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필 여산초당도(鄭敾 筆 廬山草堂圖 (Yeosan Chodangdo), 보물 제 1953호)'.
18세기(1759년) 이전, 정선(鄭敾, 1676-1759), 비단에 담채(絹本淡彩), 125.5x68.7cm, 간송미술관 소장.
조선시대 전 기간 동안 회화의 중요 소재의 하나로 중국고사도(中國故事圖)가 꾸준히 그려졌다. 정선(鄭敾, 1676~1759)은 진경산수화로 유명하지만, 중국고사도나 도석인물화, 심지어는 화훼초충화도 즐겨 그렸다. 「여산초당도」는 정선이 중국의 여산(廬山)과 관련된 고사(故事)를 그린 관념산수화이다.
여산(廬山)은 중국 강서성에 있는 명산으로 광려산(匡廬山), 광산(匡山)으로도 불린다. 여산은 아주 유명하여 수많은 문인, 학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시선 이백(李白, 701~762)의 여산폭포 시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여산에 은거한 인물도 주나라 무왕 때 현자인 광속(匡俗),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 송나라의 학자 주돈이(周敦頤, 1017~1073) 등이 있다.
이 그림은 여산(廬山)에 초당(草堂)을 짓고 은거한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의 고사를 주제로 한 고사인물도이다. 작품 속 백거이는 기암괴석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폭포 아래에 위치한 초당 안에 앉아 있다. 폭포와 초당 사이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 초당 앞으로는 노송(老松) 한 그루와 연꽃이 핀 연못이 있는 소박하지만 아늑한 공간이다. 연꽃은 「애련설(愛蓮說)」을 지은 주돈이와 연결될 수 있다. 마당에서 작은 돌다리를 건너 무성한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내려오면 큰 골짜기로 이어진다. 백거이는 마당을 한가로이 걷고 있는 한 마리 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18세기 조선사대부가 꿈꾸는 품격이 있고 신선과 같은 삶의 은거를 그린 작품이다. 그림 아래쪽에는 짐 보따리를 메고 가는 동자가 있다. 작품 상단에 여산초당(廬山草堂) 제목과 그의 호 겸노(謙老)가 쓰여있다. 화면을 꽉 채운 역동적인 산의 형태는 정선의 특징인 왕성한 기세의 표현을 잘 보여준다.
산의 역동적인 형태와 괴량감에 비해, 작은 초당과 연못, 인물 등은 장난감처럼 깔끔하게 그려져 있는 데도 불구하고 양자가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잘 조화되고 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이 관념산수화, 고사인물화에도 능했음을 잘 보여준다. 정선의 고사도 중 가장 대표작에 해당하며, 과감한 적묵법(積墨法)과 수직준(垂直皴)에서 보이듯 진경산수화풍을 관념산수에 응용한 대표적 예이기도 하다. 2017년 12월 26일 보물로 지정되었다. 더욱이 이를 수묵화가 아닌 채색화로 제작하였다는 점에서 희소적인 가치가 높다.
● 망오로봉(望五老峰), 오로봉을 바라보며
廬山東南五老峰(여산동남오로봉) 여산 동남쪽의 오로봉이여
靑天削出金芙蓉(청천삭출금부용) 푸른 하늘에 금색 연꽃이 불쑥 솟아 있구나.
九江秀色可攬結(구강수색가람결) 구강의 빼어난 경치를 모두 모아 놓았으니
吾將此地巢雲松(오장차지소운송) 내 장차 이곳에서 구름과 소나무를 벗 삼아 살리라.
이 시구 중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은 여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절묘한 표현으로 많이 회자되었다. 청나라 때 한 시인은 오로봉에 오른 후 "이곳에 오지 않으면 이런 표현을 할 수 없고, 이곳에 오지 않으면 이 표현의 맛을 알 수 없다"고 칭탄했다고 한다. 오로봉은 이태백이 가장 좋아하여 은거하고 싶어 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후인들은 오로봉 아래의 골짜기를 이태백의 호를 따서 청련곡(靑蓮谷)이라 했고, 태백초당(草堂)을 지어 이태백의 뜻을 기렸다.
● 望廬山瀑布 二首 (망여산폭포 2수 ), 여산폭포를 바라보며 _李白(이백, 701~762·唐)
其一
西登香爐峰(서등향로봉) 서쪽 향로봉에 높이 올라
南見瀑布水(남견폭포수) 남쪽으로 폭포수를 바라보니
掛流三百丈(괘류삼백장) 삼백장 높은 곳에 걸려 흐르는 물길은
噴壑數十里(분학수십리) 수천리 골짜기로 뿜어져 내리네
倏如飛電來(숙여비전래) 물보라는 번개처럼 빠르게 날려오고
隱若白虹起(은약백홍기) 숨어 있는 하얀 물줄기 무지개처럼 일어나네
初驚河漢落(초경하한락) 처음에는 은하수 떨어지나 놀랐는데
半灑雲天裡(반쇄운천리) 반쯤은 구름 낀 하늘에서 떨어지네
仰觀勢轉雄(앙관세전웅) 올려다볼수록 그 형세가 웅장하니
壯哉造化功(장재조화공) 장엄함이 공을 들인 조화롭구나.
海風吹不斷(해풍취불단) 바닷바람은 끝없이 불어오고
江月照還空(강월조환공) 달빛에 강물은 도리어 하늘을 비추네
空中亂潀射(공중란총사) 공중에서 어지럽게 물줄기 쏟아져
左右洗青壁(좌우세청벽) 좌우로 이끼 낀 푸른 절벽을 씻어 내리네
飛珠散輕霞(비주산경하) 흰 구슬이 날려 노을 속으로 흩어지고
流沫沸穹石(류말불궁석) 흘러내리는 물보라 바위에 부딪쳐 용솟음치네
而我樂名山(이아요명산) 내가 명산을 즐기는 것은
對之心益閑(대지심익한) 산을 대하면 마음이 한가로워지기 때문이라네.
無論漱瓊液(무론수경액) 옥처럼 맑은 물에 입도 씻고
且得洗塵顏(차득세진안) 또 속세에 찌든 얼굴도 씻으며
但諧宿所好(단해숙소호)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이런곳에 살면서
永願辭人間(영원사인간) 오랫동안 인간 세상 떠나 살고 싶어라
其二
日照香爐生紫煙(일조향로생자연) 해가 향로봉을 비추니 자줏빛 안개가 일어나고
遙看瀑布掛長川(요간폭포괘장천) 멀리 폭포를 바라보니 긴 냇물을 걸어 놓은 듯하네.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나는 듯 흘러 곧장 삼천척을 내려오니,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락구천)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것 같구나.
* 廬山(여산) : 지금의 강서성(江西省) 구강현(九江縣)에 있는 名山으로 경관이 빼어나고 폭포가 유명하다.
* 香爐峰(향로봉) : 여산의 북쪽에 있는 산봉우리
* 紫煙(자연) : 자줏빛 연기.
* 九天(구천) : 구하늘의 가장 높은 곳. 하늘 위, 대지(大地)를 중심(中心)으로 한 아홉 하늘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 권180에 望廬山瀑布水二首(망여산폭포수2수)로 실려있는 시의 제2수로, 이백이 중국의 명승지인 여산의 향로봉에 있는 폭포의 장엄함을 노래한 것이다. 이 시의 전반부에서는 멀리서 보는 폭포가 흡사 강을 매달아 놓은 것 같다고 표현하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폭포의 높이가 삼천 자나 되기 때문에 그 모양이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것 같다고 표현함으로써 시인의 호탕한 기개를 마음껏 표방하고 있다.
● 湖口望廬山瀑布水(호구망여산폭포수), 호구에서 여산 폭포를 바라보며... _초당 장구령(初唐 張九齡, 678~740)
萬丈紅泉落(만장홍천락) 만 길이나 되는 붉은 샘물이 떨어지니,
迢迢半紫氣(초초반자기) 까마득히 (하늘의) 반이 자줏빛으로 물들었네.
奔飛下雜樹(분비하잡수) 빠르게 날아 온갖 나무에 내려오고,
洒落出重雲(쇄락출중운) 시원하게 물 뿌려내려 겹구름 피어나네.
日照紅霓似(일조홍예사) 햇살 비치니 마치 무지개 같고,
天淸風雨聞(천청풍우문) 하늘 맑은데 비바람 소리 들리네.
靈山多秀色(영산다수색) 신령스런 산에는 빼어난 절경이 많으니,
空水共氤氳(공수공인온) 공중의 물이 천지의 기와 어울린다.
정선(鄭敾, 1676-1759) , '여산폭포도', 견본수묵, 100.3 x 64.2cm, 국립중앙박물관.
長松鬱立千兵列(장송울림천병열) 장송(長松)은 울창하여 천 명의 병사가 열을 선 듯하고,
怒瀑急噴萬馬喧(로폭급분만마훤) 급히 쏟아지는 성난 물줄기는 만 마리의 말들이 우는 듯하다.
―여산(廬山), _정선(鄭敾, 1676-1759)
겸재 정선이 낙관 아래 적은 제시다.
[출처 및 참고문헌: 문화재청 문화유산 정보, Daum·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 ∙ 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시작은 늘 새롭습니다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눈발이 내리는 예보입니다.
오늘은 태양이 무색하게 오히려 한낮으로 갈수록 기온이 낮아지네요.
살면서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당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서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오늘도 기온의 차이가 심한 눈 내리는 날씨에 빙판 조심, 운전 안전,감기 조심 하시고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세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