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根谷, 오오, 당신은/윤범모
1
온 동네 개구리떼 모여 사나흘 모지락스리 울다니, 이 무슨 조화인가. 영묘사(靈廟寺)의 옥문지(玉門池)에 모인 개구리들. 왜 그리 악마구리 울어대는가, 이 추운 겨울날에
각간(角干)은 군사를 이끌고 여근곡(女根谷)에 도착했다네. 여왕의 선견지명은 숨어있던 백제 군사를 전멸케 했는데 정말 신기한 일. 놀라움을 이끌고 와 질문하는 신하들에게 여왕은 대답했다네.
개구리를 보라. 눈이 불거져나와 성난 모습을 지녔으니 바로 병사의 상징이로다. 옥문은 여자의 깊은 곳. 여인은 음이므로 그 빛이 희도다. 흰 것은 서쪽이므로 적병이 서쪽에 있는 것을 알았노라. 또한 남근이 여근으로 들어가면 반드시 죽게 마련이니 쉽게 잡을 줄 알았도다.
선덕여왕의 입가에 기묘한 웃음이 깃드네. 여왕은 이미 당나라 태종이 보낸 모란그림과 그 씨를 보고, 이 꽃은 절대로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지 않았던가. 씨를 심어 꽃이 피었는데도 정말 향기가 없었지. 신하들이 그 사유를 여쭈었네. 꽃을 그렸는데 나비가 없으니 꽃에 향기가 없음을 알았도다. 이는 당나라 황제가 과인에게 남편 없음을 비웃은 일이로다.
남편도 없는 여왕, 그가 어떻게 여근곡의 원리를 알았을까.
2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경주 직전의 굽은 길을 지나갈 때면 오른쪽 산자락을 유심히 더듬어보네. 건천 부근에 있는 여근곡. 아담하고도 잘 생긴 깊은 계곡.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닮았을까. 신라의 여근은 아직도 싱싱하게 반도의 하체를 지키고 있네.
그대 여근곡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가. 매복하는 병정처럼 그곳으로 낮은 포복하여 기어들고 싶은가. 한번 들어가면 살아 나오지 못한다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로 여근곡에 잠입하고 싶어 안달이 난 그대여, 도시의 개구리 복병(伏兵)들. 오 오 여왕이여! 당신은 왜 모란에 향기가 없다고 하셨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