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말벌들과의 싸움이었다.
먼저 시골집에 들러 집에 가져갈 것부터 챙겼다.
방울토마토, 가지, 청양고추, 풋고추, 고구마줄기~~~~~~
올해 제대로 안되는 것이 호박, 수박, 참외, 오이다.
노균병이 번저 잎이 마르니 열매가 달렸다가도 떨어진다.
그런 중에도 잘 자라는 것은 열매마와, 조롱박이다.
조롱박이 달려 그늘막 아래로 늘어지고 열매마도 슬슬 존재를 드러낸다.
백합이 지고 나니 봉숭아와 맥문동이 돋보인다.
매리골드도 꽃을 피우고 있다.
철없는 구절초도 꽃을 하나 피워 늦가을의 마지막 존재를 암시한다.
그늘막에는 이제까지 열매를 맺지 못하던 머루가 이제 제대로 영글려는 지 알을 키우고 있다.
공장으로 갔다.
옥시기 남은 거 따고 옥시기대를 모두 베었다.
베어낸 자리에 풀을 뽑으니 말끔하다.
선영으로 가서 전 주에 말벌집 제거한 곳을 확인했다.
돌탑아래 돌화분에 채송화가 피었다.
토봉은 말벌 방어에 분주히 날개를 퍼득이고 등 검은 말벌은 사역을 나갔다 들어오는 벌들을 하이제킹 하기 위해 벌들이 날아오는 쪽을 향해 자리를 잡고 낙아챌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전 주에 털어냈던 빈설통의 말벌은 여전하고 하나 더 빈통에 말벌들이 분주하다.
어디 그것뿐인가, 전 주에 손주에게 침은 놨던 장수말벌도 땅속에 자신들의 궁을 확장하려 열심히 흙을 파내고 있다.
고모님 산소 들머리에 상사화가 꽃대를 올리고 있다.
파묘자리는 온통 환삼덩굴이 퍼져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비록 파묘지만 눈에 보이니 가만있을 수 없다.
낫으로 모두 거둬 기슭으로 끌어내렸다.
말벌집을 제거하려니 엄두가 안 난다.
공장에서 시간을 썼더니 벌써 열 한시가 넘어가고 있다.
형이 전 주에 가져갔던 탕국그릇을 가져오셨다.
막걸리 한 잔 대접했다.
바람떡으로 점심을 했다.
한낮에는 넘 더워 움직일 수가 없다.
에어컨 켜놓고 전동의자를 길게 펴고 누워서 시체놀이 하다 집으로 향했다.
일요일,
일찌감치 선영으로 갔다.
팬티차림에 방충복 입고 설통의 말벌제거에 나섰다.
매미채를 열씨미 휘둘렀지만 막상 잡히는 건 별반이다.
나중에 보니 망에 구멍이 숭숭하다.
괜히 땀만 바가지로 뺐다.
잡힌 벌을 고무장갑 낀 손으로 잡으니 이넘이 침을 놓는다.
장수도 아닌 놈이 고무장갑을 뚫는다.
자그맣게 지은 벌집을 들어내고~~~~~~
안 되겠다.
벌집을 따내고 났는 데도 벌들이 여전히 설통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예 설통을 들어냈다.
유인액을 보충하고~~~~~~~
고무장갑을 벗으니 땀이 한 컵은 쏟아져 나온다.
삼십몇도가 되는 날씨에 제대로 싸우나를 했다.
홀라당 벗어던지고 계곡으로 내려가 샤워하고 시골집으로 갔다.
전 주에 동생이 다듬은 제수산소 앞 향나무가 보기 좋다.
하늘에는 구름이 떠가고 돌탑은 의연하다.
집 앞 개울가 불록에 심은 꽃나무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홍련이 다시 몽우리를 키워내고 있다.
백련은 언제 꽃을 피우려는 지 감감하고~~~~~~~~~~
매미채 망을 교체했다.
이 번 주말에도 말벌이 제대로 이소를 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안 되면 시골집에 있는 축구골대 망을 가져다 토종벌설통에다 씌우던 지??????????
고향에서는 말벌과의 싸움, 18층 아파트에서는 매일밤 모기와의 싸움이다.
얼릉 이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