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향산[馬響山] 730m 전북 무주
산줄기 : 백두덕유마향단맥
들머리 : 무주읍 가옥리 사직골
위 치 전북 무주군 무주읍/적상면
높 이 730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무주 마향산(730.4m)
마향산은 무주군 적상면과 무주읍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730m의 산이다. 백두대간을 살짝 벗어난 덕유산 향적봉(1,614m)은 북서쪽으로 곁가지를 뻗어 내린다. 검령을 지난 이 산줄기는 두문산(1,051m)에 이르러 북쪽으로는 금해산(837m)과 성지산(992m)을, 왼쪽으로는 단지봉(769m)과 단풍으로 유명한 적상산(1,029m)을 솟구친다. 이 줄기와는 별도로 정서녘으로 달린 또 다른 산줄기는 어둔산(679m), 봉화산, 버드산을 지나 오늘 소개하는 구리골산(658m)과 마향산을 마지막으로 솟구친 후 금강에 스르르 내려앉는다. 국립공원을 비롯한 유명한 산들은 휴식년이 필요하리만큼 인산인해를 이루건만 오늘 소개하는 마향산은 웬만한 산꾼들조차 오르지 않는 오롯이 숨어 솟은 청산이다. 필자는 마향산이란 특이한 이름에 매표되어 지난해 4월과 금년 3월 두번에 걸쳐 찾아 올랐다.
마향산 산행들머리는 무주군 적상면 방이리 내동마을에 자리한 '부남-적상 군도 확,포장 공사사무실' 이다. 대형버스 주차도 가능한 공터에 내려서면 북쪽으로 휑하니 뚫린 난전마을길 왼쪽으로 두 그루 아름노송이 한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내동천을 건너가면 무덤이 자리하고 지천으로 자란 고사리가 밭을 이룬다. 남향받이 지능선길은 봄기운에 윤기를 더한 소나무가 빽빽 숲을 이루어 피톤치드가 넘쳐나는 향기로운 산길이다. 더러 수북하게 쌓인 산짐승의 분뇨더미를 만나는 산길을 올라가면 백무덤에 이른다.
봄볕이 유난히도 따사로운 이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좌우의 산세를 둘러본다. 다시 이어지는 소나무숲길은 가끔 곁가지가 앞을 가로막아도 어려움이 없는 싱그러운 산길이다. 뒤이어 무주읍과 적상면 경계를 이룬 주능선에 올라선다. 나뭇가지 사이로 금강이 굽어보이는 산길은 콧노래가 저절로 나올 만큼 느긋하다. 전망바위에 올라선다. 북녘으로 시원스럽게 달려가는 통영-대전을 잇는 고속국도며, 상모 돌듯 돌아가는 금강이며, 베틀봉의 아름다운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길 여기저기엔 형상바위들이 자리한다. 짐승의 얼굴을 닮은 묘한 바위며,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인 너럭바위, 사람의 머리를 닮은 머리바위.... 이리저리 재미난 형상바위들을 감상하며 능선길을 이어 가노라면 다시 정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준족을 자랑하는 몇몇 산꾼들은 벌써 정수리에 도달해 손을 흔들고 있다. 단체산행에서 선두에 서야만 직성이 풀리는 산꾼들도 있지만, 주위의 경관을 돌아보고 나무와 꽃을 살펴가며 대자연의 품을 만끽하는 산꾼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산꾼이리라.
이윽고 마향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어지러이 나무를 베어 넘긴 정수리에는 '무주. 302. 1983. 재설' 이라고 새긴 삼각점이 자리하고, 수북이 쌓아올린 돌무더기 위에 정상목이 세워져 있다. 그 옆으로는 자그만 돌탑을 정성스레 쌓은 아찔한 절벽의 전망대가 자리한다. 전망바위에 조심스레 올라선다. 북쪽으로 37번 국도며 통영-대전간 고속국도, 너울너울 삼백도를 굽어도는 금강의 흐름이며, 베틀봉(537.8m), 갈선산(479.9m)의 눈부신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오른쪽으로 무주읍 시가지마저 나뭇가지 사이로 똑똑히 내려다보였으니...
금년 3월의 두번째 취재산행에는 매주 목요일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우정산악회(02-525-5690) 회원들이 함께했다. 오늘 참석한 회원들 중에는 일천이 넘는 많은 산을 오른 산꾼이 여럿이거니와 특히 최진무(65세) 명예회장은 참으로 보기 드문 산꾼이다. 천오백에 달하는 산 목록을 수첩으로 만들어 분신인양 지니고 다니며, 또 소장하고 있는 십만분의 일 도로지도에는 다녀온 산이 온통 시커멓게 표시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사를 발하게 한다. 언제나 회원 산꾼들에게 넉넉함을 보이는 최 회장과 여러 회원들이 다정스레 둘러앉아 간식을 나누는 동안 필자는 정수리 주위를 살펴보았다. 둥그렇게 원을 그리거나 성벽인양 길게 쌓인 돌무더기를 보노라니 '임진왜란'과 '한일합방' 등 누란에 빠진 조국을 구하기 위한 의병활동의 무대로, 군마들의 소리가 그치지 않아 이름하였다는 마향산의 전설이 절로 가슴에 와 닿는다.
절경의 정수리와 헤어져 하산길에 접어든다.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내리면 바위능선에서 남녘의 시야가 전개된다. 이 산의 어버이인 적상산(1,034m)이 눈앞에 다가서고, 그 너머로 덕유산 향적봉이 뚜렷이도 전개된다. 다시 능선을 내려가면 650봉 오름의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삼거리에 이른다.
능선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새로 마을이 조성된 난전 마을에 내려선다. 구리골산 북녘 골짜기에 조성되는 '무주군 생활폐기물처리장'으로 인해 내동마을 주민들이 옮겨 살게 될 난전마을의 주택은 집모양이 동일해 묘흔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10분이면 산행기점에 도달한다.
구리골산 종주산행을 위해서는 삼거리에서 능선길을 이어 650봉을 올라야 한다. 전망 좋은 이곳에서 동쪽의 570봉 이어 정남쪽으로 희미한 산길을 따라가면 길동치마루에 내려선다. 마향산과 구리골산의 경계가 되는 길동치는 동쪽으로는 포장길이, 서쪽으로는 비포장길이 이어져 묘한 느낌이 든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구리골산 능선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양절벽의 암릉길이다.더러 아름노송이 길목을 지킨 능선길에는 진달래가 꽃불을 지피고 칼날바위도 자리하는 아기자기한 산길이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북녘 계곡 깊숙한 곳에는 무주군의 '생활폐기물 처리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윽고 구리골산의 정수리에 올라선다. 지나온 마향산이 손닿을 듯 다가서는 정수리에는 '무주. 303. 1983. 재설' 이라고 새겨진 삼각점이 자리한다. 그러나 역시 베어낸 나무들이 어지러운 구리골산의 정수리는 쓸쓸하다. 구리골산에서의 하산은 서녘 능선을 이어야 한다. 첫 봉우리에서 정북녘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르거나 서북녘 능선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서면 산행 출발점인 난전마을 삼거리의 도로공사 사무실에 도달한다.
*산행길잡이
내동마을-(20분)-백무덤-(30분)-주능선-(40분)-마향산-(20분)-난전마을 삼거리-(30분)-길동치-(1시간20분)-구리골산-(1시간30분)-내동마을
마향산-구리골산을 잇는 원점회귀산행의 들머리는 무주군 방이리 내동마을이다. 마을 끝에 자리한 적상-부남 군도확장공사 현장사무실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대형버스가 주차가 가능한 삼거리의 가건물 앞에 내려서면 북쪽의 비포장도로 왼쪽으로 두 그루 소나무가 이정표로 다가온다. 내동천 건너 두 그루 소나무 사이로 뚜렷한 산길이 이어지고, 빽빽한 솔숲길을 이어 20분이면 백무덤에 도달한다. 다시 산길을 따라 30분이면 주능선에 닿고, 느긋한 능선길을 이어 40분이면 마향산 정수리다. 하산은 남동쪽 능선길을 이어 20분 가면 난전마을 삼거리에 이르고, 오른쪽으로 30분 내려가면 난전마을을 지난 들머리였던 내동마을이다.
삼거리에서 계속 능선을 이어 30분 가면 650봉과 동쪽의 590봉 지나 길동치다. 길동치에서 다시 북녘 능선을 이어 1시간20분 가면 멋진 소나무 절벽길 지나 구리골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구리골산에서의 하산길은 희미하다. 서쪽의 첫 봉에서 북쪽 능선을 따르거나, 두번째 봉에서 능선을 내려 계곡길을 이어야 한다. 1시간30분이면 넉넉히 내동마을에 내려선다. 내동마을-마향산-난전마을-내동마을에 이르는 마향산 산행은 3시간 걸리고, 여기에 길동치를 이어 구리골산을 오르내리는 구간을 더해도 6시간이면 충분하다.
*교통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ARS 02-521-8550)에서 08:30에 출발하는 직행버스(1일 1회)가 있다. 3시간20분 걸리며, 12,100원. 09:20~14:35까지 1일 4회 다니는 장수행 시외버스가 무주에 선다. 시간과 요금은 직행버스와 같다. 또 대전까지 간 다음 대전시외버스터미널(ARS 042-624-4451)에서 무주까지 1일 15회(07:10~20:00) 다니는 무정차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1시간 걸리며 3,800원.
무주버스터미널에서 1일 5회 다니는 농어촌버스로 적상면 방이리 방이교에서 내린다. 여기서 들머리인 내동마을까지는 1.3km 걸어야 한다. 내동마을 끝 도로공사 확,포장공사 현장사무실 앞에 대형버스가 주차할 수 있다.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와 날머리로 이용되는 방이리 내동마을은 산골이라 숙박시설과 식당이 없다. 무주읍내로 나가야 한다.
*볼거리
나제통문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에는 석견산 암릉에 뚫어 놓은 석굴 나제통문이 있다. 덕유산 북쪽을 휘감아 도는 원당천과 남대천이 만나는 곳으로, 차량 한 대가 지날 만큼 큰 석굴이다. 원래 석견산에는 설천과 무풍 사람들이 오가던 고개가 있었으며, 이 길을 나제통도라 했다. 삼국시대에 이 일대가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의 석굴 나제통문은 신라시대에 만든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때 무주에서 김천과 거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들면서 뚫은 것이다.
적상산성 적상산은 신라와 백제가 각축을 벌였던 요지롯, 조선 세종 때 체찰사 최윤덕이 이곳을 답사하고, 산성을 쌓고 보존해야 할 곳이라고 건의한 일이 있었으므로 지금의 성터는 세종 때나 그 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둘레 길이 5584m, 면적 70만 평방미터가 넘는 이곳은 수많은 전란을 거치면서도 단 한 건의 피해도 당하지 않은 유서 깊은 곳이다. 또한 이곳 산성 경내에는 우리나라 5대 사고 중 하나인 적상산 사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고는 고려말 이후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역사기록과 중요한 서적, 문서를 보관하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 서울의 춘추관을 비롯한 전국의 사고가 불에 탄 후, 춘추관을 제외한 정족산, 태백산, 묘향산, 오대산 등에 새로운 사고를 설치하게 되었으나, 당시 우리나라 북방이 위태하여 광해 6년(1614) 천혜의 요새로 이름난 무주의 적상산에다 실록전을 세우고 묘향산의 실록을 옮기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무주현은 도호부로 승격하는 계기가 되었다.
글쓴이 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 1,2,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산의 시탑>을 펴냈다. 이메일 주소는 simsanmunhak@yahoo.co.kr
참고:월간<사람과산> 200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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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