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해군의 209급 잠수함. ⓒkonas.net | |
우리나라는 1992년에 독일 현지에서 건조한 잠수함 '독일209급'(1,300톤)을 시작으로 현재 9척의 잠수함과 2척의 잠수정을 운용하고 있다. 해군은 현대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신형잠수함 '독일214급'(1,800톤) 1척을 금년 11월경에 인수할 예정이다.(제인연감 자료).
크기에 따라 분류하면 300톤 이상은 잠수함이고, 그 이하는 잠수정이라고 부른다. 추진동력에 따라서는 배터리(Battery)를 사용하는 재래식잠수함과 원자력으로 추진하는 원자력추진 잠수함이 있다.
한국의 잠수함은 모두 재래식이다. 재래식은 통상 2~4일 마다 수면 가까이로 부상해서 몇 시간동안 디젤기관을 작동하여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디젤엔진을 작동할 때는 많은 공기가 필요한데, 노출을 피하기 위해 좁고 기다란 스노클(Snorkel)통을 수면위로 올려서 공기를 흡입한다. 이 때 함 내의 탁한 공기도 교환한다. 승조원에게는 좋으나 잠수함의 생존에는 가장 취약한 시간이 바로 이 때다. 다만 214급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 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를 장착하여 저속으로 기동할 경우 2~3주간 연속잠항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래식은 수중에서 최고속력(20~22노트, 37~40Km)으로 항해하면 몇 시간 내에 배터리가 거의 소진된다.
반면에 원자력추진은 이런 단점이 없다. 핵분열에서 나오는 충분한 동력을 이용하여 수중에서 무한정 고속항해(25~35노트, 46~64Km)가 가능하다. 잠수함에 필요한 신선한 공기도 해수(海水)를 분해하여 공급한다. 그래서 승조원이 신체적으로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 부상할 필요가 없다. 87일간 연속으로 수중 항해한 기록도 있다. 동력이 크기 때문에 많은 장비와 무장을 장착할 수가 있다. 선진국에서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000톤급 이상 잠수함은 원자력추진을 채택하고 있다.
잠수함의 무장에는 어뢰(魚雷), 기뢰(機雷), 잠대함(潛對艦)유도탄, 잠대지(潛對地)유도탄, 탄도탄(彈道彈)이 있다. 우리 잠수함의 무장은 어뢰, 기뢰, 잠대함유도탄으로 제한된다. 여기서 어뢰(Torpedo)는 기본 무장이다. 잠수함과 수상함선(함정·선박)을 공격하는 주 무기이다. 유도방식이 대개 선유도(Wire-guided)이고 신형은 50노트(92km) 이상의 속력으로 사거리는 8~49km 수준이다. 기뢰(Mine)는 기뢰부설임무를 수행할 때만 탑재한다.
잠대함유도탄은 수상함선을 공격하는 무기로서 대표적인 것이 하푼(Harpoon, 미국제)이고 사거리는 130km 정도이다. 잠대지유도탄은 적의 육상시설을 공격하는 무기로서 토마호크(Tomahawk, 미국제)가 대표적이다. 사거리는 1,600km이고 소형 핵탄두 장착도 가능하다. 잠수함 탑재 탄도탄(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은 핵탄두(다탄두)로 무장되어 있고 사거리는 1,700~11,000km 수준이다. 5,000~19,000톤의 핵추진잠수함(미국·러시아·영국·불란서·중국)에 주로 탑재된다.
주변국의 잠수함을 살펴보자.
우리의 주적(主敵)인 북한은 1963년부터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보다 30년 앞선다. 구소련으로부터 4척의 W급(1,300톤) 잠수함 도입을 시작으로 1973~75년에는 중국에서 R급(1,800톤) 7척을 인수했다. 그리고 1976년부터 R급 자체건조에 성공했다. 현재 R급 20여척, 상어급 잠수함(300톤) 20여척, 유고급 잠수정(60~100톤) 30여척 등 총 70여척을 운용하고 있다. 모두 재래식이다. 최근에는 2,500km 사거리의 잠수함탑재 탄도탄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랜 잠수함 독자건조경험, 핵시설 건설과 고농축 우라늄 기술 등을 고려할 때 곧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북한은 잠수함 운용경험과 건조기술 등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은 이미 잠수함 선진국이다. 1953년부터 구소련으로부터 잠수함 설계도면과 기자재를 도입했다. 1954년부터 잠수함을 운용했고 1962년부터 R급잠수함(1,800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71년에는 독자설계 잠수함(明급, 2100톤)을 취역했다. 1974년 원자력추진 잠수함(漢급, 5500톤) 건조에 성공했고, 1988년부터 탄도탄탑재 원자력추진 잠수함(시아급, 6500톤, 2,150km 탄도탄)을 운용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송(宋)급(2,200톤)을 건조하면서 동시에 러시아에서 최신형 K급(3,000톤) 재래식잠수함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6,000~8,000톤급의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종류의 잠수함 60여척을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강국이다.
일본도 이미 잠수함 선진국이다. 1905년부터 잠수함을 운용했고 1906년부터 국내에서 잠수함을 설계하여 자체 생산했다. 2차대전 패전의 어려움 속에도 1950년에 신형잠수함을 설계하여 1960년부터 잠수함(1,400톤) 운용을 재개했다. 2개 조선소에서 교대로 매년 한 척의 잠수함을 생산하고 있다. 잠수함의 수명주기가 통상 30년 이지만 16년 마다 퇴역시켜 훈련함 등 예비역으로 사용하고 있다. 신형 잠수함은 100톤 정도씩 크기를 증가하고 있다. 매년 잠수함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 경제적으로도 원자력추진 잠수함의 건조가 당장이라도 가능한데도 여론이 성숙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일본은 현재 2,500~3,000톤 크기의 재래식잠수함 16척을 보유하고 있다. 독자제작 AIP(Stirling)를 장착한 잠수함이 2009년에 취역할 예정이다. 탑재장비도 하푼 잠대함유도탄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산이다. 잠수함의 성능도 탁월하다.
미국과 러시아는 잠수함 분야에서 최강국이다. 미국은 원자력추진 잠수함만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원자력추진 잠수함과 재래식잠수함 모두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보다 많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반도 주변해역은 바다가 비교적 좁다. 여기에 한국·북한·일본·중국·미국·러시아 잠수함이 활동하고 있다. 물 반 잠수함 반이다. 아직도 수중(水中)은 냉전(冷戰)이며 각국이 수중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유사시 분쟁이 발생하면 강자만 여기서 살아남는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3,000톤급 중형잠수함을 국내에서 개발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해군의 잠수함 전력은 북한과 주변국에 비하면 크게 열세하다. 운용기술과 경험도 많이 부족하다. 너무 늦게 시작하여 따라잡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이미 벌어진 격차를 극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급하게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자체 기술이 부족하면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 국방부에서도 잠수함의 원자력추진설비는 한반도 비핵화에 저촉되지 않음을 밝힌바 있다.
그렇다고 우리 잠수함전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의 209·214급 잠수함은 같은 크기의 재래식 중에서는 성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해군 잠수함 승조원도 그 능력이 탁월하다. 미국해군이 주관하는 다국적 해상훈련 '림팩(Rimpac, Rim of the Pacific Exercise 환태평양 해군합동훈련)' 등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 동안 우리 해군의 잠수함 안전운용과 전력향상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미국해군에게 특별히 감사한다. 그러나 앞으로 2012년 4월에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자연히 미국의 지원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걸음마 수준의 우리의 잠수함 운용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상당기간 미국 같은 잠수함 선진국으로부터 여러 분야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데도 말이다. 필자가 누차 코나스 지면을 통해 '전작권 단독행사와 연합사해체'는 시기상조임을 강조하며 재검토를 촉구해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전에서 잠수함의 엄호지원 없이는 해상작전 자체가 불가하다. 잠수함의 전력발휘 여하에 따라 해전의 승패가 판가름 나게 된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잠수함 전력 향상을 위해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해군 잠수함 요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필자 주: 이 글에서 밝힌 잠수함 관련 자료는 모두 공개된 일반 자료를 근거로 한 것임).(konas)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