제어, 열관리, 회생, 아이들링 스톱, 타보차저, 직분 등이 동원된다. 다운사이징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가솔린 엔진은 크게 카뷰레터에서 인젝션으로 바뀌었다고 정리된다. 연료분사장치 자체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1898년 독일의 DMF(Deutsch Motoren Fabrik)사가 한정적으로 생산했었고 1912년에는 로버트 보쉬도 인젝션 펌프의 연구를 시작했다. 1937년에는 항공기용 엔진의 연료분사장치의 생산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1951년 독일의 군소 자동차회사의 소형차 슈페리어600에 사용된 것이 보쉬 최초의 연료분사로 포트 분사가 아닌 통 내 직접분사식이었다. 그 수년 후인 1954년 같은 직분 시스템인 고압 버전을 탑재한 것이 저 유명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걸윙 도어 모델 300SL이었다. 하지만 성능 향상에 유효했던 직접분수방식은 비용과 기술적인 문제로 보급이 확대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는 이것을 가솔린 직분 엔진이 최초로 도입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직분 터보차저 엔진의 흐름을 주도한 것은 독일 등 유럽 메이커들이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이 차례로 직분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했다.
미국에서는 포드가 에코부스트(EcoBoost)라는 이름으로 연비를 중시하는 터보차저 엔진을 채용했다. 대형 SUV 인 익스플로러는 4.6리터 V8과 4.0리터 V6 자연흡기 대신 2.0리터 직렬 4기통 직분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하기도 했다. GM도 2010년부터 2.4리터 직분사 엔진을 시작으로 이 흐름에 동참했다. 중량과 출력 대비 문제로 과거의 고회전형 엔진과는 성능에서 차이가 나지만 연비와 배기가스 저감이라는 시대적인 과제로 인한 변화다.
반면 일본 메이커들은 이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지금은 토요타 그룹도 렉서스 등에 직접분사와 간접 포트분사를 혼용한 D-4S라는 엔진을 채용하고 있다. 혼다는 2013년에 VTEC직분 터보 엔진을 실용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 메이커들에 비하면 적극적이지 않다. 닛산자동차는 소형 크로스오버 쥬크에 1.6리터 직분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일본 메이커들은 그보다는 엔진의 열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콘티넨탈과 공동으로 개발한 직분사 엔진을 2010년 쏘나타 2.4GDi에 탑재한 이래 지금은 대부분의 엔진을 직분화했다. 하지만 세타 엔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직접분사엔진과 터보차저는 상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밀한 연료분사 제어로 터보 과급이 정확하고 효율좋게 이루어진다.’는 이론이 등장했다. 첫 번째 시판 직분 터보 엔진인 아우디 TFSI는 압축비를 일반적인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10.5:1이라고 하는 수치를 달성해 저회전역에서부터 토크를 추출해 냈다. 이는 운전하기 쉬워졌다는 것을 말한다. 넓은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 TFSI는 모터스포츠에서 먼저 채용되어 성능을 입증해 보였다. 2004년에 르망24시간 레이스를 재패한 아우디 R8 V형 8기통의 터보 FSI엔진이 그것이다. 정지하지 않고 24시간을 달리는 경기에서 안정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직분 가솔린 엔진의 아킬레스 건 해결 과제
큰 틀에서 보면 지금의 흐름은 출력과 연비, 환경성능의 밸런스가 좋아 직접분사방식이 주류다. 그런데 디젤 스캔들로 인해 가솔린 직분 엔진의 문제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직분사 엔진은 등장 초기부터 기술적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자연흡기/린번 성층연소에 의한 연비 향상을 노렸지만 와류 제어를 위한 특수 형상의 피스톤과 린 번에 의해 대량으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 저감을 위한 비용 증가가 그것이다. 또한 입자상 물질(PM)과 카본 슬러지에 의한 작동 불량 등의 트러블로 인해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았었다.
그런 문제점을 해소한 것이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자연흡기 스토이키메트릭(stoichiometric; 화학식 그대로의) 균질연소 타입이다. 무엇보다 배출가스 규제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냉간 시동시의 촉매 조기활성화 등을 연구했는데 흡기온도 저감에 의한 혜택도 크게 작용했다. 이를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는 다운사이징 터보차저 컨셉의 등장으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노킹에 강하기 때문에 터보차저와의 친화성이 높고 연료 분사량의 정밀제어로 연비와 환경성능의 향상에도 공헌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블루 이피션시(Blue Efficiency)를 내 세운 BMW를 비롯해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직접 분사방식의 엔진을 내놓았다.
그리고 2012년 이후에 등장한 최근의 3세대 직분 가솔린 엔진은 아예 포트 분사를 밀어 내고 주류로 자리잡기에 이르게 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폭스바겐이 포트분사 병용 시스템을 채용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차체에 모듈러 플랫폼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그 MQB에는 파워트레인 구조의 모듈러화도 포함되어 있다. 가솔린 엔진은 MOB(모듈러 가솔린 엔진 시스템), 디젤 엔진은 MDB(모듈러 디젤엔진 시스템)라고 부르는 기준에 맞춰 개발됐다.
모듈러 구성이기 때문에 가솔린이든 디젤이든 차체측의 변경은 기본적으로 필요하지 않다. 엔진의 캐릭터는 제어에 더해 흡배기 시스템 변경 등으로 분류한다.
여기에는 듀얼 인젝션 시스템이 채용됐다. 고부하시에는 직분 시스템, 통상 주행 등 저부하시에는 포트 분사 시스템으로 운전한다. 복잡하고 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이런 시스템을 채용한 것은 촉매의 조기활성화, 밸브의 카본 축적 해소, 그리고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 등을 위해서였다. 같은 메커니즘이 그룹 내 람보르기니 우라칸에도 채용됐다.
다양하게 채용되고 있지만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엔지니어들의 의견이다. 신뢰성의 문제다. 1세대 직분 엔진이 직면했던 카본 축적에 의한 각종 트러블은 완전 해소되었는가 하는 것이 우선이다.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엔진에서는 쉽게 열화가 된다는 문제점도 지적됐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배기가스 대책일 것이다. 급가속 등 상황에 따라 미세먼지 배출량이 디젤 엔진보다 많다는 조사가 있다. 측정 기기의 진화에 의해 다양한 물질이 미량으로 검출되고 있는 지금, 확실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신차 출고시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높은 압력과 고온 때문에 쉬운 열화에 의한 질소산화물과 PM 배출 수준 악화가 문제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질소산화물 흡장 촉매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 열화 할 지는 추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하지만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이 등장한 지 1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문제는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PM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가능할지 어떨지에 대해서만은 확실한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 내연기관 엔진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들에게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검증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지난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사건이 기술의 진화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지금은 전동화로의 전이가 대세로 되어 있지만 그마저도 내연기관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아직까지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각 메이커들이 갖고 있는 기술력에 따라 나름대로 연비성능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