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맨유는 다시 부진을 겪으며 ‘모예스 시절’이 재현되고 있다. 맨유의 현 감독인 무리뉴는 타 팀 재임 시절에 ‘무리뉴 3년차’라는, 말그대로 무리뉴가 그 팀을 맡은 지 3년차가 되면 팀이 극도로 부진한다는 징크스이다. 예시로, 무리뉴가 레알마드리드를 맡았을 당시 3년차에는 무관을 기록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무관이긴 했지만 챔피언스리그 4강, 리그 2위를 기록하며 그래도 엄청 이상한 시즌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시 첼시로 복귀해서 그는 3년차에 개막전부터 무승부를 거두더니 부진을 겪으며 경질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맨유에서 3년차가 되었으며 그 맨유는 이번 시즌에 초반부터 브라이튼과 토트넘에게 패배하면서 2패를 떠안고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카라바오컵에서 더비에게 승부차기로 패, 그리고 그저깨는 웨스트햄에게 패했다. 그래서 팬들은 이번 시즌에도 ‘에휴, 무리뉴 3년차가 또 시작되었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 맨유가 겪고 있는 부진이 무리뉴만의 잘못일까? 그래서 필자는 지금부터 맨유의 이번 시즌 부진 원인을 몇가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1. 맨유의 소극적인 이적시장
이번 시즌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프레드, 달롯, 그랜트를 영입하는 데 그쳤다. 그 수는 이전의 4시즌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였다. 물론 캐릭이 은퇴하면서 생긴 중앙의 공백과 불안한 윙백 자리를 각각 프레드와 달롯을 영입하면서 보강이 어느 정도 제대로 이루어졌기는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중앙수비수를 영입하지를 않았다. 맨유는 저번 시즌에 2위를 했음에도 중앙수비 부분에서 약점을 보였고 무리뉴의 주전술이 텐백이기 때문에 검증된 중앙수비수의 영입은 꼭 필요했다.
하지만 이적시장이 끝나기 전까지 맨유는 토트넘의 알더웨이럴트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결국 결렬되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바이에른뮌헨의 제롬 보아텡이나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고딘을 영입하려고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리고 지금 맨유는 시즌이 시작된 후에 단 2경기(번리전(리그), 영보이즈전(챔피언스리그)) 만을 클린시트로 끝냈고 심지어는 카라바오컵에서 더비에게 2골이나 내주며 승부차기까지 가 패하는 등 수비의 불안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맨유가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보인 소극적인 모습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2. 확실한 리더의 부재
맨유는 지금 마티치, 발렌시아, 영, 펠라이니, 그랜트를 빼고는 모두 20대 이하 선수들로 구성되어있다. 다르게 본다면 선수층이 젊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좋은 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대부분이 젊기 때문에 그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 마티치는 지금에서야 맨유에서 2년차이고 발렌시아는 과묵하다. 그리고 영은 나이가 늙어서 생기는 기량저하가 나타나고 펠라이니는 애초에 조커이다. 그리고 그랜트는 이번 시즌이 맨유에서 1년차인데다 후보의 후보로서 기용되고 있다. 한 마디로 적어도 현장에서는 팀의 중심을 잡을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그 부분의 유망주는 있다. 바로 포그바이다. 그는 맨유의 유스 출신으로서 유벤투스에 갔다가 금의환향한 맨유의 성골 출신이다. 게다가 U-20 월드컵 우승, 유로 2016 준우승,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이라는 화려한 국가대표 커리어까지 있다. 그러나 아직 그는 젊다. 리더로서의 경험은 매우 적다. 게다가 그는 지금 무리뉴 감독과 불화설까지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는 않다. 그래서 리더로서의 기회를 잡을 수조차 없다. 그래서 지금 맨유는 리더의 부재도 겪고 있다.
3. ‘7번’ 알렉시스 산체즈의 부진
그는 저번 시즌 겨울 이적시장 때 많은 돈을 받고 맨유로 이적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맨유에서 존스와 루카쿠를 제외하고 보기 힘든 투지가 넘치는 모습이었으니 괜찮은 영입이었다. 하지만 골이 적었다. 그는 이적한 후 클럽에서 기록상으로는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 부분이 맨유에게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물론 겨울에 이적을 했으니 발을 맞추는 시간은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이 시작되었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번 시즌이 시작한 후 클럽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 했다. 이는 맨유의 득점 수에 현저히 줄어드는 데 단순히 골을 넣지 못하는 점에서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맨유의 득점루트가 현저히 줄어드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산체즈는 열심히 한다. 인정한다. 하지만 득점을 하지 못한다면 열심히 플레이하는 점은 소용이 없다. 따라서 골을 기록해야만 산체즈와 맨유 둘 다 살아날 것이다.
4. 전진 패스 실종
말그대로 전진 패스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 공격기회도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사실 앞에서 언급한 산체즈가 부진하다는 내용도 이러한 부분과도 연결되어있다. 산체즈가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도 많지만 그러한 기회의 수마저도 적기 때문에 계속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게다가 산체즈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루카쿠도 무득점이 지속되고 있다. 맨유가 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루카쿠는 초반에는 꾸준히 득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근래 루카쿠도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이유가 루카쿠가 고립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루카쿠는 확실히 좋은 공격수이다. 그는 피지컬이 좋아 몸싸움에도 능하고 스피드도 빠르고 세트피스에 강점을 보이고 심지어 골 결정력까지 좋은데다 열심히 하는 선수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공격수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확실히 그는 어떻게든 골을 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려면 패스 지원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맨유는 단순한 전진 패스마저 줄어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루카쿠의 무득점도 진행되고 있다.
예전에 퍼디난드가 일화를 하나 말해준 것이 있다. 퍼디난드가 리즈에서 맨유로 이적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퍼디난드는 경기에서 단순히 팀 동료 수비수인 네빌에게 패스했었다. 그런데 로이 킨이 “앞으로 패스해. 너는 지금 리즈나 웨스트햄 소속이 아니야. 맨유에 있다고!”라고 소리쳤다. 처음에 퍼디난드는 로이 킨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난 후에 깨달았다. 이기려면 앞으로 패스를 할 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맞다. 이기려면 두려워하지 말고 전진패스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패스하다가 좀 끊기면 어때. 두려움을 이겨야만 경기를 이길 수 있는데. 그러니 맨유가 이기기 위해서는 전진 패스를 좀 더 해야 한다.
5. 외적인 문제
사실 맨유는 매번 언론의 먹잇감이었다. 뭐만 하면, 아니 뭐하지도 않았는데 걸핏하면 이적설에, 팀 이적료 논란에, 경기력 논란에, 하여튼 아주 많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냥 피식하고 넘겼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유독 심하다. 그 중의 요즘에 핫한 언론의 소잿거리는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무리뉴와 포그바와의 다툼이다.
사실 이러한 다툼은 이번 시즌에만 얘기가 나온 것이 아니었다. 포그바는 매번 무리뉴의 전술이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며 많은 다툼을 했었고 심지어 타 팀으로의 이적설도 나왔다. 그러한 다툼은 이번 시즌에도 지속되었다. 무리뉴와 포그바와의 다툼은 끝나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심지어는 무리뉴가 포그바의 부주장 완장을 빼앗고 웨스트햄전 선발 명단에서도 제외했다. 두 선수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말하면 유치하다. 자기 스타일이 전술에 맞지 않을수도 있고 그렇다고 자기만의 전술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서로 양보를 하면 될 것을 굳이 하나도 양보하지 못하니 매우 유치하다. 차라리 사적으로만 끝내면 될 것을 왜 공적인 부분(주장직, 경기선발 등)에도 영향을 미치니 팬들 입장에서는 더욱 화가 날 일이다. 이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맨유는 시즌 내내 이러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들을 종합해보면 무리뉴가 모두 잘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무리뉴의 ‘텐백 전술’은 아직까지 효과있는 전술이고 포메이션도 괜찮게 구상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바뀌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강팀을 상대로 경기를 하면 텐백 전술을 극도로 펼쳐야하는 것은 맞지만 약팀을 상대로, 특히 수비진이 약한 팀을 상대로도 그러한 전술을 극도로 쓸 필요는 없다. 조금 과감하게 공격을 할 줄 알아야한다.
물론 선수진도 무리뉴의 전술에 맞는 경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솔직히 선수진 전체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잔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그러한 부분까지 감독이 케어해줄 수는 없다. 그러니 선수진 스스로도 부진에서 벗어나도록 노력을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