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강가의 아침 [우대식]
새벽 거리에 나와 인사를 건넸다
모든 것은 완벽했고 그대로였으며
술에 취한 몇몇 사람들이
생각과 사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애를 쓰다가 돌아갔다
아무것도 옮기지 못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혼자 대지의 기운을 빌어 읊조렸지만 신은 듣지 않는
눈치였다
당연히 여전한 세상,
흘러내린 이어폰을 다시 귀에 꼽고 보니엠을 듣는다
햇살이 내리쬐는 자메이카를 떠올리며 선글라스를 낀
다
세상은 더 어두워졌다
보니엠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오래전 바빌론의 포로가
되어
이곳에 끌려왔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식민(植民)의 흔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 낯선 땅에서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이 눈물을 어디에 뿌려야 하나
강가에 도착했을 해는 다시 떠올랐고
시온으로 가는 티켓은 할인된 가격으로 여기저기 나
뒹굴고 있었다
- 베두인의 물방울, 여우난골, 2021
* 일천구백칠십팔년쯤이었을까, 광화문에는 레코드점이 많아서 가게에서 틀어주는 팝송을 듣곤 했다.
특히 보니엠의 노래를 좋아해서 버스 정류장에서 한참을 서서 들었다.
세상은 여전하지 않을 만큼 변화해서 칠십년대, 팔십년대와는 확연히 다른 세상이 되었지만
나는 비교적 세상은 여전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도 모습은 변했지만 어린 시절과 많이 다르지 않게 살았다.
세월이 지나 부모 없이 고아로 살게 되었지만 자식도 있으니 그냥 세대가 교체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내가 아버지 역할을, 내 아들이 내 역할을.
언젠간 아들도 지금의 나처럼 고아가 될 때가 있겠지.
그러니 세대가 교체될 뿐이지 세상은 여전할 것이다.
문명은 좀더 발전하고 살기에는 더 편리하게 되겠지.
보니엠의 노래를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듣는 세대가 되어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볼 방법도 없이 살아갈 것이다.
오! 맞아. 이런 건 여전하다고 볼 수 없겠다.
이 또한 변화한 세상이 되긴 하겠다.
그럼에도 세대교체는 여전히 여전하겠다.
첫댓글 보니엠 노래는 다시 들어도 좋던데요. ㅎ 깊은 중독성이 있어요^^
ㅎㅎ칠공팔공세대이시군요.^^*