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가족 여행
두 달 전, 아들이 가족 여행 계획을 세웠다.
딸이 제주 비행기표를 샀다.
휴가 성수기 늦은 오후 시간대였다.
아침 운동 중에 하늘 보면 7시쯤 여객기가 지나갔다.
언제 타나 기다렸는데 정한 날이라 빨리 돌아왔다.
아들 가정은 전날 김포에서 출발, 숙소와 차량을 준비해 놓았다.
우리는 스케줄대로 점심 후 짐을 챙겼다.
미열이 잡혀 아내에게 등 떠밀려 동네 병원으로 갔다.
의사가 사람 많이 모이는 교회 같은 곳 가지 말라 해 웃고 나왔다.
비구름이 순식간에 몰렸다.
가슴까지 궂은 비 내리는 바람에 왕 김밥 처마로 머리를 피했다.
뒤따른 할머니가 보따리를 자전거에 올렸다.
약국 들러 여유 있게 공항으로 나섰다.
손자가 도착 시간을 자주 물었다.
처음 비행기 타는 설렘에 기대가 커 보였다.
공항 근처 사설 주차장에 차를 맡겼다.
티 웨이 항공 사정으로 3시간 지연되었다.
여행에 기다림이 포함되었다.
테마파크 안내받으려 지인에게 물었더니 반응했다.
‘선배님, 아들이 더 잘 알 거여요.
다 맡기고 다니세요.
식구들 커피 한 잔씩 쏠게요.’
카톡이 울려 열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목사님!
주님께서 동행해 주시는 행복한 가족 여행 되세요.’
e 상품권이 떴다.
빛의 속도로 답을 썼다.
‘목사님, 어찌 이런 일이.. 귀한 스벅 상품권 잘 받았네요.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당황스럽네요.
목사님과 동시대 사역함이 큰 힘과 복이네요.
가족 여행의 행복 플러스네요.’
아내가 챙긴 식혜와 빵을 나눴다.
컵라면 든 손녀, 손자에게 떡붕어 싸만코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2층 서양화 걸작을 감상하며 국전 출품 작가들의 붓질에 놀랐다.
구도와 색감이 기가 막혔고 가격은 금값이었다.
아내가 ‘정한 때 약 먹어야 한다’며 공항 식당으로 끌었다.
세상에서 젤 맛없고 비싼 육개장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삼켰다.
여덟 개 독한 약은 쓴 입맛을 냈다.
달달한 것으로 입 다셔도 마찬가지였다.
엊그제 독감을 붙든 강 권사님이 생각났다.
‘목사님, 뭔 약이 그리 많다 요.
입이 써서 앙끝도 못 먹겠어요.
안 죽으려고 밥 한술 뜨고 약 먹네요.’
난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했는데 아내는 녹두죽을 끓였다.
남은 시간 파리 올림픽 출전한 안세영 배드민턴 단식 결승전을 봤다.
여름이 흐르자 탑승 안내 방송이 나왔다.
항공사 지연 보상은 죄송하단 말에 에너지 바와 음료 하나였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여 대기 중인 아들 승합차에 올랐다.
칠돈가 본점 식당으로 갔다.
대부분 관광 온 손님들이었다.
흑돼지 숯불구이를 시켰다.
꿀맛이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넓은 숙소에 여장을 풀고 앉았다.
목회 중에 가족 여행 가지 못한 아들딸에게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 대가로 여행 중에 좋은 음식 대접하고 싶었다.
친손녀, 첫 생일 감사 예배를 드렸다.
어려서부터 성경을 잘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도록 전했다.
선한 일 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여 지길 바라며 기도드렸다.
딸이 반지 끼워 축하 송을 불렀다.
난 금일봉을 줬다.
아들딸이 귀한 가정 이뤄 감사할 따름이었다.
손녀, 손자의 누림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이튿날 서귀포 모녀 식당에서 가정식 백반을 먹었다.
반찬이 깔끔하고 갈치구이가 으뜸이었다.
곽지 해수욕장 가는 길, 농협 마트서 간식을 샀다.
차 안에서 초코 아이스크림 먹는 재미가 컸다.
높은 하늘과 해안선이 에메랄드빛이었다.
맑은 날, 시원한 바람이 풍차를 돌리며 관광객을 불렀다.
안전한 해수욕장에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파라솔 차지하고 사용료를 냈다.
수영복 입고 들어갔다.
수온이 올라 수영하기 좋았다.
제대로 수영하는 자는 몇 안 되었다.
레인이 없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갔다.
최근 무릎 관절 위해 마라톤에서 종목을 바꿨다.
30년 전 상록 회관에서 접영까지 마스터한 수영 말이다.
월 3만 원 수영장 등록 혜택에 다시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고 즐겼다.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도중에 아이들 좋아한 자장면 집에 차를 세웠다.
탕수육을 추가하여 소진된 힘을 채웠다.
매운 짬뽕 거뜬히 삼킨 손녀가 성숙해 보였다.
테디 베어 뮤지엄 입구에서 입장권을 샀다.
아침 밥값보다 비쌌다.
아이들이 선호한 진귀한 곰 인형 전시장이었다.
단순한 인형이 아닌 움직이는 작품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테디 베어를 통해 보여 줬다.
익숙한 명화 속에 테디 베어가 들어가 귀엽고 흥미로웠다.
해녀 모습의 테디 베어가 새로웠다.
동심의 딸이 세 개의 곰 인형을 샀다.
동화 마을의 추억거리였다.
불볕 식히기 좋은 스벅 건물이 우리를 삼킬 듯한 자세로 봤다.
이구동성으로 스벅을 외쳤다.
취향에 맞게 주문하고 기다렸다.
남은 잔액으로 여러 종류 빵을 담았다.
오는 길에 동문 시장을 들렸다.
인산인해 북새통이었다.
집 밥을 먹다 잡식으로 채웠더니 배에 가스가 찼다.
시장 한가운데 군중 속에 방귀를 날렸다.
뒤따라오던 며느리가 듣고 자지러졌다.
순한 체면을 구겼다.
숙소 근처 엄마가 만든 탕 집에서 아귀찜을 시켰다.
비빔밥이 별미였다.
편한 잠을 잤다.
다음 날 광주 도착, 손자가 순대 노래를 불러 순대 국밥을 샀다.
물심양면으로 도움 준 이들 덕이었다.
‘아빠 통장! 텅장 된다고 남편이 챙겨 줬어요. 카드 값 보태셔요.’
‘내가 계획하고 쓴 예산이었는데..’
‘아빠! 다음에 또 가요~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래, 잘했다.’
제주도 여행 계획 세우고 이루질 못한 어머니 산소를 찾았다.
가마솥더위에 앉아 삐질삐질 땀 흘리며 무성한 잔디를 다듬었다.
2024. 8. 10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